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체육 키다리아저씨' 배동현 BDH이사장 불패 신화! 평창 첫金 신의현→밀라노 첫金 김윤지, 11년 진심 지원이 빚어낸 K-노르딕의 기적[밀라노-코르티나 패럴림픽 현장]
[테세로(이탈리아)=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김윤지 선수가 대한민국 여성의 힘을 전세계에 보여줬어요. 정말 말이 안되는 일을 해냈어요!"
'스마일 철녀' 김윤지(20·BDH파라스)의 바이애슬론 사상 첫 금메달, 여성선수 최초의 금메달 쾌거에 '키다리아저씨' 배동현 BDH재단 이사장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8년 전 평창의 설원에서 신의현의 사상 첫 금메달 쾌거에 눈물을 펑펑 쏟았던 '울보 선수단장' 배 이사장이 이탈리아 세로 설원에서 8년 만에 '여성 최초의 금메달리스트' 김윤지와 함께 활짝 웃었다. 시상식장에서 얼마나 소리를 질렀던지 그의 목소리는 또 쉬어 있었다.
김윤지는 8일(한국시각) 이탈리아 테세로 크로스컨트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 바이애슬론 여자 개인 좌식 12.5㎞에서 38분00초1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을 결합한 종목인 바이애슬론은 유럽 일부국가의 전유물이다. 압도적 주행과 사격의 집중력을 동시에 요하는 종목인 데다 레이스 운영의 경험치도 중요하다. 패럴림픽서도 우크라이나, 미국, 중국 등 일부 국가가 메달을 싹쓸이하는 이 종목에서 대한민국 스무살 여대생이, 변변한 노르딕 스키 훈련시절도 없는 한국에서, 그것도 첫 패럴림픽에서 압도적 1위에 올랐다는 건 기적이다. 대한민국 동계패럴림픽 여자선수 최초의 메달이자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에서 '철인' 신의현이 대한민국 최초로 크로스컨트리에서 획득한 금메달 이후 8년 만의 두 번째 동계패럴림픽 금메달, 최초의 원정 패럴림픽 금메달이다.
더욱 놀라운 건 대한민국이 지난 8년새 획득한 2개의 동계패럴림픽 금메달이 모두 배동현 이사장이 이끄는 BDH파라스에서 나왔다는 점. 한 기업의 진심 어린 후원이 스포츠와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배 이사장은 자타공인 '장애인 체육의 키다리 아저씨'다. 2012년부터 장애인노르딕스키연맹 수장을 맡았고, 2018년 평창패럴림픽을 앞둔 2015년 민간기업 최초로 '창성건설' 장애인 노르딕스키 실업팀을 창단했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체육과장이었던 정진완 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을 먼저 찾아가 '실업팀 창단' 자문을 구한 일화는 유명하다. 11년 전, 이 만남이 없었더라면, 신의현, 김윤지의 동계패럴림픽 금메달은 없었을지 모른다. 대한민국의 배 이사장의 부친은 대한바이애슬론연맹, 대한승마협회장, 2007년 창춘동계아시안게임 선수단장을 역임한 배창환 창성그룹 회장이다. '부전자전' 스포츠 사랑이 대한민국 체육사를 바꿨다.
배 이사장의 헌신적인 지원에 힘입어 장애인 노르딕스키는 2018년 평창서 첫 기적을 썼다. 창성건설 소속 '철인' 신의현이 크로스컨트리에서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애인 스포츠의 매력에 더 깊이 빠져든 배 이사장은 파리패럴림픽을 앞둔 2023년 장애인 체육 지원을 위한 BDH재단을 설립했고, BDH 파라스를 창단해 기존 노르딕스키팀에 사격팀을 추가했다. 배 이사장이 또 한번 선수단장으로 나선 파리패럴림픽에서 BDH 파라스 소속 '사격 에이스' 조정두가 금메달, 김정남이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2년 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 이번에도 'BDH 불패의 신화'는 계속됐다. BDH파라스는 지난해 한체대에 입학한 김윤지를 영입, 유럽 전지훈련 및 월드컵 등 실전 출전을 적극 지원했다. 김윤지가 노르딕 스키 입문 3년도 안돼 월드클래스로 폭풍성장한 배경에는 'BDH'의 그림자 지원이 있다. 패럴림픽을 앞두고 노르딕스키 대표팀은 지난달 4일부터 한달 넘게 리비뇨 현지에서 고지대 체력 훈련을 이어왔다. 우연히 전훈 출국장에서 마주친 선수단이 비즈니스를 타는 모습을 목도했다. 최고의 선수들을 위한 최고의 무대, BDH는 최고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달설 연휴 땐 리비뇨 현지로 직접 날아가 '셰프'를 자청했다. 훈련에 지친 선수들에게 떡국은 물론 삼계탕, 낙지볶음, 소갈비구이 등 한식 보양식을 '대접'하며 연일 진심어린 밀착 지원을 이어갔다. 8년 전 평창 때 본 초심 그대로였다. 김윤지는 금메달 직후 취재진에게 "배동현 이사장님이 리비뇨 전훈장에 오셔서 한식을 손수 요리해주셨다. 건강한 음식을 맛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덕분에 좋은 성적도 나왔다"며 마음을 전했다.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선수단을 향해 큰절을 올리고, 파리패럴림픽 해단식에서 선수단 전원에게 순금 20돈 메달을 선물했던 배 이사장의 진심은 밀라노-코르티나에서도 변함이 없다. 대표팀 전원에게 최신형 삼성 갤럭시탭과 갤럭시 워치를 선물하고, 조향사 검증을 받은 '기분 업' 헤어-바디제품 등 정성스러운 선물로 선수들의 컨디션과 사기를 끌어올렸다. 노르딕스키뿐 아니라 종목별 경기장을 방문해 뒤에서 헌신하는 지도자들에게 '1000만원' 금일봉을 전달하고 선수 가족, 직원들을 위한 선물까지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BDH의 절대적인 믿음과 세심한 지원에 장애인 국가대표들이 금빛 투혼으로 화답하고 있다. 대회 개막 이틀 만에 전해진 김윤지의 첫 금메달 소식에 배 이사장은 "말이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목에 메었다. 노르딕스키연맹 회장을 지낸 부친을 따라 어린 시절부터 수없이 많은 바이애슬론 국제경기를 목도한 배 이사장은 "우리 선수들에게 이 종목 메달은 정말 불가능같은 일이고 앞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제대로 시작한 지 2년 밖에 안된 이 어린 선수의 금메달은 정말 말이 안된다"며 혀를 내둘렀다. "어쩌면 은, 동메달을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금메달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다. 금메달을 따줄 줄은 나도 몰랐다"면서 "첫 패럴림픽인 만큼 바이애슬론 금메달은 빠르면 4년, 8년, 12년 후까지 생각했다. 말이 안된다. 옥사나 (마스터스)를 이겼다는 게"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국인의 힘을 보여줬다. 대한민국 여성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줬다. 스무살 친구가 세계 여성의 날에 엄청난 일을 해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이어 배 이사장은 "어리지만 윤지를 존경한다"고 했다. "이런 훌륭한 선수들을 지원할 수 있음이 감사하고 윤지선수를 만난 것도 감사하다"고 했다. "이제 이 훌륭한 선수들을 위해 뭘 해줄지 또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BDH와 11년 끈끈한 동행을 이어온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김윤지의 금메달 낭보에 "와, 대한민국 파라 노르딕스키가 남녀 금메달을 다 따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민관이 협력해 만들어낸, 기적같은 일이다. 배동현 이사장님이 11년 전 실업팀을 창단한 결실이 이어지고 있다. 한 기업의 10년 '한우물' 투자가 한 종목을 이렇게 바꿀 수 있단 걸 보여줬다"며 감사를 표했다. "어려서부터 신인선수 캠프를 통해 꿈나무를 발굴하고, 기업과 연계해 함께 키워내는 우리의 방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앞으로 더 많은 뜻있는 기업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마일리' 김윤지의 도전은 계속된다. 아직 '주종목' 크로스컨트리는 시작도 안했다. 배 이사장과 정 회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행 능력에선 '레전드' 옥사나 마스터스를 능가하는 김윤지가 사격이 없는 크로스컨트리에서 압도적 직진 본능으로 사상 첫 다관왕에 오를 수 있다는 근거 있는 기대다. 'BDH 파라스' 김윤지는 10일 크로스컨트리 스프린트, 11일 10㎞ 인터벌 스타트, 13일 바이애슬론 스프린트 추적, 15일 크로스컨트리 20㎞ 인터벌 스타트에 도전한다. 테세로(이탈리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2026-03-09 19:5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