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22·동아대)을 가까이서 보면 두번 놀란다. 첫째는 모델 같은 몸 때문이다. 그의 신체조건은 1m83-58㎏이다. 성인남자 치고는 너무 말랐다. 그의 키는 고교 시절부터 쑥쑥 자랐다. 그는 "고교 시절 매년 7㎝씩 자랐다"고 했다. 그의 큰 키는 커다란 축복이다. 김태훈은 58㎏급에서 가장 큰 선수 중 하나다. 54㎏에서 체급을 올렸지만 그는 여전히 높이의 우위를 누린다. 게다가 다리까지 길어 상대를 찍어누른다. 발이 상대 머리위로 넘어갈때도 있다.
두번째는 공격적 스타일이다. 김태훈은 시종 상대를 몰아붙이는 스타일이다. 깡마른 체격이지만 워낙 체력이 좋아 시작부터 쉴새없이 공격을 퍼붓는다. 전자호구의 도입과 공격적인 스타일을 표방하는 최근 태권도 흐름과 딱 맞는다. 김태훈은 "먼저 득점을 해야 편하다. 상대방을 밀어 경고라도 얻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선다. 공격적인게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며 "마른 체구 때문에 체력을 우려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체력은 내 장점이다. 누구한테도 뒤진 적은 없다"고 했다.
타고난 신체조건에 공격적인 스타일까지, 김태훈은 현대 태권도에서 필요한 요건을 두루 갖췄다. 전자호구 도입 이후 가장 중요해진 파워까지 장착했다. 어린 시절부터 태권도를 시작한 김태훈은 탁월한 재능으로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미 중고교 시절부터 경쟁자가 없었다. 각종 대회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며 우승을 밥먹듯 했다. 2013년 첫 국가대표에 발탁된 뒤로도 그는 우승행진을 이어갔다.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2014년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인천아시안게임을 모두 제패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최종 목적지는 리우올림픽이었다.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태릉선수촌에 입촌해 체력훈련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김태훈은 마지막 점 하나를 찍지 못했다. 김태훈은 17일(한국시각)브라질 리우 올림픽파크 내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년 리우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16강전에서 태국의 타윈 한쁘랍(태국)에게 10대12로 패했다. 말 그대로 충격의 패배였다. 김태훈은 한참동안 멍하니 있었다. 결국 눈물이 터졌다. "패배가 실감이 안난다. 다시 뛰어야 할 것 같다." 이어 "올림픽에서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컸다. 하지만 그러지 못해 내 자신에게 실망스럽다"고 자책했다. 패자부활전도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한쁘랍이 결승에 진출하며 극적인 기회가 주어졌다.
두번째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김태훈은 패자부활전에서 사프완 칼릴(호주)을 제압한데 이어, 동메달결정전에서 나바로 발데스(멕시코)마저 꺾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비록 그랜드슬램에는 실패했지만 김태훈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웠다. "4년 뒤로 다시 목표를 잡겠다. 기회가 온다면 이번처럼 쉽게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 미래를 향한 굳은 각오의 목소리. 이번 동메달이 그에게 더 큰 미래를 만들어줄 거란 확신이 든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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