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전에는 (정)설빈이가 한방이 있다."
윤덕여 여자대표팀 감독은 일본 출국을 앞둔 2월 21일 전남 영암 현대호텔 목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전 해결사'로 정설빈을 지목했었다. 윤 감독의 예언은 적중했다. 29일 리우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북한과의 1차전(1대1 무) 전반 31분 정설빈의 발끝이 번쩍 빛났다. 문전에서 이민아의 침착한 킬패스에 이은 거침없는 슈팅, 짜릿한 선제골이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북한전 프리킥 선제골에 이어 또 한번 '북한 킬러'의 면모를 뽐냈다. 북한에게는 아찔한 실점이었다. 김광민 북한 감독은 "뜻하지 않게 실점하며 선수들이 조급한 마음에 사로잡혀 긴장하면서 경기를 운영했다"고 털어놨다.
경기 후 윤 감독은 "일찌감치 북한전 원톱 스트라이커로 낙점했었다"고 털어놨다. 영암 훈련장에서부터 북한전 원톱으로는 정설빈을 찍어뒀다. 윤 감독은 "설빈이는 좋은 선수다. 회복능력도 좋다. 기회를 주는 만큼 능력을 보여줬다. 북한전에 좋은 기억이 있다. 자신감도 있다"며 선발을 암시했었다.
여자축구 올림픽 티켓은 월드컵보다 더한 '바늘구멍' 전쟁이다. 한국 일본 북한 호주 중국 베트남 중 오직 1-2위팀만이 리우행 티켓을 손에 얻는다. 국가대표 명품 수비수 출신인 윤 감독은 치밀한 전략가다. 윤 감독은 북한, 일본과 먼저 격돌하는 대진을 소리없이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서는 무패로 가야한다. 적어도 3승2무 이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북한, 캐나다월드컵 준우승국 일본을 상대로 목표는 '무패' '승점'이다. 북한전을 앞두고 "선실점하면 무리수를 두게 된다. 절대로 먼저 실점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북한전은 윤 감독이 준비한 대로 풀렸다. 선실점 하지 않았다. 중원에서 경기를 잘 풀어냈고, 선제골을 넣었고, 지지 않았다. 원하던 승점 1점을 확보했다.
올림픽 티켓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윤 감독은 냉정하게 답했다. "쉽지 않다. 하지만 안된다는 생각은 한번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북한, 일본에 대한 두려움은 예전의 일이다. 지금은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있다. 근래의 아시안게임, 동아시아컵에서도 큰 차이는 없었다. 부족한 것을 조금만 메우면 우리도 두려움 없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 선수들은 미들지역에서 능력이 탁월하다. 이민아 이영주 지소연 등의 패스워크가 좋다. 측면에선 전가을 정설빈은 돌파할 수 있는 개인능력이 뛰어나다. 강한 슈팅을 날릴 수 있는 힘도 있다. 공격라인에서는 패스워크가 잘 연결되면 마무리할 수 있는 능력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리우올림픽 티켓 2장이 어디로 갈 것 같으냐"는 돌직구 질문에 윤 감독은 망설임 없이 "우리가 간다"고 답했다. "우리와 북한, 남북이 같이 가면 더 좋은 그림이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런던때 일본이 4승1무, 북한이 3승2무로 올림픽 티켓을 땄다. 지면 안된다는 이야기다. 승점 10점 이상은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중국 우한에서 열악한 여건속에 동아시아대회 준우승을 달성한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도 모두가 3패만 안했으면 좋겠다고, 꼴찌만 안하면 다행이라고 했었다. 설빈이가 미친 활약을 펼쳤다. 이번에도 우리선수들이 잘해줄 것이다. 나는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고 말했다.
리우올림픽 티켓을 '기적'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윤 감독은 "노력없는 기적은 없다"고 답했다. "기적도 운도 노력하는 사람에게 따르는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그런 면에서 지금까지 잘 따라와줬다. 역사를 창출한다는 것,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것, 우리는 그 도전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도전을 우리가 하고, 그 역사를 우리가 썼으면 좋겠다. 캐나다여자월드컵처럼 우리가 하면 첫 길을 연다. 우리 선수들이 새 역사, 새길을 여는 세대가 됐으면 한다. 올림픽의 새 역사를 써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나와 우리 선수들은 팬들의 생각에서 잊혀지더라도 여자축구 역사의 현장은 남아 있다. 그 부분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윤 감독은 선수들에게 '혼신'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했다. 29일 북한전에서 선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라운드에 마지막 1%까지 온몸의 힘을 쏟아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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