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소사(31·LG 트윈스)는 불안했다. 포수 정상호와 의견이 엇갈렸다. 투수가 던지고 싶은 공, 포수가 받고 싶은 공이 달랐다. 홈 팀 넥센 히어로즈에 대단한 찬스였다. 하지만 웃은 쪽은 LG다. 포수 사인과 정반대로 공이 날아갔지만 아이러니컬하게 최고의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13일 고척돔에서 열린 LG와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4회말이 승부처였다. 0-1로 뒤지던 넥센이 1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선두 타자 윤석민은 좌전 안타, 5번 김민성 중전 안타, 1사 후 이택근이 좌전 안타로 출루했다. 잘 던지던 소사가 흔들리고 있었다.
넥센 '안방마님' 박동원이 타석에 섰다. 올 정규시즌에서 득점권 타율이 2할5푼(132타수 33안타)이지만, 만루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15타수 7안타. 홈런 1방으로 타율이 무려 4할6푼7리(15타수 7안타)다. 테이터상으로 최소한 희생 플라이, 1타점이 기대됐다.
그런데 박동원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변화구 대처 능력이다. 불리한 카운트만 되면 떨어지는 공에 속수무책 당한다. 이날도 첫 타석인 2회말 2사 후 140㎞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 당했다. 볼카운트 2B2S에서 6구째 바깥쪽 변화구에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다. LG 정상호의 볼배합의 승리였다. 물론 2사 후였기 때문에 박동원 입장에서 큰 것을 노릴 만 했다.
이어진 두 번째 타석.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주자가 꽉 찬 상황에서 어떻게든 외야로 공을 보내야 했다. 안타는 최고의 시나리오, 뜬공은 최선의 시나리오였다. 여기서 소사가 불안함을 내비쳤다. 몇 차례나 투구판에서 다리를 빼며 시간을 끌었다. 포수와 사인이 맞지 않았다.
초구는 볼. 143㎞ 슬라이더였다. 바깥쪽으로 한 참 빠졌다. 2구는 직구. 몸쪽 149㎞ 빠른 공에 타자가 체크 스윙을 했다. 3구는 다시 슬라이더(137㎞). 헛스윙이었다. 박동원이 유인구를 참지 못하며 핀치에 몰렸다. 지금부터가 '진짜' 승부였다. LG 배터리는 어떻게든 바깥쪽으로 변화구를 떨어뜨리려 삼진이나 병살 플레이를 노렸다. 박동원은 이를 참아내는 인내심이 필요했다.
여기서 정상호가 타자의 시야를 흐트러뜨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4구째 하이 패스트볼(151㎞)을 요구했다. 그래도 여전히 볼카운트는 2B2S로 투수가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5구째. 포수가 타자 몸쪽으로 붙어 앉았다. 예상된 바깥쪽 변화구가 아닌 의표를 찌르는 볼배합이었다. 결과는 파울. 박동원이 커트했다. 이후 6구째 바깥쪽 슬라이더(137㎞) 역시 박동원이 반응하며 버텼다. 낮게 잘 떨어진 공을 또 한 번 커트하며 첫 타석처럼 당하지 않았다.
그렇게 LG 배터리의 '패'가 모두 까졌다. 7구로 슬라이더를 던질지, 직구를 던질지 선택만이 남았다. 여기서 최종적으로 내린 결정은 바깥쪽 직구였다. 6구째 슬라이더에 박동원이 적절히 반응한 탓이다. 정상호는 소사가 와인드업에 들어가기 직전 양 손으로 '낮게 던져라'는 모션을 취하며 큰 것 한 방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런데 소사의 손을 떠난 공이 한 가운데로 날아왔다. 그것도 포수 마스크 쪽으로. 155㎞짜리 반대 투구였다. 하지만 크게 휘두른 박동원이 공 밑을 때렸다. 방망이 안쪽에 걸리며 높이 떴다. 허무한 3루수 파울 플라이. LG 입장에서 최고의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다소 운이 따른, 반대투구의 역설이었다. 물론 워낙 스피드가 빨랐기 때문에 가능했다. 구위가 뛰어났다. 박동원이 대처하지 못한 이유다.
어쨌든 이 공 한 개로 승리는 LG쪽으로 기울었다. 1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틀어 막은 뒤 경기 중반 6점을 달아났다. 만약 그 때 바깥쪽으로 정직하게 직구가 들어갔다면, 꽤나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을 것 같다.
고척돔=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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