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감독에게 승리를 선사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이다. "오늘 전남에 승리하면 제자들 덕에 감기도 싹 나을 것 같다." 이날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전남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를 앞두고 조성환 제주 감독이 던진 말이다.
제자들이 해냈다. 스승에게 3대0 완승을 선물했다. 경기 후 만난 조 감독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스승의 날을 맞이해 부족한 감독에게 승리를 선사해준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FA컵으로 인해 체력 부담이 있었지만 잘 해줬다. 앞으로 2주간 휴식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때 잘 준비해서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제주는 10라운드까지 21골로 서울과 함께 K리그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조 감독은 이날 무실점이 더 기뻤다. 조 감독은 "다득점도 좋지만 실점을 안 했다는 데에서 고무적이라 생각한다. 홈팬들 앞에서 많은 골로 답하는 것도 좋지만 실점하지 않은 것이 좋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가슴 한 구석이 쓰렸다. 패장 노상래 전남 감독은 조 감독과 1970년생 동갑내기 절친이다. 노 감독은 최근 돌연 사퇴발언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우여곡절 끝에 다행이 수습됐다. 노 감독이 전남 지휘봉을 놓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친구 조 감독이 이끄는 제주를 만나 대패를 당했다. 조 감독은 "동질감을 느낀다. 경기 시작해서 끝나는 순간까지는 그런 느낌이 안 드는데 끝나고 보니 나도 언젠가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서로가 잘 이겨나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제주는 송진형의 멀티골과 마르셀로의 추가골에 힘입어 대승을 했다. 하지만 조 감독은 이근호의 움직임을 추켜세웠다. 조 감독은 "이근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공간 침투를 통해 기회를 만들고 있다.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시즌 내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공격 포인트가 없어도 큰 기여를 하는 선수"라고 했다.
서귀포=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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