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20년 동안 감독을 하면서 갑자기 순식간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처음이다."
'백전노장'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과 마주했다. 올 시즌 핵심 전력으로 구상했던 투수들이 대거 부상 아니면 부진이다.
한화는 지난해 리그 최강 마운드를 자랑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원동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팀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 리그 1위에 올랐다.
정규시즌 33승을 합작한 외국인 원투펀치 코디 폰세(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라이언 와이스(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활약상이 대단했다. 특히 폰세는 MVP 시즌을 보낼 정도로 '언터처블'이었다. 선발과 불펜 어느 하나 모자람 없이 탄탄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성적이 바닥을 찍고 있다. 한화는 올 시즌 평균자책점 5.48에 그쳐 리그 꼴찌다. 특히 불펜 사정이 좋지 않다. 8이닝 이상 투구한 불펜 가운데 조동욱(2.53)과 이민우(2.79)을 제외하면 평균자책점이 모두 4점대 이상이다. 그중 박상원이 12.00으로 가장 높다.
부상 악재가 뼈아팠다. 외국인 원투펀치 오웬 화이트(햄스트링 근육 파열)와 윌켈 에르난데스(팔꿈치 염증)가 모두 이탈했고, 문동주는 어깨 수술을 받아야 해 시즌 아웃이다. 문동주는 다음 시즌 복귀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예민한 부위를 다쳤다.
지난해 한화와 4년 78억원에 계약한 엄상백은 올해 부활을 다짐했건만 팔꿈치 수술을 결정하고 시즌을 접었다.
한화가 자랑하는 1라운더 트리오 김서현 황준서 정우주는 나란히 부침을 겪고 있다. 김서현과 황준서는 현재 2군에서 재정비를 하고 있다.
정우주는 올해 팀 내 불펜에서 가장 많은 18경기에 등판해 13⅓이닝을 던졌다. 평균자책점은 6.75로 부진한 가운데 선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문동주가 빠진 자리에 당장 들어갈 투수가 없어 정우주가 어쩔 수 없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부상으로 선발진이 헐거워지다 보니 자연히 불펜까지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투수 한 명이 아쉬워지고 보니 지난해 필승조로 활약한 한승혁(KT 위즈)과 김범수(KIA 타이거즈)의 공백도 크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김경문 감독은 5일 광주 KIA전에 앞서 "20년 동안 감독을 하면서 갑자기 순식간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처음"이라며 "지금 이번 로테이션에는 (정)우주가 해줘야 할 것 같고, 나머지 투수들이 돌아올 때까지는 어린 선수들 몇 명이 던져줘야 할 것 같다. 우주는 당연히 처음부터 100개를 던질 수는 없다. 50개 안쪽부터 시작해야 하고, 일단 동주 자리를 우주로 생각하고 있다. 다음에 에르난데스 자리는 (박)준영이나 젊은 선수들도 꾸려볼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희망 요소는 있다. 화이트는 이제 6주를 거의 채워가고 있다. 오는 15일 이후 복귀할 수 있다. 에르난데스는 가벼운 부상이라 오래 자리를 비우진 않는다. 화이트의 대체 외국인 잭 쿠싱의 6주 계약이 끝나면, 김서현이 다시 마무리투수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김 감독은 "아무래도 화이트가 돌아오면 아무래도 그 자리(쿠싱 자리)를 했던 (김)서현이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투수코치와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일단 서현이는 올라와서 던지는 것을 보고, 그다음에 괜찮다면 마무리를 맡길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5일 KIA전에 좌완 신예 강건우를 선발로 깜짝 기용했다. 황준서 자리가 비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강건우는 1이닝 5실점에 그쳤고, 8이닝이나 책임져야 했던 불펜도 7점이나 내주면서 무너졌다. 한화는 7대12로 패했다.
사실 KIA 마운드도 선발 이의리가 1⅔이닝 5실점으로 무너져 한화로선 절호의 기회였는데, KIA 불펜이 한화보다는 더 힘을 냈다.
한화는 류현진과 왕옌청 자리를 제외하곤 모두 대체 선발로 채워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지금 시기를 어떻게 버텨야 부상 이탈자들이 돌아왔을 때 다시 5강 싸움을 걸어볼 여지가 생긴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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