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은 보장돼 있지 않아요."
한국 양궁은 자타공인 '세계 최강'이다. 한국 여자 양궁은 1988년 서울 대회부터 8연속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사상 최초로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는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영광은 잠시 뿐이다. 그 뒤에는 다시 치열한 경쟁의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경쟁 무대의 냉혹함, 리우 올림픽 챔피언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6년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구본찬(23·제주)은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일찌감치 짐을 쌌다.
구본찬이 속한 제주는 11일 충남홍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제97회 전국체육대회 양궁 남자 단체전 8강에서 인천에 세트스코어 3대5(52-53, 56-57, 57-55, 58-58)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구본찬은 개인전에 이어 단체전에서도 예선 탈락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경기 뒤 구본찬은 "전국체전은 너무 어렵다"며 "1점 차이로 메달의 색이 달라진다. 첫 발을 쏘고 1등을 해도, 뒤 이어 쏜 선수들의 기록에 밀려 메달권 밖으로 밀려나기도 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솥밥을 먹고 있는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오진혁(35)도 "1등은 보장돼 있지 않다. 모두가 메달후보"라며 "전국체전에 나온 선수 중 무작위로 3명을 뽑아서 올림픽을 나간다고 해도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자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경기를 보시는 분들 가운데는 '참 쉽게 금메달 딴다'고 생각하실 수 있다. 그러나 여자부 역시 그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말은 사실이었다. 2016년 리우올림픽 2관왕 장혜진(30·서울)도 전국체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장혜진은 서울 소속으로 나선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개인전에서는 예선 탈락했다.
장혜진은 "올림픽 챔피언이라고 해서 국내 대회 1등이 보장돼 있지 않다. 마음을 놓을 수 없다"며 "준비를 더욱 철저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이런저런 일정을 소화하느라 훈련에 집중하지 못했다. 마음을 다잡고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최강' 한국 양궁.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1등이 보장돼 있지 않은 국내 무대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뤄낸 노력의 결실이었다.
홍성=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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