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리(28·춘천시청)에게 올림픽은 '아픔'이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여제' 황경선에게 밀렸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선발전을 2주 앞두고 왼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는 불운을 겪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0년 광저우대회와 2014년 인천대회에서도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각종 국내 대회에서 최강의 실력을 과시했기에 다욱 아쉬운 결과였다. 오혜리는 "'국내용이다'는 평가를 알고 있다. 나는 똑같이 열심히 했는데 아쉬웠다. 지금 돌이켜보면 부상 있었던 것도 내 불찰이었다. 경험이 결국 부족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오혜리는 좌절하지 않았다. 한단계 한단계씩 다시 밟아나갔다. 국제 대회에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마침 올림픽 랭킹 6위까지 자동출전권에 주어지며 오혜리는 극적으로 올림픽행에 성공했다. 오혜리는 곧바로 모든 시계를 8월로 맞췄다. 11월 태릉에 들어간 오혜리는 근력 운동을 위주로 파워를 올리는데 주력했다. 물론 스피드 훈련도 소홀하지 않았다. 야간에는 바뀐 호구 시스템 적응에 중점을 뒀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계속된 훈련으로 오혜리만의 포인트를 찾았다. 그는 4월 독일오픈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더욱 자신감을 더했다.
올림픽이 다가올 수록 긴장감은 커졌다. '선배' 황경선은 "전국체전처럼 편하게 하라"는 충고를 해줬다. 오혜리도 '그래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지'라는 마음으로 부딪혀 보기로 했다. 마침내 맞이한 올림픽. 오혜리는 첫 올림픽서 제대로 사고를 쳤다. 그는 20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 올림픽파크내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년 리우올림픽 태권도 여자 67㎏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6강에서 카나다의 멜리사 파그노타를 9대3으로 제압하고, 8강에서 대만의 치아치아 추앙을 21대9로 꺾으며 기세를 올린 오혜리는 4강에서 복병 파리다 아지조바를 접전 끝에 제압하며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 만난 하비 니아레는 오혜리가 대회 전부터 라이벌로 꼽았던 선수다. 하지만 이미 올림픽 징크스를 넘은 오혜리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오혜리는 그만의 공격 태권도로 세계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다.
오혜리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아버지 기일에 맞춰 아버지 산소가 있는 강릉에 다녀왔다. 오혜리가 태권도를 처음 시작한 초등학교 2학년때 아버지는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오혜리는 "아버지가 분명 나를 지켜줄 것"이라며 웃었다. 오혜리는 메신저 프로필에 '피그말리온(Pygmalion)'이라고 적어놨다. 다른 사람에 대해 기대하거나 예측하는 바가 그대로 실현되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언제나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위한 그만의 부적이었다. 그리고 오혜리가 생각한대로 '꿈이 이루어졌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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