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1분' 왜 팔꿈치 아프단 투수 마운드 올렸나…"사실 노경은 바로 올라오기 어려웠는데"
[도쿄=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바로 올라오기에는 사실 노경은이 몸을 풀기가 어려웠다."
류지현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9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열린 '2026년 WBC' C조 조별리그 호주와 경기에서 7대2로 승리, 8강 진출을 확정한 뒤 비하인드 하나를 공개했다. 선발투수 손주영이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 시점이 사실은 1이닝 투구를 마친 직후였다는 것.
경기 시작하자마자 진땀을 흘린 순간이었다. 손주영은 지난 7일 급하게 호주전 선발을 맡기긴 했지만, 1이닝 만에 교체할 계획은 없었다. 최소 2이닝 이상 투구를 기대했는데, 1이닝 만에 자진 강판을 요청하니 감독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한국 벤치에 있는 모두가 머리를 맞댔다. 손주영을 일단 마운드에 올려 연습 투구를 가볍게 하게 하고, 그다음에 벤치에 부상 시그널을 줘서 2번째 투수 노경은이 몸을 풀 시간을 더 벌어주자는 결론을 내린 것. 3실점은 곧 1라운드 탈락인데, 어쨌든 손주영에게 기대했던 몫만큼 투수를 더 써야 하니 난감했다.
류 감독은 "손주영이 1회를 던진 이후 불펜에서 연락이 왔다. 팔 상태가 안 좋다고 했고, 사실 불펜 준비가 덜 된 상황이었다. 오늘(9일) 우리 KBO 직원들, 스태프들이 조언을 잘한 게 그때(2회초 2사 1, 2루) 김도영이 빠르게 타격을 하면서 빨리 이닝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바로 올라오기는 사실 노경은이 몸을 풀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류 감독은 이어 "근데 KBO 직원들이 와서 손주영을 먼저 마운드에 올려보낸 다음에 부상 교체로 심판한테 이야기하면, 우리가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래서 손주영이 마운드에 올라갔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 살짝 2개를 던지고 1분이라는 시간을 벌었다. 그 상황 속에서 노경은이 준비할 시간이 됐고, 그다음에 내가 마운드에 올라가서 심판에게 양해를 구했다. 우리 통역이 '갑작스러운 부상이라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하니 심판이 들어줬다. 그래서 조금 더 시간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노경은은 벤치에 어렵게 시간을 벌어 준 노력을 헛되게 하지 않았다. 2이닝 28구 1안타 1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쳐 8강행의 일등 공신이 됐다. 여기서 노경은이 무너졌다면, 한국의 경기 초반부터 탈락을 확정할 위험이 컸다.
노경은은 "경기 들어가기 전부터 준비하라고 해서 준비는 하고 있었다. (손)주영이랑 편하게 이야기하면서 농담 삼아 '뒤에 있으니까 편하게 던져'라고 했는데, 1회까지 던질 줄은 몰랐다. 그냥 다 짜냈다. 내가 빨리빨리 몸을 푸는 것을 김광삼 투수코치님이 잘 알고 계셨고, 나도 내가 나가겠다고 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손주영은 "내가 팔꿈치 부상이 꽤 자주 있는 편이라서 바로 예방했다. 조금 던져 보니까 점수를 주면 안 되는데, 사실 내가 조금 던질 수는 있어도 (부상) 예방 차원에서 100%로 못 던져서 구위가 약해지만 홈런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바로 코치님께 말씀을 드려서 마운드에 올라가서 시간도 조금 끌었다"고 했다.
노경은이 던지는 장면을 마음 편하게 바라볼 수는 없었다.
손주영은 "사실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노경은 선배께서 2이닝을 책임져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진짜 계속 기도하면서 간절하게 지켜봤다. (2회초 공격) 1아웃 때 캐치볼을 시작하는데 (팔꿈치) 느낌이 조금 별로라서 왜 이러지 하고 풀다가 나도 불안하고, 내가 불안하면 점수를 주기 때문에 안 되겠다 싶어 바로 말했다. 내가 고집을 부려서 될 일도 아니고, 2점 이상 주면 끝나기 때문에. 호주 타자들이 무서워서 그런 것도 아니고, 사실 아까운 게 이번 대회 때 선발투수로서 몸을 확실히 이닝을 조금 많이 던져놓고 경기를 했으면 어땠을까 그게 아쉽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류 감독은 데이브 닐슨 호주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류 감독은 "호주 감독한테 고맙다. 사실 주심이 가서 양해를 구했을 때 오해 없이 받아줘서 노경은 선수가 준비할 수 있었고,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 2이닝을 막아주면서 리드를 잘 이끌어 주지 않았나. 그래서 정말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몫을 나눈 동료들 덕분에 웃은 손주영은 "거의 무릎 꿇고 보고 싶을 정도로 간절했다. 내가 너무 못해서. 그래도 한 2이닝은 던졌어야 했는데, 그게 아쉽다. 다음 대회가 2029년인데, 지금 끝나지 않았지만 더 잘 준비하고 싶다. 내일(10일) 검진을 받는데, 상태가 좋게 나와서 4일 쉬고 또 도움이 되면 좋겠다. 경은 선배님이 '너 마음대로 편하게 던져라. 내가 다 막아줄게' 했는데 진짜 막아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도쿄=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2026-03-10 03: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