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났다. 분풀이 좀 하자.'
이번 주말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에 흥미로운 매치가 이어진다.
K리그 사상 최초의 '수원 더비(수원FC-수원 삼성)'와 FC서울과 성남의 선두 경쟁이 제법 볼 만하다.
하지만 이들 못지 않게 "빅매치의 원조는 우리"라고 외치는 곳이 있다. 7번 국도를 타고 동해안 남동쪽으로 가면 된다.
울산과 포항이 올해 첫 '7번국도 더비'에서 격돌한다. '동해안 더비'라고도 불리며 K리그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K리그 우승 경험을 가진 전통의 두 팀이 만날 때면 7번 국도가 요동친다. 거리도 가깝고 화창한 봄날이어서 14일 오후 3시 울산월드컵경기장은 양 팀 팬의 함성으로 때이른 무더위가 될 전망이다.
이번 대결은 통산 151번째다. 그동안 희비 주기를 보여왔다. 2012년까지 42승44무53패로 울산이 열세였다. 클래식-챌린지가 도입된 2013년부터 '장군멍군'을 불렀다.
2013년 울산이 2승1무1패로 우위를 점했다. 그러자 포항이 2014년 2승1무1패로 전세를 뒤집었다. 윤정환 감독이 부임한 2015년에는 1승2무로 울산이 다시 주도권을 가져갔다.
지난 3년 동안 울산은 김호곤(2013년)-조민국(2014년)-윤정환(2015년∼) 등 감독이 계속 바꼈다. 올해는 포항이 황선홍에서 최진철 감독으로 바꿨으니 빼앗긴 기세를 다시 가져올지 관심사다.
때마침 울산과 포항은 묘한 상황에서 만난다. 종로에서 뺨맞고 와서 서로를 한강 삼아 화풀이할 태세다.
급한 쪽은 포항이다. 포항은 11일 FA컵 32강전에서 챌린지 부천FC에 0대2로 완패했다. 단국대에 1대2로 패한 상주와 함께 하위리그에 패한 클래식 팀으로 체면을 구겼다.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K리그 클래식에서 2연승을 달리다가 덜컥 맞은 패배다. 포항은 지난 8일 올 시즌 최강 서울을 3대1로 완파하면서 사기가 바짝 오르려던 참이었다.
한때 거취논란에 휘말렸던 최 감독에 대해 이재열 단장이 "100% 신임"을 천명(2일)한 이후 연승과 대어잡이(서울전 승리)로 반전에 성공하며 5위로 도약했던 포항이다.
FA컵의 충격을 속히 털어내야 한다. 희생양이 필요하다. 울산을 상대로 분풀이를 하겠다는 심산이다. FA컵 불의의 패배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3일)-K리그(8일)에 이은 강행군 여파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울산전은 다르다. 부상으로 빠졌던 중원의 핵심 황지수의 복귀로 믿는 구석이 생겼다.
울산은 FA컵 16강에는 성공했지만 K리그에서 간신히 잡은 상승세를 좀처럼 살리지 못하고 있다. 3경기 연속 무승(1무2패) 끝에 5월 첫날 약체 인천을 1대0으로 잡으면서 5월의 반격을 꿈꾸는 듯했다.
하지만 5일 다크호스 성남에 0대3으로 완패하면서 또 한번 주춤했다. '7번국도 더비'에서 승리하면 1승 이상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포항에 출전을 벼르고 있던 황지수가 있다면 울산엔 명예회복을 벼르는 이정협이 있다. 이정협은 성남전에서 '슈틸리케호' 최전방 경쟁자인 황의조가 1골-1도움으로 펄펄 나는 모습을 보며 적잖이 자극받았다. 올 시즌 8경기 출전에 1골. 침묵의 터널 탈출구가 비중있는 포항전이라면 금상첨화다.
한편 이번 맞대결에 '7번국도 더비'의 산증인 김병지(GK)가 방문해 흥미를 더한다. 공교롭게도 김병지는 1992년 울산에서 데뷔해 2000년까지 뛰었고, 포항으로 이적해 2005년까지 활약했다. 특히 1998년 울산-포항 플레이오프 당시 김병지의 K리그 사상 최초 골키퍼 득점(헤딩골)은 울산의 결승 진출 원동력이 됐다. 양 팀 더비의 열기를 한껏 고조시켰던 추억의 일화였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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