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아요. 스피드도, 볼 끝도."
두산 베어스 민병헌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스 피칭"이라고 했다. 그는 1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 앞서 "그 힘든 재활 과정을 견딘 것만으로 대단하지 않나. 그런데 구위도 변함없다. 못 치겠더라"고 했다.
원종현(NC)에 관한 얘기였다. 민병헌이 원종현을 상대한 건 지난달 31일 팀이 6-5로 앞서던 9회초. 선두 타자 오재원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뒤였다. 결과는 마찬가지로 헛스윙 삼진. 초구 직구(147㎞) 볼, 2구 직구(147㎞) 파울, 3구 직구(151㎞) 헛스윙, 4구 슬라이더(134㎞) 볼, 5구 직구(151㎞) 헛스윙이었다.
그는 1일에도 원종현을 만나 삼진으로 돌아섰다. 이번에는 투구 패턴이 변화구 위주로 바뀌었는데, 바깥쪽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에 타이밍이 안 맞았다. 초구 직구에 파울 타구를 날린 뒤 2구 슬라이더, 3구 슬라이더에도 헛스윙이었다. 민병헌은 "살이 조금 빠진 것 같지만 마운드에 선 모습은 큰 차이가 없다. 묵직하게 공이 날아 들어온다"며 "기운이 남다르다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원종현을 향한 칭찬은 선수들 입에서만 나오지 않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건강하게 던지는 모습에 감동을 느꼈다"고 했고, 두산 관계자는 "1군 엔트리에 있는 것만으로 선수단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경문 NC 감독 역시 "첫 등판인만큼 두산에서 일부러 삼진을 당해주는 것 같더라"고 웃으면서도 "1년 반 만에 등판했는데 박수도 받고 잘 잡았다. 2군과 1군은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아무래도 집중력이 더 높았을 것"이라고 했다.
원종현은 2015시즌 캠프 기간 대장암 2기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2월 초 대장 내 종양제거 수술을 받았고, 긴 재활 끝에 1군에 합류했다. 그리고 592일 만에 콜업된 그 날, 기다렸다는 듯이 쾌투를 펼쳤다. 또 오재일에게 홈런 한 방을 맞았지만 연이틀 등판해도 큰 무리가 없음을 증명했다. 이에 따라 임정호, 박준영, 박민석 등이 줄줄이 2군으로 내려간 NC는 원종현을 중심으로 필승조가 재편된 모양새다. 김경문 감독은 "그동안 연투 연습은 시켰다"고 했다.
원종현은 "1군에 올라오기 전까지 동료들에게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 보직에 상관없이 언제나 자신 있게 던지는 게 내 임무"라면서 "올해 왼손 타자를 대비해 커터를 연마했다. 앞으로 비중을 늘려나갈 생각"이라고 웃었다.
창원=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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