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이었다."
4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 프랑스의 유로2016 8강전을 마친 라스 라예르베크 아이슬란드 감독이 남긴 말이다. 아이슬란드는 개최국 프랑스에 2대5로 패하며 짐을 쌌다. 그러나 아쉬움은 없다.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그라운드에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패자 아이슬란드를 향해 더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투혼으로 똘똘 뭉친 그들이 남긴 발자취는 축구팬들의 가슴을 흔들었다. 이날 경기에 나섰던 프랑스의 파트리스 에브라도 "아이슬란드가 존경스럽다. 정말 멋진 경기를 펼쳤다"며 엄지를 세웠을 정도.
아이슬란드는 인구 33만명의 소국이다. 국토의 80%가 빙하와 용암지대다. 척박한 환경이다. 그러나 축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만큼은 빙하를 녹이고도 남았다. 여느 강호 못지 않은 투지로 어떤 상대를 만나도 물러서지 않는 축구를 선보였다.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축구 변방 아이슬란드는 그렇게 기적의 드라마를 썼다. 사상최초로 유로 본선을 밟은 데 이어 본선 무대 8강까지 올랐다.
아이슬란드의 모험. 시곗바늘은 한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슬란드는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헝가리와 함께 본선 조별리그 F조에 편성됐다. 아이슬란드가 '승점 자판기'로 전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예상을 비웃듯 아이슬란드는 그들만의 동화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15일 열린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1대1로 비겼을 때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오히려 포르투갈의 부진이 집중 부각됐다. 헝가리와의 2차전(1대1)도 큰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2대1로 승리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아이슬란드(승점 5·1승2무)는 헝가리(승점 5·1승2무)와 승점이 같았지만 골득실(아이슬란드 +1, 헝가리 +2)에 밀려 조 2위로 16강에 직행했다. 아이슬란드가 쓴 동화의 1막이었다.
버거운 상대가 16강 문턱에서 아이슬란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였다. 아이슬란드의 파란도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였다. 아이슬란드는 전반 4분만에 웨인 루니에게 페널티킥 실점을 내주며 그대로 대회를 마감하는 듯 했다. 하지만 진짜 반전 드라마의 시작은 그 때부터였다. 거짓말같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실점한지 불과 2분 뒤 라그나르 시구르드손의 동점골로 1-1 균형을 맞췄다. 이어 전반 18분 콜베인 시구토르손의 역전골로 판을 뒤집었다. 이후 아이슬란드는 잉글랜드의 파상공세에 굴하지 않았다. 선수 전원이 경기 막판까지 뛰고 또 뛰었다. 종료 휘슬이 울렸다. 아이슬란드 선수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격하게 환호했다. 아이슬란드의 잉글랜드 격파. 이번 대회의 최고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아이슬란드의 동화같은 여정은 8강에서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들이 그라운드에 수 놓았던 열정과 환희는 진한 여운을 남겼다. 꿈만 같았던 아이슬란드의 여행. 잊을 수 없는 추억만들기는 한달이면 족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유로2016 4강 대진(한국시각)
포르투갈-웨일스(7일 오전 4시·프랑스 리옹)
독일-프랑스(8일 오전 4시·프랑스 마르세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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