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원이 형이 몸을 던지는데 오늘 절대 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새롭게 수원FC 유니폼을 입은 이창근의 말이다. 때로는 백마디 말보다 단 한번의 솔선수범이 더 큰 울림을 줄수가 있다. 맏형 김한원(35·수원FC)이 꼭 그랬다.
'꼴찌' 수원FC가 3일 '1위' 전북과 2대2로 비기는 작은 '이변'을 연출했다. 조덕제 감독은 이날 변칙 스리백 카드를 꺼냈다. '노장' 김한원을 중앙 수비수로 기용했다. 높이에서 다소 우려가 있었지만, 김한원의 경험과 스피드를 믿었다. 김한원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특히 불굴의 투혼이 돋보였다. 몸을 던지고 또 던졌다. 김한원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 수비수니까. 머리든, 배든, 등이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골을 먹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다"라고 했다.
몸을 아끼지 않는 노장의 모습에 후배들이 화답했다. 홀린 듯 투지를 불태웠다.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전북도 김한원의 기백 앞에서 맘껏 웃지 못했다. 조 감독도 경기 후 "맏형으로 최선을 다해준 김한원에게 특히 고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김한원은 덤덤했다. 그는 "승점 3점이 필요한 시기라 결과가 아쉽기만 하다. 다만 우리가 하나로 뭉치면 전북 같은 강팀과도 해볼만 하다는 것을 보여준 점에는 만족한다"고 했다. 김한원은 이날 동점골까지 넣었다. 후반 37분 재치있는 프리킥을 성공시켰다. 김한원은 "거리가 멀어서 인플레이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심판이 '거리 재줄까' 묻길래 '비켜달라'고 하고 바로 찼다. 권순태 골키퍼가 방심하고 있는 틈에 보인 공간에 때렸는데 운이 좋았다"고 웃었다.
김한원은 수원FC의 만능키다. 왼쪽 윙백, 오른쪽 윙백, 측면 공격수, 수비형 미드필더, 센터백까지 거의 전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다. 힘들 법도 하지만 상관없단다. 김한원은 "경기장에 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내가 들어가면 후배가 벤치에 앉아있게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경기장 밖에서도 그는 리더다. 수원FC에서 8년간 뛰었다. 내셔널리그, 챌린지에 이어 클래식까지 수원FC의 역사를 함께 했다. 올 시즌 수원FC는 많은 선수를 영입하며 팀이 완전히 바뀌었다. 김한원은 "많은 선수들이 모였다. 다른 팀에서 축구했지만 수원FC에 온 이상 우리만의 색깔로 가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최근에도 미팅을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조금씩 마음이 통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한원에게 K리그 클래식은 매 경기가 특별한 무대다. 2006년부터 3년간 인천과 전북에서 K리그를 경험했지만 이렇다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김한원은 "후배들에게 수원FC와 함께 클래식에서 뛰고 싶다고 했는데 그게 현실이 될지는 몰랐다"며 "그래서인지 이번 시즌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인생에는 굴곡이 있는 것 같다. 내셔널리그에서도 뛰어보고 클래식에서도 뛰어보고. 그래도 마지막 축구인생을 클래식에서 보낼 수 있다는게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다음에도 기회를 주면 열심히 몸을 날리겠다. 그게 내 임무다." '수원FC의 혼' 김한원이 몸소 보여준 투지, 어쩌면 이것이 수원FC가 클래식 무대에 잔류하는 가장 빠른 길인지도 모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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