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이미 야구팬들이라면 그의 이름 석 자가 전혀 낯설지 않다. 물론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광주의 '대투수'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키움 히어로즈 타선에서만큼은 그가 가장 뜨거운 '에이스'다. 바로 2년 차 내야수 양현종(21)의 이야기다.
침체에 빠진 키움 타선에서 가장 날카로운 창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제 막 기회를 잡기 시작한 신예다. 2025년 신인드래프트 6라운드 51순위로 입단한 양현종은 5월 들어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양현종의 최근 기세는 수치로 증명된다. 지난 1일부터 매 경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그는 타율 2할5푼(16타수 4안타) 2홈런 5타점 2볼넷을 기록 중이다. 안타 4개 중 절반이 홈런일 정도로 압도적인 장타력을 과시하며 어느새 팀 내 홈런 1위 자리까지 꿰찼다. 특히 지난 5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키움이 기록한 유일한 득점 역시 양현종의 방망이 끝에서 나온 솔로포였다.
설종진 키움 감독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하다. 설 감독은 6일 경기에 앞서 양현종의 홈런 장면을 회상하며 "원래 힘이 있는 선수라고는 생각했지만, 어제는 사실 조금 놀랐다"고 털어놨다.
그를 놀라게 한 건 홈런 그 자체보다 '배짱'이었다. 설 감독은 "3B2S 풀카운트 상황에서 자기 스윙을 100% 가져가는 2년 차 선수를 본 적이 거의 없는데, 양현종이 그걸 해내더라"며 "나름대로 준비를 정말 열심히 했다. 올해 1군에 올라오면서 스스로 자신감이 확실히 생긴 것 같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6일 경기에서는 타고난 수비 감각까지 보여줬다. 올 시즌 처음 나온 삼중살(트리플 플레이)이 그의 손에서 시작됐다. 1-2로 뒤진 6회말, 키움은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다. 무사 만루에서 전병우의 타구가 3루수 양현종 정면으로 향했다. 양현종은 공을 잡아 곧바로 3루를 밟아 1아웃. 이어 2루로 정확히 송구했고, 이를 받은 2루수 안치홍이 주자를 지운 뒤 1루로 전력 송구해 1루수 최주환이 타자 주자 전병우까지 잡아냈다. 양현종의 판단력이 빛난 순간이었다. 보통은 3루 아웃 후 1루로 송구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양현종은 삼중살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순간적으로 해내 덕아웃 분위기를 바꿔놨다.
사실 대구는 양현종이 나고 자란 고향이다. 고등학생 시절까지 수없이 오갔던 익숙한 야구장에서 프로 데뷔 후 첫 고향 방문 홈런을 터뜨린 것이다.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양현종은 "나고 자란 도시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 마음이 편했다. 특히 어제(5일)는 부모님과 할아버지, 고모까지 온 가족이 야구장에 오셨는데,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홈런을 쳐서 정말 기쁘다"며 수줍게 웃었다.
당시 홈런 상황에 대해서는 "풀카운트였는데 상대 투수가 직구가 좋은 투수여서 노리고 있었는데 마침 직구가 와서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며 "퓨처스에서부터 타격시 타이밍을 잡는 연습했던 것이 지금 경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금의 좋은 감을 길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
설종진 감독은 양현종을 비롯한 신예들에게 기량보다 '자세'를 강조한다. "기량적인 부분보다 시합 나가서 덕아웃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플레이를 다 하라고 한다. 2S라도 자신 있게 돌리라고 주문한다"는 것이 설 감독의 지론이다.
양현종은 이 기회를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있다. 설 감독은 "본인도 내부 경쟁 중이라는 걸 잘 안다. 기회가 왔을 때 느껴지는 절실함이 대단하다"며 "작년에 퓨처스에서 보낸 시간 동안 많은 걸 느꼈을 것이다. '한번 보여주겠다'는 그 자세가 좋은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비록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양현종은 "내 기록보다 팀이 승리하는 게 우선"이라며 의젓한 모습까지 보였다. '대투수'와 이름은 같지만, 자신만의 '대타자' 길을 걷기 시작한 키움의 양현종. 그의 방망이가 고척을 넘어 KBO리그 전체를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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