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가 스트라이크를 못 던져 볼넷을 연발한다. 팽팽한 투수전이 사라지고 밀어내기 볼넷이 쏟아져 맥 빠진 승부가 속출한다. 구속은 이전보다 확실히 빨라졌지만 투수의 기본 중 기본인 제구력은 형편없이 떨어졌다. 포수가 사인을 내는 게 민망할 정도다. 한 투수 레전드는 "우리 땐 스트라이크를 던지겠다고 마음먹으면 10개 중 6~7개가 들어갔다. 요즘 투수들은 2~3개 정도 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야구 인기가 치솟고 관심이 뜨거워졌는데 수준이 못 따라가 걱정하는 야구인이 많다.
최고의 투수 조련사로 꼽히는 윤석환 전 두산 베어스 투수코치(65)는 "요즘 투수들이 체격, 힘, 스피드는 좋아졌는데 힘으로만 던지려고 한다"라며 '기본기'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보다 더 좋아져야 할 선수가 오히려 망가져 있더라. 타구가 외야에서 잡혀야 하는데 홈런이 된다. 시속 140㎞대 후반, 150㎞ 빠른 공도 가벼우면 맞아 나간다. 볼 회전력을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했다.
윤 전 코치는 이어 "선수들이 몸을 제대로 못 쓴다. 하체를 제대로 안 쓰니 회전력이 떨어진다. 얄팍한 기술에 신경 쓰는 게 안타깝다"라고 했다. "프로 구단이 일단 구속을 먼저 본다. 선수들이 윗 순위 지명을 받으려고 스피드만 신경 쓴다"라고 꼬집었다.
'피칭 마스터' 윤 전 코치가 본격적으로 선수 육성에 나섰다. 지난달 초 서울시 강동구에 야구 아카데미 'YK PITCHING LAP'을 열었다. 중고등학교 야구부 투수를 전문적으로 지도한다. 그는 "이 나이에 돈 벌자고 일을 벌이겠나. 어린 선수들을 제대로 가르쳐보고 싶었다"라고 했다.
어느 분야를 가든 기본을 강조하지만 피상적으로 들릴 때가 많다. 윤 전 코치는 명확하게 하체 이동과 밸런스를 이야기했다.
그는 "알고 하면 '운동'이지만 모르고 하면 '노동'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예전에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 섀도 피칭(Shadow pitching·수건-맨손 등으로 투구 동작을 반복해 투구자세를 점검하는 훈련)이 중요하다. 요즘도 학교에서 섀도 피칭을 하는데 디테일하게 할 시간이 없는 건지, 코치가 못 보는 건지 아쉽더라. 낮에 피칭하고 연습했으면 저녁때 복기하고, 실전에서 반복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잘 안 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지시를 따르게 하는 게 아니라 이해시키는 게 중요하다. 피칭시 부분 동작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선수가 이해해야 한다. 이해를 시키면서 진행하면 느릴 것 같지만 멀리 보면 그게 더 빠른 길이다"라고 설명했다.
선수가 학교에서 어떤 지적을 받고 있는지 먼저 확인한다. 선수들도 부족한 부분을 인지하고 찾아온다. 일방적으로 손을 댈게 아니라 소속팀 감독과 상의를 하기도 한다. 윤 전 코치는 "기본을 바로잡으면 나쁜 폼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라고 했다.
아이들은 'YK PITCHING LAP' 실내 훈련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훈련장 인근 한강공원으로 나가 러닝을 한다. 하체 강화를 위한 기본 훈련이다.
윤 전 코치는 정점에 선 프로 선수부터 고교생까지 다양한 선수를 지도했다. 그는 선린중-선린상고-성균관대를 거쳐 1984년 OB 베어스에 입단해 신인왕에 올랐다. KBO리그 최초의 전문 마무리로 길을 열었다. 두산, 삼성에서 선수를 하고 SK 와이번스, 두산에서 투수코치를 했다. 모교 선린인터넷고 감독을 맡아 35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끌었다. 방송 해설자로 활동하며 한국야구를 면밀히 지켜보고 진단했다.
윤 전 코치가 두산 투수코치로 있을 때 정재훈, 이재우, 김성배 등이 주축 마무리, 불펜투수로 발돋움했다. 선수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게 지도자에게 가장 큰 보람이다.
윤 전 코치를 만난 지난 말 훈련장에 군복을 입은 제자가 찾아왔다. 2024년 KIA 타이거즈에 6라운드 지명으로 입단한 우완투수 최지웅(22)이었다.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온 최지웅은 잠시 개인 훈련을 하고 돌아갔다. 윤 전 코치가 이전에 지도했던 선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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