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전도연(52)이 50대의 나이에도 결핍을 채워가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자백의 대가'(권종관 극본, 이정효 연출)는 남편을 죽인 용의자로 몰린 '윤수'와 마녀로 불리는 의문의 인물 '모은', 비밀 많은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5일 공개 이후 2,200,000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2위에 등극했다. 또한 대한민국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총 9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올랐다. 전도연은 남편을 죽인 용의자로 몰린 여자 윤수를 연기했다.
전도연은 '자백의 대가'가 두 여자의 이야기라는 것에 끌려 선택하게 됐다고. 그는 "작품을 고를 때 장르를 보고 고르는 것은 아니지만, 좋았던 것은 스릴러라는 장르에 두 여자 인물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었다. 그 부분이 흥미로웠다"면서 "여성 중심 서사라는 것이 특별할 것은 없는데, 어느 순간 특별하게 느껴지는 게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남성중심 서사 이야기에 질리고, 이야기가 다 뻔하다 보니 다른 방향으로 틀어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시청자들도 어느 순간 너무 재미있었다고 해서 보지만, 다양한 작품을 보기를 원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자백의 대가'는 수많은 '교체'와 '변화'를 거쳐 탄생한 작품이다. 이응복 감독이 최초 연출자로 거론됐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했고, 추후 심나연 감독도 제작 과정에서의 잡음 끝에 하차했다. 또한 송혜교와 한소희가 먼저 캐스팅이 됐었으나, 동반 하차하면서 표류했던 상황이다. 이후 전도연과 김고은이 '자백의 대가'의 손을 잡아 작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전도연은 이에 대해 "저도 늘 1순위일 수 없고, 차선이 최선이 되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에 크게 뭘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담담히 답했다.
담담하게 답하기는 했지만, 전도연 덕분에 '자백의 대가'가 완성된 것은 사실이다. 전도연의 선택 덕에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자백의 대가'에 합류했고, 표류작이었던 이 작품은 단숨에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전도연은 "다들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배우들이었다. 그래서 저도 촬영을 하면서 놀라기도 했다. 분량이 '저분이 하기엔 큰 분량이 아닌데' 싶은 것도 흔쾌히 해준다고 했을 때는 '내가 정말 열심히 잘 살았구나' 싶었다. 쉬운 길은 아니지만, 쉬운 선택을 하지 않았기에 힘들고 지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저 배우들과 호흡하고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도연은 "왜 힘든 것만 선택하느냐고 하시는데, 그건 제 취향도 아니고 선택할 수 있는 것 중에 최선의 선택만 해왔던 것이다. 쉽거나 다른 선택이 있었다면, 다른 선택을 하기도 했던 것 같다. 저도 살아남아야 하잖나. 저도 저에게 그런 한계를 느끼고 싶지 않아서, 갇혀있지 않으려고, 다양한 것을 선택하고 싶지만, 작품 수도 줄었고 다양한 작품을 선택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특별출연 같은 경우도 선택하고 있다. 전도연이란 배우에 대한 생각을 넓혀가는, 그런 걸 하고 싶은 것 같다"고 고백했다.
전도연은 '자백의 대가'를 포함해 지난해 연극 '벚꽃동산', 그리고 영화 '리볼버', '굿뉴스' 등 다양한 작품에서 자신의 연기를 펼쳤다. 전도연이 힘을 더하면 모든 작품이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흥행력 덕에 '벚꽃동산'은 해외 투어까지 돌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도연은 "저 망한 작품도 많다"며 겸손하게 입을 열며 "연극의 경험이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오래됐기에, '벚꽃동산'이 해외 투어를 간다고 했을 때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지를 몰랐다. 그런데 같이 하는 배우들이 대단한 일이고, 이례적인 일이라고 얘기를 해줘서 알았다. 그리고 제가 끊임없이 무대에 서는 배우가 아니다 보니까, 잘되고 못되고의 개념이 달랐던 것 같다. '이건 잘 될 거야, 안 될 거야'가 아니라 무대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는 것에 모든 포커스가 가 있었기에 나중에 무대에 올라가서 안 것 같다. 이게 굉장히 잘 되고 있다는 것을"이라며 웃었다.
전도연은 '타고났다'는 평을 듣는 배우다. '천상 배우'라는 평이 어울리는 배우인 것. 전도연은 "전도연에 대한 편견일 수도 있고, 일방적인 생각일 수도 있는데, 저는 어느 순간, 예전에는 사람들의 시선이나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가 더 중요했다면, 지금은 그 생각이 반반이 됐다. 저는 저 자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중요한 것 같다. 남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을 충족시키는 것은 쉬울 수도 있다. 속일 수도 있다. 카메라 뒤에 숨을 수 있는 직업을 가졌기에. 그런데 제가 저 자신을 속일 수는 없는 거잖나. 그렇기에 조금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 제 만족도가 중요하기 문에. 그래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봤을 때는 '뭘 저렇게까지 노력해, 열심히해' 하지만, 그건 평가받고 보여지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저를 채우는 작업 중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전도연은 "저는 이게(연기가) 타고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인가 생각했다. 그런 건 다 물려받는 거잖나. 그런데 저희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더라도 그런 끼를 가진 분들은 없어서 신기하기는 하다. 이런 게 개천에서 용 났다는 건가 싶기도 했다. 분명히 타고난 끼도 있고, 거기다 노력도 하는 거라고, 배우라는 직업은 뭔가 기본적인 것을 조금이라도 더 가지고 있어야 그래야 노력도 더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50대 여배우로서 여전히 여성성을 지키고, 멜로와 로코가 가능한 배우기도 하다. 전도연은 "여자 배우로서 나이도 50대고, 배우로서 여자의 매력, 여성성을 잃는다는 것은 큰 마이너스라고 생각했다. 아직은 멜로도 해보고 싶고, '일타스캔들' 이후에 60대가 돼서도 로코를 할 거라고 큰 소리를 쳤지만, 의심도 하고 있다. 얼마 전에 변성현 감독과 홍경 씨가 어디 인터뷰를 하는데 홍경 씨가 저랑 멜로를 하고 싶다고 했다더라. 변성현 감독이 캡처해서 보내면서 '20대 남자 배우가 선배님과 멜로 찍고 싶어한다. 자신감을 가지라'고 하는데 뭉클했다. '아직까지 배우로서 매력이 있구나' 싶었다. 배우로서 매력을 잃는 것은 치명적인 일이잖나. 그렇기에 그 기사를 보고 굉장히 감동도 받고 힘이 났다"고 밝혔다.
전도연은 결핍을 채워가는 과정을 통해 배우로서 만개하는 중이다. 그는 "저에게도 결핍은 너무 많다. 결핍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고, 저를 지탱해주는 힘이 아닌가 싶다. 결핍이 많기 때문에, 그건 남들이 생각하는 결핍과 달리 저 스스로 느끼는 것이기에, 그걸 채우고 싶어서 더 노력하게 되고, 그리고 어느 순간 예전에는 '극복해야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왜 극복해야 하지?' 하는 생각도 든다. 이것 자체도 '나'이고, 조금씩 나를 채워가면서 살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2025-12-18 20:5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