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 스트레스는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한화 이글스 선수들은 지난 19일 부산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를 앞두고 단체 삭발을 했다. 연패를 끊고자 하는 선수단의 각오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하지만 한화는 19~20일 롯데에 또다시 패하고 말았다. 김성근 감독은 당시 선수들의 삭발과 관련해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팬들에게 미안하다. 나도 머리를 깎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표현 말고 지금의 괴로운 심정을 드러낼 수는 없을 것이다.
주장 정근우도 마찬가지였다. 정근우는 21일 롯데전을 앞두고 취재진에 앞에 앉았다. 전날 김 감독의 사과 표현에 대해 정근우는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선수들 입장에서는 더 미안한 것 같다. 잘 해보려고 하고 있지만, 결과가 좋게 안나오니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정근우는 올해 새롭게 한화 주장을 맡았다. 주장이라서 책임감이 더 클 수도 있겠지만 정근우는 "주장이니까 그런걸 느낀다는 거는 말이 안되고, 한 팀의 선수로서 미안하고 그런 것이다"면서 "선수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많은 얘기는 하지 않는다. 지금은 선수들이 각자 위치에 자기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정근우는 단체 삭발과 관련해 "잘 안되다 보니까 잘 해보자는 의미에서 내가 먼저 잘랐는데, 말도 안했는데 선수들이 다 따라와줬다. 외국인 선수들도 지금 우리 분위기를 잘 알고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미에서 알아서 깎았다고 하더라. 고맙다"면서 "다만 결과가 좋았으면 동기부여가 됐을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합심해 위기를 헤쳐나가자는 뜻을 모으고 있지만 아직은 결과로 나타나지 않으니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면서도 정근우는 "결과가 잘 안 나오지만, 그래도 분명히 좋은 일이 생길 거라 믿는다"며 희망의 끈을 붙잡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어제 기사를 통해 감독님이 미안하다고 하신 걸 봤다. 개인이나 팀이나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비난이나 질타가 따라오는 것은 당연하다. 안 좋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우리도 미안한 마음을 갖고 좋아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팬들에게 죄송하다. 버티고 또 버텨서 열심히 하겠다. 이제 잘 극복해서 칭찬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부진 탈출에 대한 각오를 드러냈다.
부산=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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