[수원=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최근 야구계의 화두인 '멀티이닝'과 '투수 관리'에 대해 작심한 듯 소신을 밝혔다. 투수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나친 관리가 오히려 투수진 전체를 약하게 만들고 경기 운영을 꼬이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투수 출신인 이 감독은 29일 수원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불펜 운용의 고충과 멀티이닝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이 감독이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은 효율성이다. 불펜 투수가 등판해 단 몇 개의 공으로 이닝을 마쳤음에도 '멀티이닝 불가' 원칙 때문에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요즘은 1이닝에 공 4개 던지고 홀드 챙기면 그 다음엔 멀티이닝 안 된다고 안 쓰지 않나"라며 "이렇게 관리만 하다가 애들 다 약해질 것 같다. 5개 던졌을 때 한 명만 더 잡아주면 투수 한 명을 아끼고 다음 날 또 쓸 수 있는데, 그걸 못 하니까 결국 2~3명이 더 나가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농담 섞인 뼈 있는 소리도 덧붙였다. "어떤 날은 공 몇 개 안 던지고 이닝이 끝난다. 바꾸려면 아까워 죽겠다. 멀티이닝 가면 기록(홀드 등)이 날아갈까 봐 그런건가"라고 되물은 이 감독은 "스기모토 코우키가 어제 8개 던졌다. 내일까지 연투 시킬 생각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전날 한승혁과 박영현 등 필승조를 총동원했던 만큼, 투구 수가 적은 투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과부하를 막겠다는 계산이다.
멀티이닝은 이 감독만의 고민이 아니다. 지난해 NC 다이노스 이호준 감독 역시 비슷한 취지의 발언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이 감독은 "멀티이닝이라고 50구씩 던지게 하는 게 아니다. 위기 상황을 막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결국 '멀티이닝'은 불펜 사정이 여의치 않거나 확실하게 승기를 잡아야 할 때 감독이 꺼내 들 수 있는 필연적인 카드라는 것이 현장 리더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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