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박태환(27)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나선다.
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8일(한국시각) 박태환이 리우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할 자격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같은 날 오전 "CAS의 결정에 따라 박태환의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 여부를 결정짓겠다"고 한 대한체육회는 이 결정에 따라 박태환을 대표 명단에 포함시켰다. 대한수영연맹도 박태환이 포함된 리우올림픽 대표팀 명단을 국제수영연맹(FINA)에 제출했다. 이날은 FINA에 올림픽 엔트리를 제출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이로써 박태환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부터 4회 연속 올림픽 무대에 오르게 됐다.
롤러코스터 같았던 두 달여 간의 공방
박태환은 2014년 9월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돼 FINA로부터 18개월 선수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징계기간이 지난 올해 4월 리우올림픽 국가대표 2차 선발전 4종목에서 모두 출전자격을 획득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도핑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며 박태환을 대표로 선발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박태환 측은 이미 18개월의 징계를 소화했는데 또 다시 3년간 대표 선발을 금지한 것은 '이중처벌'이라고 맞섰다. 박태환 측은 결국 4월26일 CAS에 중재신청을 했다.
대한체육회는 완강했다. 대한수영연맹도 5월 경영대표 명단에 박태환의 이름을 제외했다. 박태환 측은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지난달 23일 서울동부지법에 리우올림픽 출전 자격 판단에 관한 가처분 신청을 했다. 서울동부지법 은 1일 '대한체육회와 대한수영연맹의 올림픽 대표 선발 기준을 충족한 박태환이 리우 올림픽에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로서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밝히며 박태환의 리우행은 급물살을 탔다. 대한체육회는 4일 CAS의 결정에 따라 신속한 조처를 약속했고, 8일 이사회에서 이를 재확인 했다.
남은 것은 CAS의 판결이었다. 당초 7일 도착할 것으로 예상됐던 CAS의 판결은 8일 오후에서야 도착했고, 결국 CAS는 박태환의 손을 들어줬다. CAS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박태환에겐 국가대표 자격이 있다'는 점만 밝혔을 뿐 결정의 배경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CAS가 국제기구의 도핑 징계 이후 각 국가가 추가 징계를 내리는 것(이중처벌)을 인정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메달 가능성과 과제는?
자연스레 관심의 초점은 박태환이 리우에서 거둘 성적표에 모아진다. 박태환이 이번 올림픽 출전에 목을 맨 것은 명예회복을 위해서였다. 출전 자체에 의의를 두고 있지만 최악의 성적을 거둘 경우 아무래도 의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일단 박태환은 자유형 100m, 200m, 400m, 1500m 네 종목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메달을 노려볼 만한 종목은 주 종목인 자유형 400m. 박태환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7,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종목이다.
박태환은 4월 동아수영대회 자유형 400m에서 3분44초26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올 시즌 세계랭킹 6위에 달하는 기록이다. 기록 수립 당시 올해 세계랭킹 4위에 해당했다. 하지만 올 시즌 기록을 살펴보면 차이가 제법 난다. 올해 남자 자유형 400m 최고 기록은 맥 호튼(호주)이 기록한 3분41초65다. 호튼은 리우올림픽 자유형 400m의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박태환의 기록과는 2.61초 차이가 난다.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쑨양(중국·3분43초55)을 비롯해 코너 재거(미국·3분43초79) 등 2∼5위는 모두 3분43초대 기록을 냈다. 역시 박태환과는 차이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실전 감각이다. 박태환은 1일 참가한 호주그랑프리대회 자유형 400m에서 3분49초18(3위)의 저조한 기록을 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세웠던 자신의 최고 기록(3분41초53)은 커녕 4월 동아대회보다도 5초 가까이 뒤지는 기록이다. 박태환 측 관계자는 "선수가 심적 부담이 심해 기록이 안 나왔다"고 설명했지만 다소 아쉬운 기록임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그동안 징계 여파와 마음 고생 속에 충분히 집중할 수 없었던 훈련의 질과 양, 대표팀 확정 이후 채 30일도 남지 않은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하면 신(神)이 아닌 박태환에게 곧바로 올림픽 메달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무리일 수도 있다. 박태환의 아버지 박인호씨가 "기쁨보다 걱정이 크다. 훈련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징계 기간 국제대회를 나가지도 못했다. 올림픽 메달에 대한 기대가 많으시겠지만, 아들의 부담을 좀 덜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너그러운 시선을 당부한 것도 이러한 정황 때문이다. 하지만 불투명했던 리우행 시계가 깨끗해지며 심리적 안정감을 되찾고 명예회복이라는 확실한 동기부여까지 갖춘만큼 올림픽 3연속 메달 도전에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우여곡절 끝에 태극마크를 단 박태환은 이제 본격적인 리우 준비 태세에 돌입한다. 지난달 3일 호주 케언스로 출국해 훈련중인 박태환은 14일 귀국한 뒤 17일 미국 올랜도로 전지훈련을 떠날 예정이다. 7월 말부터는 시차 적응을 위해 리우에 있는 선수촌에 입성할 예정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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