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사생활 리스크가 연예계와 방송가를 뒤흔든 한 주였다.
방송인 박나래의 '매니저 갑질, 불법 의료 의혹', 개그맨 조세호의 '조폭 친분설', 배우 조진웅의 '과거 소년원 출신' 논란, 배우 이이경의 '사생활 의혹 언급' 수상 소감까지. 논란의 규모는 제각각이었지만, 방송가의 대응은 더 극명하게 갈렸다. 누구는 정상 방송, 누구는 전면 삭제였다.
박나래 사건은 지난 3일 전 매니저 측의 가압류 신청으로 시작됐다. 폭언, 직장 내 괴롭힘, 횡령 의혹을 제기한 전 매니저들과 박나래가 서로 공방을 벌이는 사이, 모친의 2000만 원 송금 논란까지 얹혔다. 이에 박나래 측은 전 매니저들이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거액을 요구했다고 반박하며 지난 5일 공갈 혐의로 두 사람을 고소했다. 또 모친의 해당 매니저들에게 2000만 원 송금한 것 대해 "걱정한 마음에서 개인적으로 보낸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논란과 별개로 박나래가 출연하는 '구해줘! 홈즈', '나 혼자 산다', '놀라운 토요일'은 4일, 5일, 6일에 이변 없이 모두 정상 방송됐다. 박나래 측이 공방을 이어가면서도, 방송가는 '사안의 진위 불확실'과 '이미 녹화가 확보된 주력 예능'이라는 이유로 편집 없이 방영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세호 역시 조폭 연루 의혹 속에서 방송은 그대로 이어질 모양새다. 지난 4일 불법 범죄 제보를 다루는 SNS 계정에는 "조세호가 고가 선물을 받고, 조직폭력배 일원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를 홍보했다"는 내용과 함께, 조세호가 과거 경남 거창 지역 조직폭력배 최 모 씨와 최소 10년간 친분을 유지했다는 글이 게시됐다. 해당 게시물에는 조세호와 최 씨가 포옹하는 사진도 포함됐다.
그러자 조세호 소속사는 5일 "A씨 주장 모두는 개인적 추측이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A씨는 단순한 지인 관계라는 조세호 측 설명에 재반박, "10년 이상 조직폭력배와 친분이 있었다"며 이를 뒷받침할 사진을 추가적으로 공개할 의사를 밝혔다. 추가 폭로를 예고한 가운데, 조세호가 고정 출연 중인 KBS2 '1박 2일'은 7일 방송 예정으로, 편집 없이 방영될 것으로 보인다. 법적 확정 단계에 들어가기 전까지 섣불리 편집을 택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조진웅은 다르게 처리됐다. 조진웅의 과거 전력은 지난 5일 디스패치 보도로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보도에는 고교 시절 차량 절도, 강도, 성폭행 시도 혐의로 소년원 송치된 이력, 성인 이후 동료 폭행과 음주운전 전력까지 포함돼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특히 과거 정의로운 이미지로 쌓아온 신뢰가 더 큰 충격을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소속사가 "미성년 시절 일부 문제는 있었다"고 인정했지만, 구체적 해명 없이 성폭행 연루를 부인해 불신만 키우자, 결국 조진웅은 6일 공식 입장을 통해"저를 믿고 응원해주신 분들께 실망을 드렸다.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겠다"며 사실상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본인이 인정하자, 방송가는 발 빠르게 손절에 들어갔다. 7일 방송되는 SBS 다큐 '갱단과의 전쟁'은 기존 조진웅의 내레이션을 전면 삭제했고, 이미 나간 1부까지 수정 중이다. 올해 초 촬영이 시작돼 2026년 편성을 목표로 한 tvN '시그널2'도 향후 처리 방안 논의에 돌입했다.
이이경은 지난 6일 대만 가오슝에서 열린 AAA 시상식에서 자신의 사생활 루머를 정면으로 언급했다. 이이경은 "일기예보에 없던 우박을 맞는 기분이었다"며 강경 대응 의지를 밝히고, "SNL 코리아, 나 이제 목요일 쉰다"라는 말로 최근 MBC '놀면 뭐하니?'에서 하차한 상황을 에둘러 드러내며, 고정 출연자인 하하,주우재만 언급하고 유재석을 제외했다.
이 논란은 10월 한 온라인 폭로자가 이이경이 자신과 음란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하며 SNS에 메시지와 사진을 공개한 데서 출발, 소속사와 이이경은 이를 허위라고 강조하며 폭로자를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한 상태다. 문제는 이 사건이 '놀면 뭐하니?'와의 관계로까지 번진 점이다. 이이경은 루머가 조작으로 확인됐음에도 '놀면 뭐하니?' 측이 하차를 권유했고,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교체 사실을 기사로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재 영화와 여러 예능은 변동 없이 촬영 중"이라며 자신을 계속 기용한 프로그램들에 감사 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이에 '놀면 뭐하니?' 제작진은 뒤늦게 출연자 보호가 미흡했다며 사과했다.
이처럼 동일한 '논란'이지만 결과는 극명히 갈린 분위기다. 그 가운데서, 결국 방송가의 선택 기준은 명확해 보인다.
박나래와 조세호는 예능판 핵심 인물인데다, 이미 녹화가 완료된 분량이 많아 당장 들어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사건의 진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편집할 경우, '이이경의 '놀면 뭐하니?' 하차 사태'처럼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도 제작진이 의식한 모양새다. 실제로 이이경은 논란이 조작으로 드러나기 전 하차 권유를 받고 프로그램을 떠났고, 그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다. 이런 사례가 다른 예능 제작진에게도 '성급한 손절은 더 큰 리스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조세호의 경우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편집 없이 등장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일부 시선도 있다. 해당 프로그램이 유재석의 브랜드 신뢰도를 기반으로 정체성을 구축해 온 만큼, 사생활 논란이 불거진 출연자를 그대로 포용할지 여부는 제작진의 리스크 판단과 직결된다는 해석이다. 최근 이이경이 '놀면 뭐하니?'에서 하차 권유를 받았을 때 마침 그 프로그램 역시 유재석이 중심에 서 있는 대표 예능이었다는 사실이 맞물렸기 때문.
그러나 일각의 해석일 뿐, 특정 사례가 유재석 개인에 의해 좌우됐다는 정황은 전혀 없다. 오히려 유재석은 '놀면 뭐하니?'에서 이이경의 하차 사실을 직접 시청자에게 알리며 "드라마, 영화 스케줄이 많아 제작진과 조율 끝에 떠나게 됐다"고 설명하며 "고생 많았다, 앞으로 왕성한 활동을 응원한다"고 박수를 보냈다.
그런가 하면, 조진웅은 정반대였다. 논란의 기록이 문서로 존재하고, 본인도 일부 사실을 인정한 만큼 '지우기 모드'가 불가피했던 상황. 특히 조진웅이 참여하던 작품들이 범죄와 정의를 다루는 콘셉트였다는 점에서, 내레이션과 캐릭터는 더더욱 유지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시그널2' 역시 정의로운 형사 캐릭터가 본질인 만큼, 교체 혹은 편집은 피할 수 없는 수순으로 보인다. 다만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어떤 해결책을 택할지는 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2025-12-07 13:5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