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발짝이 모자랐다.
황희찬(20·잘츠부르크)과 권창훈(22·수원 삼성)의 지난 여름은 '눈물'이었다. '런던 신화 재현'의 꿈을 안고 나선 2016년 리우올림픽. 출발은 산뜻했다.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8강에서 만난 복병 온두라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허공을 향한 두 선수의 텅빈 눈동자는 가늘게 떨렸다. 2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 홍명보호가 흘린 '브라질의 눈물'을 후배들도 피해가지 못했다.
그토록 간절했던 메달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헛된 땀방울은 없는 법. 두 선수가 보여준 플레이는 한국 축구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게 하기에 충분했다.
리우의 아쉬움, 슈틸리케호가 '힐링 캠프'를 자처했다. "황희찬 권창훈은 온두라스전 패배 뒤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해 심적인 괴로움이 컸을 것이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싶다." 리우올림픽을 마친 뒤 곧바로 A대표팀에 합류하는 일정의 고단함보다는 '마음의 피로'를 푸는 게 우선이었다. 슈틸리케 감독 뿐만 아니라 손흥민(24·토트넘) 구자철(27·아우크스부르크) 등 선배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선배들과의 동행은 두 영건의 눈물을 미소로 바꿔 놓았다.
지난 1일 중국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차전에서 황희찬은 후반 34분 구자철을 대신해 15분 간 활약하며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권창훈은 벤치에서 선배들의 활약을 지켜봤다. 선발출전, 공격포인트는 중요치 않았다. 최종예선의 '감'을 잡는데 주력했다.
시리아전 출격을 대비 중인 두 선수의 눈빛은 매섭다. 중국전에 선을 보인 황희찬은 특유의 빠른 발과 적극적인 몸싸움, 수비 뒷공간 공략 등 자신의 강점을 잘 드러냈다. 체력을 비축한 권창훈은 공수 연결 고리 역할 뿐만 아니라 2선 마무리까지 가능한 '멀티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는 두 선수는 시리아 격파를 위해 활용할 만한 회심의 카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황희찬은 "중국전에서 직접 부딪쳐 보니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전에서 승리한 만큼 두 번째 경기(시리아)도 이겨 상승세를 이어가고 싶다"며 "(선발 출전) 선택은 감독님의 몫이다. 몸을 잘 만들어 시리아전에 대비하고 싶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권창훈도 "(리우올림픽을 마친 뒤 곧바로 A대표팀에 합류해) 힘든 건 둘째"라며 "쉼 없이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하다.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선 많이 배워야 한다. 내게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골짜기 세대'란 오명을 실력으로 지워낸 두 선수가 조금씩 웃음을 되찾아가고 있다. 이제 새로운 도전의 무대에서 '해피엔딩'을 그리기 시작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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