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새내기 송시우(23)가 데뷔 첫 해부터 특별한 별명을 얻었다.
'극장골의 사나이'다. 후반에 팀이 위기에 몰렸을 때 조커로 투입돼 경기 종료 직전 짜릿한 골을 자꾸 터뜨린다고 해서 생긴 별명이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총 12경기 중 11경기에 교체 멤버로 뛴 그는 4골을 기록했는데 모두 극장골이었다.
4월 13일 전북전 후반 45분 짜릿한 1대1 동점골을 터뜨리며 4연패의 늪에서 팀을 구했고 곧 이어진 16일 수원전(1대1 무)에서는 추가시간 4분 2경기 연속 극장쇼를 연출했다.
지난 6월 11일 다시 만난 수원과의 경기(2대2 무)에서도 추가시간 2분에 골을 터뜨린 그는 지난 3일 제주전(2대1 승)에서 후반 44분 대역전승의 발판을 놓는 추격골을 성공시켰다.
송시우는 극장골뿐 아니라 특이한 골 기록도 갖고 있다. 4골 중 3골이 외국인 공격수 케빈의 도움을 받았고 극장골 상대는 전북, 수원, 제주 등 모두 전통의 기업구단이다.
시민구단 인천에 입단할 때만 해도 송시우를 주목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는 중학교 시절부터 득점원으로 유명했고 수원공고 시절인 2011년 대통령금배 전국고교축구대회 득점왕에 오른데 이어 단국대를 2년 연속(2014, 2015년) 전국체전 정상에 올린 주역이다. 김도훈 감독은 송시우의 볼키핑력과 돌파력을 높이 평가해 2선 공격자원으로 요긴하게 키울 요량으로 영입했다. 일찌감치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송시우는 대학 시절 제법 이름을 날린 선수다. 그라운드에서도 신인이라고 주눅들지 않고 과감하게 공을 다루는 플레이를 보면 배짱도 두둑하다"고 말했다. 경기 종료를 앞둔 절체절명의 시간에 극장골을 펑펑 터뜨린 배경도 이런 배짱에서 나온 듯하다.
송시우의 극장골 배후에는 배짱과 기술만 있는 게 아니다. 비하인드스토리가 있다. 김도훈 감독과의 유쾌한 내기다. 김 감독은 3일 제주전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송시우의 활약에 대해 칭찬하며 "턱걸이 10개"를 언급했다.
턱걸이 내기를 했다는 의미였다. 김 감독은 시즌 개막 전 선수들 체력 테스트를 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송시우가 턱걸이를 5개밖에 못한 것이다. 아무리 하체 근육이 중요하다지만 축구선수가 턱걸이를 그렇게 못한 경우는 드물었다. 현역 시절 두꺼운 가슴으로 회자될 만큼 상체근육도 좋기로 유명했던 김 감독 입장에선 더 이해가 안됐다.
그래서 김 감독은 송시우에게 제안을 했다. "네가 턱걸이를 10개 돌파하면 선발 베스트로 뛸 기회를 주마." 여기엔 미완의 대기 송시우를 더 큰 선수로 키우고 싶었던 감독의 의중이 숨어 있었다.
김 감독은 "나도 선수 시절 숱하게 겪은 일이지만 공격수는 상대의 거친 수비를 뚫고 골을 넣기 위해서는 피지컬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공격수로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송시우는 키 1m75에 몸무게 70kg 정도로 공격수치곤 하드웨어가 부족한 편이다. 이를 만회하려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파워를 키워야 한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었다.
송시우에게 물었다. 지금 턱걸이는 몇 개나 하는지. 8개까지 기록을 올렸다고 한다. 송시우는 "감독님과의 약속 때문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고 있다"며 "선발로 출전하는 그날을 위해 감독님과 턱걸이 내기를 한 게 내가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만간 10개를 돌파하겠다"고 다짐한 송시우는 "'극장골 사나이'란 별명도 감사하다. 턱걸이 내기와 마찬가지로 나에게 커다란 동기부여를 만들어 준다"며 환하게 웃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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