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프랑스 파리로 향하던 여객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항공사와 항공기 제조업체가 17년 만에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파리 고등법원은 21일(현지시간) 에어프랑스와 에어버스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두 업체의 책임을 인정하고 법정 최고형인 22만5천 유로(약 3억9천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벌금 액수는 대기업의 자본력에 비하면 상징적인 수준에 불과하지만 17년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조종사 개인의 실수를 넘어 기업의 시스템적 방치가 참사를 낳았다는 점을 사법부가 공식 인정한 판결이 됐다.
한국인 1명을 포함한 승객 216명과 승무원 12명 등 총 228명을 태운 에어프랑스 소속 에어버스 A330은 2009년 6월 1일 리우데자네이루를 출발한 지 몇 시간 만에 대서양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228명 모두 숨졌다.
프랑스 항공사고조사국의 조사 결과 당시 기상 악화로 외부 속도 계측 장치가 얼어붙어 자동조종 모드가 해제됐고, 이 상황에 당황한 조종사가 대처를 미숙하게 하는 바람에 비행기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프랑스와 에어버스는 모두 과실 치사 혐의를 부인해왔다. 에어버스는 비행기가 추락한 주요 원인을 조종사에게서 찾았고, 에어프랑스는 조종실 안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다고 항변했다.
두 업체의 책임 여부를 둘러싼 오랜 논쟁 끝에 2021년 두 업체가 재판에 회부됐으나 2023년 4월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제조사인 에어버스가 속도 센서의 결빙 위험성을 알고도 부품 교체를 신속하게 하지 않았고, 에어프랑스 역시 조종사들에게 센서 결빙 시 대처법을 충분히 훈련시키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법원은 다만 이러한 과실들이 228명의 사망을 초래한 추락 사고로 곧장 이어졌다는 확실한 인과 관계를 입증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검찰 역시 두 업체의 유죄를 입증할 법적 증거가 부족하다며 이례적으로 무죄를 구형했다.
대기업 봐주기라는 여론의 비판과 유가족 측의 항의에 검찰은 추가 사법 판단을 받아보자는 취지로 1심 판결에 항소했고, 고등법원은 3년 만에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 사고로 아들을 잃은 희생자 협회장 다니엘 라미씨는 법정 밖에서 "정의가 실현됐다"고 판결을 환영했다.
과실 치사 혐의를 부인해 온 에어버스는 그러나 대법원에 상고해 최종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밝혔다.
라미씨는 에어프랑스와 에어버스 측에 더 이상 재판을 끌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 절차를 계속하는 데는 인간적, 도덕적, 법적 정당성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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