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도 맨유만큼의 유대감 생겨" 韓 떠나는 린가드의 감동 작별사…"행복했기에 계약기간 2년 채운 것"[현장인터뷰]
[상암=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K리그 역대 최고 네임밸류 제시 린가드(33·FC서울)가 '상암 고별전'을 앞두고 지난 2년간 한국 무대를 누빈 소회를 밝혔다.
린가드는 9일 오후 6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6차전 멜버른 빅토리(호주)전 홈 경기 사전 기자회견에 선수 대표로 참석해 "내일 경기는 나의 마지막 경기"라며 "2년간 목표를 이룬 것 같다. 다들 알겠지만, 나로서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에서 생소한 문화에서 축구를 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았다. 다른 세계란 걸 인지했다. 그래서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걸 되뇌었다. 지난 2년 돌아보면 생각보다 잘 지낸 것 같다.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다면 언제든지 떠났을 거다. 즐거웠고 행복했기 때문에 계약기간 2년을 다 채웠다. 모든 순간이 다 재밌고 행복했다. 2년 동안 많은 걸 배우고 한 인간으로 성장했다. 특별하게 다가온다. 한국과 서울에 유대감이 많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린가드는 10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멜버른전을 통해 고별전을 치른다. "경기 끝나고 울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맨유, 웨스트햄을 떠날 때 눈물이 많이 났다. 유대 관계가 있어서다. 서울과도 그 정도 유대관계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경기 끝나고 팬과 대화를 하고 눈물 흘릴지는 내일 되어야 알 것 같다"라며 웃었다.
린가드는 2년간 누빈 K리그에 대해선 "너무나 피지컬적인 리그라 쉽지 않았다. 올 시즌 많은 팀이 저에게 맨마킹 들어와 피지컬적으로 힘들게 했다. 하지만 그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힘든 상황에서 나름 활약을 할 수 있어서 만족하고 기쁜 부분이 있다. 인간적으로 한국에 있으면서 성숙해진 것 같다. 주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평소엔 갖지 않았던 성숙함을 배울 수 있었다. 한 인간으로서 성장한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경기장 내 최고의 순간은 "올 시즌 강원전 4대2 역전승"을 꼽았고, 경기장 밖 최고의 순간으론 "팬과의 만남"을 골랐다.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덕에 광고, TV 촬영, 프로그램 촬영도 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잊고 싶은 순간으론 '전자스쿠터 논란'을 골랐다. "전혀 예상지 못한 순간이다. 유럽에선 당연시 됐지만, 한국에서 큰 문제가 된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당황스러웠고, 깜짝 놀랐다. 그 순간을 기억에서 지우고 싶다"라고 했다.
지난해 2월 서울로 깜짝 이적한 린가드는 2년간 K리그 무대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024년 3월 인천과의 홈 경기에선 2007년 이후 17년만의 최다 관중인 5만2600명이 경기장을 찾아 '맨유 출신' 린가드 스타 파워를 실감케했다. 린가드는 전매특허 피리 세리머니와 '한국 패치'가 반영된 둘리 댄스 세리머니로 화답했다.
맨유에서 200경기 이상을 뛴 한 차원 높은 실력으로 '보는 재미'도 높였다. 첫 시즌 적응 및 부상 등의 여파로 컵대회 포함 26경기에 출전해 6골에 그쳤지만, 적응을 끝마친 올시즌엔 현재까지 40경기에 나서 지난시즌 두 배인 12골을 폭발했다.
지난 1월 김기동 서울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속 서울의 주장으로 선임돼 1년간 솔선수범하기도 했다. 린가드보다 나이 어린 국내 선수들은 '제시형'이라고 부르며 외국인 주장 린가드를 따랐다. 린가드는 "지난 2년간 정말 많은 걸 배웠다. 감독님한테 많은 걸 배우고 동료들에게 많은 걸 배웠다. 개인적으로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성격, 캐릭터, 퍼스널리티다. 첫 해에 왔을 때 한국 선수들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조용하고 소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많은 선수가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게 됐었고, 그런 걸 보면서 기뻤다. 선수들이 떠들고 시끌시끌하게 하고, 감정 표현을 하는 걸 보면서 뿌듯한 한 해가 됐다. 2년간 경험한 것들을 특히나 어린 선수들에게 공유하고 싶고 성장하고 싶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식채널을 통해 떠난다고 발표한 다음날, 선수들이 날 많이 찾아왔다. 사진도 찍고 내 유니폼에 사인도 받아갔다. 난 우린 가족이고 평생 친구가 됐다. 난 이 팀을 떠나지만, 언제 어디서나 연락을 할 수 있다. 런던이나 맨체스터에 올 기회가 있으면 꼭 연락하라고 말했다"고 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세월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린가드와 서울이 이별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2 1(옵션) 계약을 체결한 린가드는 지난달 K리그1 정규리그를 끝마친 후 구단에 '팀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서울은 5일 이별을 공식 발표했다. 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린가드는 지난 2년간 서울을 대표하여 전력 상승은 물론, 서울의 브랜드 가치와 위상을 크게 높이는 특별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엄청난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팀을 넘어 K리그 전체를 상징하는 선수로 활약했다. 이에 구단은 린가드와 연장 계약 옵션을 발동해 더 함께하는 것을 추진했지만, 린가드는 지금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적절한 시점이라며 축구 여정의 다음 스테이지를 펼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구단은 감사와 존중의 마음을 담아 대승적으로 선수의 요청을 최종 수용하기로 했다. 한결 같은 모습으로 팀을 위해 모든 것을 함께한 린가드에게 무한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새로운 도전에도 아낌없는 응원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3시즌을 마치고 포항을 떠나 서울 지휘봉을 잡은 김기동 서울 감독은 2년간 린가드와 동고동락했다. 린가드의 경기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상황에서도 선발 라인업에서 린가드를 빼는 법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전폭적인 신뢰를 드러냈다. 김 감독은 "처음 제시를 만났을 때 가슴이 벅 찼다. 이런 레벨있는 선수와 해볼 경험이 한국에선 거의 불가능하다. 처음 만나선 티격태격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알아갔다.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됐다. 이심전심이 됐달까. 어떤 성향인지, 뭘 좋아한지, 경기장에서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게 됐다. 그런 린가드와 헤어진다고 하니까, 앞으로 더 오랜시간을 함께 했으면 더 좋은 퍼포먼스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일 경기에선 지난 ACL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옆에 선수들이 도와줄 것이어서 지난 경기보다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린가드는 향후 계획에 대해선 "오직 신만이 안다. 일단 정신적으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 가족과 연말을 보낼 생각이다. 한국에서 2년간 몸상태, 체력이 좋아졌다. 어딜 가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1월에 한번 보자"라고 했다. 'K리그에서 몸을 만들어 유럽 무대에서 재기하는 케이스'가 나올 수도 있다.상암=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2025-12-09 18:4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