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보통 캐릭터에 흠뻑 취해 메소드 연기를 펼치는 배우를 두고 우스갯소리로 '약 빤 연기'라 말하는데, 지난밤 시청자를 얼어붙게 만든 배우 유아인이 그러했다. '약 빤 연기'의 진수를 선보인 유아인, 그에게 도핑테스트가 시급하다.
지난 15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김영현·박상연 극본, 신경수 연출) 48회에서는 이방원(유아인)이 세자이자 동생인 이방석(정윤석)을 죽이고 왕권을 장악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존경하던 스승 정도전(김명민)을 죽이는 것을 시작으로 피의 전쟁을 선포한 이방원은 섬뜩한 살기를 드러내며 세자 이방석을 찾아갔다. 그는 "살려달라" 애원하는 어린 이방석의 울부짖음을 외면, 칼을 휘둘러 죽였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정도전과 이방석을 죽인 이방원은 곧바로 아버지이자 조선의 왕 이성계(천호진)가 있는 궁궐을 포위했다.
때마침 조준으로부터 정도전과 이방석의 비보를 듣고 격노한 이성계와 맞닥뜨렸다.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한 이성계는 이방원의 목에 칼을 겨눴고 이방원은 이런 아버지의 모습에 그동안 쌓인 한 맺힌 심정을 토해냈다. 그는 "소자를 죽일 수 있는 분도 아바마마밖에 없습니다. 아바마마께서 도저히 저를 용서치 못하시고 죽이고자 하신다면 소자 그것도 받아들일 수 있사옵니다. 차라리 죽으면 이 고통도 끝이 나겠지요. 죽이십시오. 결정하십시오. 제 생사가 아바마마의 손끝에 달렸지 않사옵니까"라고 절규했다. 애통하고 사무친 아들의 발악에 허탈감을 느낀 이성계는 결국 칼을 거뒀다.
이틀에 걸쳐 방송된 이방원의 제1차 왕자의 난은 이렇게 정리됐다. 왕자의 난에서 드러난 유아인의 연기는 마치 브레이크 고장 난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했다. 제동이 걸리지 않는 광기로 매 장면 폭주하며 시청자에게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 것.
마치 600년 전 이방원을 불러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이방원의 감정과 표정, 몸짓까지 완벽히 소화한 유아인은 경이로움 그 자체. '육룡이 나르샤'를 씹어 삼킨 괴물 같은 유아인을 따라올 자 누가 있겠나. 이쯤되면 천상천하 유아(인)독존이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SBS '육룡이 나르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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