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지현 기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표현을 활동명과 가사에 사용해 논란을 빚어온 래퍼 리치 이기(Rich Iggy)의 공연이 결국 취소됐다. 노무현재단이 공연금지 가처분과 추가 법적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공연장 측도 "혐오·비하 표현을 지향하지 않는다"며 대관 취소를 결정했다.
19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공연장 연남스페이스는 공식 SNS를 통해 "2026년 5월 23일 예정돼 있던 공연은 공연 기획사와의 협의를 통해 최종 취소됐다"고 밝혔다.
공연장 측은 "해당 공연은 외부 대관 계약이었고, 계약 당시에는 힙합 뮤지션들의 단체 공연이라는 내용만 전달받았다"며 "이후 노무현재단 측의 제보를 통해 공연 포스터와 출연 뮤지션 관련 논란을 확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비하 표현 및 사회적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콘텐츠를 지향하지 않는다"며 "관련 내용을 확인한 뒤 공연 기획사에 공연 진행이 불가함을 통보했고, 최종적으로 공연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관객과 뮤지션 여러분, 그리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가족 및 노무현재단 관계자들에게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리치 이기는 오는 23일 오후 5시 23분 서울 마포구 연남스페이스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이날 공연 출연자 라인업에는 노엘, 더 콰이엇, 팔로알토, 딥플로우 등 래퍼들이 이름을 올렸다. 티켓 가격 또한 5만2300원으로 책정돼 있었는데, 공연 날짜와 시간, 가격 모두 노 전 대통령 서거일인 5월 23일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오며 거센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리치 이기는 그동안 발표한 곡에서 노 전 대통령의 이름이나 서거 방식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일부 가사에는 여성 혐오와 성적 대상화, 아동 대상 성범죄를 연상시키는 표현 등도 포함돼 논란이 이어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노무현재단은 공연 주최사와 공연장 측에 공연 취소와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조수진 변호사 겸 노무현재단 이사는 "공연금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하겠다"며 "필요할 경우 민사 손해배상 청구와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후속 조치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공연장과 공연기획사 측이 잇따라 공연 취소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노무현재단 역시 이날 입장문을 통해 "재단의 대응으로 혐오 공연이 취소됐다"며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공동체의 가치를 훼손하고 역사의 아픔을 모욕하려는 시도에 대해 앞으로도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리치 이기의 본명은 이민서로 2006년 생이다. 서울디자인고등학교 졸업 후 2024년 데뷔했다.
olzllove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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