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오는 사람들이 꼭 먹는 것은 무엇일까.
여러 나라의 이민자가 모여들어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도시인만큼 매 끼니 선택의 폭이 넓지만, LA를 찾은 요즘 관광객들이 택하는 것은 한 잔의 스무디다.
프리미엄 마트 에레혼에서 파는 이 스무디의 가격은 21달러, 한화로는 3만2천원에 달한다.
그야말로 밥 한 끼 가격이지만, 유기농과 프리미엄 이미지, 스타 마케팅까지 더해지면서 쉴 새 없이 팔려나가고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저스틴 비버 부인 헤일리 비버와 협업한 스트로베리 글레이즈 스킨 스무디, 이른바 '헤일리 비버 스무디'다.
생긴 것도, 맛도 평범한 딸기 바나나 스무디지만, 아몬드 우유부터 메이플 시럽까지 모든 재료가 유기농이라는 점을 강조해놨다.
몸에 좋은 비싼 식료품을 내세워 최고급 마트를 표방하는 에레혼의 정체성을 갈아 넣은 셈이다.
특이한 재료도 더했다.
헤일리 비버 스무디에는 바다 이끼(해조류)가 들어가고, 바닐라 말차 스무디에는 어류 콜라젠이 포함돼 있다. 물론 맛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어쩐지 건강해지는 기분은 덤이다.
스타 마케팅도 이 스무디 인기의 큰 축이다.
헤일리 비버는 물론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유명 인사들과 돌아가며 협업하고 한정판 메뉴를 내놓고 있다.
K-팝 가수 가운데서는 지난해 블랙핑크의 리사가 태국식 아이스티를 재해석한 '타이 업 더 월드'를 내놨었고, 올해는 캣츠아이의 '가브리엘라' 스무디가 탄생하기도 했다.
현재는 킴 카다시안의 모친인 크리스 제너와 협업한 '넌 잘하고 있어'(You're doing amazing) 스무디가 신메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스타들이 제각기 자신의 특징과 취향을 담아 스무디를 만드는 만큼 팬들도 이를 맛보며 '팬심'을 충족한다.
전 세계에서 미국, 그 가운데서도 캘리포니아주 LA 카운티 일대에만 문을 연 에레혼의 희소성도 한몫한다.
이 때문에 해외는 물론 미국 다른 지역에서 찾아온 관광객도 에레혼에 들르는 것이 하나의 코스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손녀이자 인플루언서인 카이 트럼프도 올해 3월 LA를 찾아 에레혼에서 쇼핑하고 헤일리 비버 스무디를 마시는 모습을 공개했다.
그저 스무디 한 잔이지만, 이 안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겨있다.
소득계층에 따라 이용하는 마트 브랜드가 갈리는 미국 문화, 유기농에 대한 선호, 할리우드 스타들의 마케팅. 어쩌면 이 맛은 미국의 맛일지도 모른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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