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모델과의 생애 첫 맞대결이었다.
'한국 테니스의 대들보' 정 현(20·삼성증권 후원)은 그 동안 국제대회 때마다 코트가 아닌 경기장 밖에서 스쳐가는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29·세르비아)를 바라만 봤다. 롤모델과 대결이 성사되기 위해선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운 좋게 추첨을 통해 조코비치를 뽑거나 아니면 대회 결승에는 올라야 했다.
정 현의 꿈이 이뤄졌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남자단식 1라운드에서 조코비치와 충돌하게 됐다. 이날을 꿈꾸며 테니스 선수를 이어온 정 현이었다. 정 현에게는 승리보다 배움의 자세가 옳았다. 실력차는 분명했다. 정 현은 '언더독'의 반란을 꿈꿨다. 그러나 스무 살이 된 한국 테니스 대들보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 현은 조코비치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정 현은 18일(한국시각) 호주 멜버른의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조코비치와의 대회 1회전에서 0대3(3-6, 2-6, 4-6)로 졌다.
이날 정 현은 1세트에서 반전의 향기도 풍겼다. 2-2로 대등함을 유지했다. 조코비치를 깜짝 놀라게 한 스트로크 운영도 보여줬다. 2-3으로 뒤진 상황에서 자신의 서브 게임 때 강력한 리턴 스트로크로 조코비치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정 현은 롤모델인 조코비치에게 박수를 받기도 했다.
끈질겼다. 정 현은 2-3으로 뒤진 상황에서 자신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당한 뒤 곧바로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해 3-4로 조코비치를 압박했다.
다만 정교함과 집중력이 아쉬웠다. 오랜 랠리 끝에 간발의 차로 아웃이 되는 스트로크 실수가 자주 연출됐다. 승부처에서 범실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기록이 말해준다. 조코비치는 1세트에서 첫 서브로 올린 포인트가 72%에 달했다. 정 현도 70%로 크게 뒤지지 않았다. 첫 서브에 대한 리턴 포인트는 오히려 정 현이 27%로 조코비치(26%)를 앞질렀다.
1세트를 3-6으로 내준 정 현은 2세트 초반 조코비치의 노련미에 맥을 추지 못했다. 0-4로 끌려갔다. 그러나 이대로 무너질 수 없었다. 정 현은 다시 힘을 냈다. 다섯 번째 게임에서 8번째 듀스까지 끌고 갔다가 연속 서브에이스로 게임를 따냈다.
그러나 계속해서 첫 서브에 대한 득점율이 떨어졌다. 경기 막판 조코비치는 80%인 반면 정 현은 63%로 밀렸다. 네트 플레이에서도 조코비치가 한 수 위였다. 결국 2-5로 밀린 상황에서 조코비치의 강서브를 막지 못하고 2세트도 내주고 말았다.
포기는 없었다. 정 현은 3세트 마지막 힘을 쏟아부었다. 급격한 체력 저하를 보이던 상황에서도 자신의 서브 게임을 차근차근 따내며 4-5까지 끌고갔다. 이날 가장 많은 게임을 따낸 세트였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정 현은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을 내주고 2016년 호주오픈을 마무리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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