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지배 김범석의장 책임회피 논란…주식팔아 5천억원 현금부자(종합)
쿠팡 주가 5% 급락…한미 이원화한 기형적 지배구조 도마
김범석, 의결권 70% 보유한 실질적 경영자…논란 때마다 숨어
정부·국회 출신 대거 영입해 대관 강화…과방위선 "한국이 우습나" 질타도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진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에서 5% 넘게 급락했다.
사고의 파장이 미 증시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주가 급락을 부추겼다.
특히 대부분 사업 성과를 한국에서 거두면서도 미국에 본사를 뒀다는 이유로 사회적 책임을 피하는 기형적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美증시서 쿠팡주가 급락…과로사 논란에 개인정보 유출로 '기름'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쿠팡Inc는 전 거래일 대비 5.36% 내린 26.65달러에 장을 마쳤다. 장 중 한때 7% 이상으로 낙폭을 키우기도 했다.
앞서 닷새 연속 상승하던 흐름이 꺾였고 거래량은 직전 거래일 대비 4.5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날 낙폭은 지난달 5일(5.94%) 이후 한 달 만에 가장 컸다.
이번 급락은 국민 4명 중 3명에 해당하는 3천370만개 계정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이 공개된 직후 첫 거래일에 이뤄진 것으로 쿠팡의 허술한 위기관리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초기에는 수천건 수준으로 알려지던 유출 규모가 7천500배로 불어났고, 외부 해킹이 아닌 전직 직원에 대한 인증 관리 부실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내부 통제와 모니터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과 불신이 커지는 양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쿠팡 때문에 우리 국민의 걱정이 많다"며 "관계 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현실화하는 등의 대책에 나서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피해 규모가 약 3천400만건으로 방대하기도 하지만, 처음 사건이 발생하고 5개월 동안이나 회사가 유출 자체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며 "이 정도인가 싶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은 그동안 가파른 매출 성장과 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기업가치 측면에서 프리미엄을 받으면서도 내부 조직은 미성숙한 기형적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받아왔다"며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쿠팡은 그동안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면서, 여러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해 비판받아왔다.
특히 물류센터·배송 노동 환경 악화와 그로 인한 과로사 문제, 입점 수수료 과다 등으로 반복적인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만 해도 택배 노동자, 물류센터 노동자 등 8명이 사망했다. 쿠팡은 사망자의 지병 등을 언급하고 있으나 심야·휴일 배송에 따른 노동자 건강권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쿠팡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경영진이 5개 상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데다, 국감에서 수사 외압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상설특검 수사까지 받게 된 상황이다.
◇ 김범석 의장, 이미 5천억원 챙겨…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 책임은 회피
사태가 확산하면서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을 둘러싼 논란도 재소환된다.
미국 이민자인 김 의장은 의결권의 70% 이상을 가지고 있지만 국회 출석 요구가 있을 때마다 해외 체류 등을 이유로 참석을 피하고 있다.
김 의장은 서울에서 태어났으나 유년 시절 대기업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생활하면서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으며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2010년 쿠팡을 창업했다.
김 의장은 쿠팡의 클래스B 보통주를 1억5천780만2천990주(지분율 8.8%)를 보유하고 있다. 클래스B 보통주는 주당 29배의 차등의결권을 가진 주식으로, 의결권을 기준으로 하면 김 의장의 지분율은 73.7%에 달한다.
그는 지난해 11월 보유 중이던 클래스B 보통주를 클래스A 보통주 1천500만주로 전환해 처분하면서 무려 4천846억원을 현금화하기도 했다.
문제는 쿠팡이 매출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거두고 국내 소비자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면서도 미국 법인이자 미 증시 상장사라는 이유로 국내에서 사회적 책임 부담과 내부 통제 측면에서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쿠팡 모기업인 쿠팡Inc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약 13조원이다. 연 매출은 작년 처음으로 40조원을 넘었고 올해 5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만 사업과 명품 플랫폼 파페치를 제외하면 매출의 90%가량이 한국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 의장은 그러나 1년 전 5천억원가량을 손에 쥐면서 200만주를 자선기금에 증여하면서도 이를 상당 부분 미국에서 사용해 국내 사회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다만 쿠팡 측은 "기부금 배정과 운영 등 실무 진행을 위한 기부금 운영 계정이 미국에 있다"며 "해당 계정을 통해 국내 의료기관과 종교단체 등에도 지속적인 기부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김 의장은 쿠팡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도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총수) 지정'에서도 미국 국적이라는 이유 등으로 이를 피했다.
논란이 일면서 지난해 동일인 판단 기준이 개정됐지만 정작 김 의장은 4대 예외 조건을 모두 충족해 총수로 지정되지 않아 사익편취 금지와 친·인척 자료 제출 등 각종 의무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다.
다시 말해 김 의장은 모국 국민을 상대로 사업해 수십조원의 매출을 거두고 스스로 수천억원대 현금 부자가 됐지만 한국 내에서 경영책임과 사회적 책임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김 의장은 그간 해외 체류 등을 이유로 국회 청문회와 국정감사 등에 불참해 질타받았고,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 질의에도 김 의장이 아닌 박대준 대표가 출석했다.
위원들은 김 의장이 사과할 의향은 없는지 물었으나 박 대표는 "한국 법인에서 벌어진 일이고, 제 책임하에서 벌어져 제가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김 의장을 엄호했다.
박 대표는 김 의장이 개인정보 유출건에 대해 뭐라고 언급했는지 묻는 말에도 "이사회 보고 중인 것으로 안다"는 수준의 대답을 반복해 위원들로부터 "한국이 그렇게 우습나"라는 호통을 받았다. 과방위에서도 기형적인 지배구조에 대한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 정부·국회 출신 올해만 18명 영입…내부 관리시스템은 부실
쿠팡은 올해만 정부·국회 출신 18명을 영입하며 대관에 공을 들였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외부의 지적을 받아들이고 개선하기보다는 로비로 비판을 틀어막는 데 집중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 사태로 허술한 리스크(위험) 관리와 부실한 책임 경영 측면에서 '디스카운트 요인'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최대 1조원대로 예상되는 과징금과 집단소송에 따른 손해배상 가능성, 회원 탈퇴 러시 등으로 수익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쿠팡이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한 만큼 허술한 관리·통제·책임 경영 측면에서도 빠른 속도로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이번 사고로 기업가치와 경영 방식 전반에 대한 재평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mj@yna.co.kr
<연합뉴스>
2025-12-02 14:3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