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에선 펜싱 팬분들께 꼭 포디움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뉴 어펜져스' 톱랭커 도경동(대구광역시청·세계 6위)이 '안방' SK텔레콤 국제그랑프리 펜싱선수권(SKT 그랑프리) 첫 포디움을 아쉽게 놓친 후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도경동은 3일 인천국제공항 스카이돔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SKT 그랑프리 남자 사브르 개인전 8강에서 '프랑스 에이스' 세바스티앙 파트리스(세계 5위)에게 11대15로 석패하며 4강 진출이 불발됐다. 최종순위 5위를 기록했다. 도경동을 꺾고 사기충천한 파트리스는 4강, 결승에서 승승장구, 이번 대회 남자부 우승자가 됐다.
20년 넘게 펜싱 회장사로 '펜싱코리아'의 약진을 이끌어온 SK텔레콤이 2004년 창설한 이 대회는 올림픽, 세계선수권 다음으로 많은 랭킹 포인트가 부여되는 대회, 전세계 남녀 사브르 세계 1~30위 에이스를 비롯 46개국 33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1~3일 사흘간 열전을 펼쳤다. 'K-펜싱 끝판왕' 오상욱(대전광역시청·세계 19위)이 허리 디스크 부상으로 인해 조기탈락했고, 에이스 박상원(대전광역시청)도 32강에서 탈락했다. '본투킬' 구본길(부산광역시청)도 분투 끝에 16강에서 탈락한 상황, '어펜져스' 중 도경동이 나홀로 살아남았다. 직전 이탈리아 파도바 대회 개인전 동메달과 함께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개인 커리어하이' 세계 6위로 안방 그랑프리 대회에 나선 도경동의 투지는 남달랐다. '그랜드슬래머' 원우영 코치의 벤치 조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경동은 16강에서 일본 에이스 고쿠보 마오를 상대로 15대14, 눈부신 역전드라마를 썼고, 8강에서 마지막까지 사투를 벌였지만 변칙 스타일의 프랑스 에이스에게 밀리며 포디움을 놓쳤다.
도경동은 아쉬운 패배 직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순위를 목표로 하고 왔다. 한국 팬들도 많이 와주셔서 보답하고 싶었고 한국에서 하는 대회에서 첫 메달을 따면서 많이 올라왔다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올해 들어 개인전 8강, 메달권 문을 계속 두드리고 있고 원우영 선생님도 계속 자신감을 심어주셨다. '그냥 내 펜싱을 하자'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8강에서 상대의 변칙 스타일에 잘 대처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제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너무 아쉽지만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을 더 잘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안방 대회의 심적 부담에 대해 "국내라 컨디션은 해외보다 좋은데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심리적 부담감, 긴장감이 있어 모든 한국 선수들이 잘 못보여드리는 측면도 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이날 현장 1열에선 어김없이 '펜싱 키다리아저씨' 최신원 대한펜싱협회장이 대한민국 선수단을 응원하며 직관했다. 남녀 국가대표들이 메달을 놓친 후 수장은 아쉬움을 누르고, 온마음을 다해 선수들을 격려했다. "여러분의 길이 후배들의 길이 된다. 힘들지만 여러분이 더 잘해줘야 한다. 더 힘든 훈련 과정을 감내하면서 '코리아!' '코리아!'가 전세계에 울려퍼지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도경동은 "SK텔레콤과 회장님이 정말 많은 지원을 해주고 계신다. 회장님께서 '한국 팬들이 이렇게 많이 왔을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다. 맞는 말씀이다. 저도 형들이 그랬듯이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후배들을 위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6월 인도 델리 아시아선수권, 7월 홍콩세계선수권, 9월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각오를 되새겼다. "아시아선수권 개인전 디펜딩챔피언으로서 2연패를 하는 것이 목표다. 세계선수권에선 메달이 없는 만큼 단체전은 무조건 금메달, 개인전은 포디움에 꼭 오르고 싶다. 아시안게임서도 무조건 1등 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그는 "2년 전 파리올림픽 때는 신인이었지만 이젠 확실히 많은 경험이 쌓였고, 그때는 새로운 얼굴에 대한 팬들의 우려도 많았는데 이젠 나도 세계 6위까지 올라왔다. 형들처럼 '1등'까지 찍어보는 걸 목표 삼았다"고 또렷하게 말했다. '(오)상욱이형을 넘을 수 있느냐'는 도발에 도경동은 "(오)상욱이형과 함께 LA올림픽까지 함께 열심히 하고 이후엔 형의 자리를 이어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거침없이 답했다.
이날 대회 현장엔 도경동의 팬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관중석에선 "도경동 파이팅!" 응원이 쏟아졌다. 도경동은 팬들을 향한 감사인사도 잊지 않았다. "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국내 대회에서 혼자 8강까지 올라 팬들이 한국어로 응원해주시는 소리를 듣다보니 정말 큰힘이 됐다. 보답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에서 부끄럽지 않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내년 SK텔레콤 대회에선 무조건 메달을 따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1년 전 한국 선수간 결승 무대를 성사시켰던 여자 사브르 역시 안방 부담감 때문인지 평소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대회 우승자이자 톱랭커인 전하영(세계 4위)이 33위를 기록했고, 16강에 3명이 이름을 올렸으나 전원 8강행이 불발됐다. 지난해 준우승자 김정미(안산시청)는 사라 발제와 접전 끝에 13대15로 패했다. 김하은은 '세계 2위' 사라 누차(프랑스)를 꺾고 올라온 아라셀리 나바로(스페인)에게 8대15로 패했다. 32강에서 프랑스 세실리아 베르데를 15대12로 꺾고 16강에 오른 윤소연은 마이아 챔벌레인(미국)에게 10대15로 패했다.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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