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탑티어를 노리는 넥슨, 시가총액 3조엔 돌파의 의미는?
지난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한국의 1세대 대표 게임사 넥슨이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넥슨은 현재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데, 지난달 27일 종가 3768엔을 기록하며 시가총액이 3조 1000억엔(약 29조 4400억원)을 돌파, 3조엔 시대를 처음으로 연 것이다. 이는 5일 코스피 시장 기준으로도 상위 23번째의 시가총액이다.
넥슨은 지난해 한국 게임사 가운데 처음으로 연 매출 4조원 시대를 연데 이어, 원화 환산으로도 30조원에 육박하는 시총을 유지하며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을 대표하는 게임사로서의 확실한 위상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글로벌의 유수 게임사들이 전통적인 콘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데 비해, 온라인과 모바일 중심의 프랜차이즈 라인업에다 콘솔 신작을 추가하는 등 모든 플랫폼을 아우르며 이뤄낸 성과라는 점은 차별화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이 기세를 이어 넥슨은 올해 또 다시 사상 최고의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성장세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한국 게임사에 어떤 이정표를 세워나갈 수 있을지, 기대감이 계속 커지는 상황이다.
▶다양한 전략과 라인업, 또 하나의 역사를 쓰다
넥슨은 지난 1일 장중 3846엔의 주가를 찍으며 지난 2011년 12월 상장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역시 상장 당시 5500억엔 수준에서 14년만에 3조엔을 돌파하며 5배 이상 증가하는 등 확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넥슨은 이런 기업 가치의 핵심 동력으로 이정헌 넥슨 대표이사가 내세운 'IP 성장 전략'의 성공적인 안착을 꼽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CMB(캐피탈 마켓 브리핑) 행사에서 기존 주요 IP를 확장하는 '종적 성장', 그리고 신규 IP를 발굴하는 '횡적 성장'을 양대 축으로 삼아 2027년까지 매출 7500억엔(약 7조 12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는데, 1년여가 지난 상황에서 기업가치가 30% 넘게 증가한 것처럼 시장은 넥슨의 미래 성장성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
'종적 성장' 측면에서는 넥슨 특유의 라이브 운영 역량과 인기 프랜차이즈 IP의 시너지 효과가 여전한 상황이다. 그동안 축적한 방대한 유저 데이터베이스를 최대한 활용, IP의 생명력 연장은 물론 매출을 더 증대시키고 있다. 국내에서 '메이플스토리'는 이용자 친화적 업데이트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약 3배 성장했으며, '던전앤파이터'(PC)와 'FC' 프랜차이즈 역시 견고한 성장세를 기록중이다.
또 글로벌 누적 판매 500만 장을 돌파한 인기작 '데이브 더 다이버', 견고한 팬덤을 보유한 서브컬쳐 게임 '블루 아카이브' 등 남녀노소 유저를 가리지 않는 대중화 혹은 확실한 마니아층을 두루 공략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출시된 신작들은 '횡적 성장'을 견인하며 매출 기여와 체질 개선을 함께 이끌고 있다. 지난 3월 출시된 '마비노기 모바일'은 20년이 넘는 원작의 감성과 생활형 콘텐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장기 흥행 발판을 마련하며 '2025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통령상(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같은 달 선보인 '퍼스트 버서커: 카잔' 역시 정교하고 호쾌한 액션성과 완결성 있는 서사에 대한 호평을 받으며 '2025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과 기술창작상을 수상해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또 하반기 출시작들도 강력한 모멘텀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 개발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아크 레이더스'는 글로벌 누적 판매량 400만 장(11월 11일 기준)을 빠르게 돌파하며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 확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출시 2주 만에 거둔 성과로, 초기임을 감안하면 향후 판매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1월 6일 출시한 모바일 방치형 RPG '메이플 키우기' 역시 초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밖에 지난 6월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최고 인기 데모로 선정된 '빈딕투스: 디파잉 페이트'가 '마비노기' IP의 추가 확장 가능성을 입증했고, '프로젝트 오버킬', '던전앤파이터: 아라드'의 글로벌 출시가 2027년까지 이어지며 '던전앤파이터' IP의 세계관이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이에 더해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의 '낙원: LAST PARADISE', 넥슨게임즈의 '우치 더 웨이페어러(Woochi the Wayfarer)' 등 다양한 장르의 신규 IP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향후 기대감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최고 게임사를 향해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게임 대장주 크래프톤의 시총이 5일 현재 11조 7320억원임을 감안하면, 넥슨은 2.5배 이상으로 한국 게임사 중 독보적인 선두라 할 수 있다. 국내보다는 훨씬 더 큰 자본시장이자 기업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는 일본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겠지만, 이 역시 넥슨의 전략이 잘 통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넥슨이 목표로 하고 있는 글로벌 탑티어 게임사로 진입하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남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텐센트, 소니, 넷이즈 등 게임뿐 아니라 복합적인 ICT 산업군을 보유하고 있어 시총이 상대적으로 훨씬 큰 글로벌 유수 테크 기업을 제외하고 게임산업에 특화된 기업으로 따지면 5일 기준으로 일본의 닌텐도의 시가총액은 16조 2336억엔(약 154조 1900억원)으로 넥슨의 5배가 넘는다. 이어 미국의 로블록스(약 658억달러·약 97조 900억원), 미국의 EA(약 505억달러·약 74조 5100억원), 미국의 테이크투 인터랙티브(약 450억달러·약 66조 4000억원) 등이 넥슨을 앞선다.
하지만 넥슨은 경쟁사들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높고, 안정적인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의 라이브 게임 매출로 인해 빅 IP 경쟁에서 조금 더 자유로운데다, 최상위급 현금성 자산을 활용해 글로벌 M&A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으며, 완만하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에 언젠가는 이들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란 가능성은 분명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정헌 대표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IP 확장 전략에 따라 핵심 프랜차이즈와 신규 IP 모두의 성장에 가속도를 높일 계획"이라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2025-12-08 08:1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