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상무 내무반은 1주일 내내 칼을 갈았다.
'예비역 병장' 이정협(25·울산 현대)이 시즌 개막 1주일 전 선전포고를 했다. "상주에서 큰 사랑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나는 전역한 민간인이다. 개막전 상대가 상주라고 해서 특별한 감정은 없다. 다만 상주 선수들의 휴가-외박을 잘라주고 싶다." 선임병 이정협이 제대한 뒤 '내무반 최고참'으로 등극한 '상병' 임상협(28·상주)이 발끈하고 나섰다. "(이)정협이는 상주에서 큰 선수다. 휴가-외박은 부대장님이 주시는 건데 무슨 소리를 하는 지 모르겠다(웃음). (울산을) 이겨서 (휴가증을) 따내면 되는거다." 상주-울산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은 승리라는 명예와 '휴가증'이라는 실리가 걸린 '휴가 더비'가 됐다. 지난해 대전을 이끌다 자리에서 물러난 뒤 새롭게 상주 지휘봉을 잡고 '두 번째 클레식 데뷔전'을 갖는 조진호 상주 감독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정협이에게 고맙다. (이정협의) 휴가 발언 뒤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아직 (국군체육)부대장님과 약속은 하지 못했지만 오늘 이기면 (휴가 요청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상주 선수단의 의욕에 '별'도 화답했다. 곽 합 국군체육부대장(준장)이 경기장을 찾았다. 상주는 그동안 부대장 방문 경기에서 무패를 자랑해왔다. '휴가증'이라는 당근 뿐만 아니라 '별이 뜨면 지지 않는' 상주의 승리 징크스까지 더해진 것이다. 남은 것은 승리 뿐이었다.
'예비역'의 도발은 '수사불패'의 군인정신 앞에 무너졌다. 상주의 공격이 후반부터 불을 뿜었다.후반 시작 1분 만에 이승기가 울산 진영 아크 오른쪽에서 얻어낸 프리킥 기회에서 그대로 왼발로 감아찬 슛이 수비벽에 가담했던 서정진의 머리에 맞고 굴절되어 그대로 골망 안으로 빨려 들었다. 7분 뒤에는 '신병' 김성준이 아크 오른쪽에서 문전 방향으로 살짝 올려준 크로스에 오른발을 갖다댄 김도엽이 골포스트를 맞고 굴러나온 볼을 재차 왼발슛으로 마무리, 순식간에 두 골차로 앞서갔다. 상주 선수단은 득점이 터질 때마다 곽 준장이 자리 잡은 본부석 쪽으로 달려가 '충성' 구호와 함께 거수경례 세리머니로 흥을 돋우었다.
'예비역' 이정협의 몸놀림은 실망스러웠다. 이날 울산 원톱으로 최전방에 선 이정협은 상주 수비진의 철저한 마크에 힘을 쓰지 못했다. 상주가 두 골차로 앞서가기 시작하자 이정협은 수비 경합 과정에서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는 등 조급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본부석에서 경기를 관전한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눈빛은 외면할 수 없는 부담이었다. 다급해진 윤정환 울산 감독은 선수 교체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하지만 상주의 탄탄한 수비에 되려 역습으로 위기를 맞으면서 추격에 실패했다.
울산을 두 골차로 꺾은 상주는 지난 2014년 11월 29일 경남과의 클래식 최종전 이후 471일 만에 클래식에서 승점 3을 챙겼다. 조 감독 역시 지난해 4월 26일 수원 삼성전 이후 323일 만에 클래식에서 승리를 거머쥐며 활짝 웃었다.
상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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