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효과'. 시작의 아주 작은 차이가 결과적으로는 매우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이론이다.
지난 4월 프로배구 대한항공 지휘봉을 잡은 박기원 감독(65). 그의 맞춤형 지도가 '나비 효과'로 돌아오고 있다.
큰 틀은 바꾸지 않았다. 단지 선수 개개인의 변화를 통해 조직력과 배구 수준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해왔다. 가령 박 감독은 국내 최정상급 세터인 한선수의 공격 루트 다양화를 주문했다. 박 감독은 "그 동안 한선수의 공격 루트가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1~2개의 공격 루트를 더 만들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우리 배구를 바꾸려는 것이 아니다. 선수를 바꾸겠다는 것"이라며 "6라운드를 하려면 공격수들이 몇 가지 기술을 더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선수들이 차별화되면 상대가 분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기원식 나비 효과'는 16일 삼성화재와의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개막전부터 드러났다. 대한항공은 이날 삼성화재를 세트스코어 3대1(25-21, 25-20, 20-25, 25-21)로 꺾었다. 아직 팀 완성도는 80%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공격 패턴과 높이가 위력을 발휘했다.
변화는 박 감독의 일방적 주문이 아니었다. 선수들도 100% 공감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도 변화에 대해 이해했다. 선두 한 명을 바꾸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두려워하는 선수도 있고 변화하지 않으려는 선수도 보인다. 그건 내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에서도 선수들에게 기본기를 바꾸라고 하면 성질을 낸다. 무턱대고 선수들과 전쟁을 시작하면 힘들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이 변화를 이끈 힘은 '자율과 책임'이다. 박 감독은 "나는 자율 훈련을 추구한다. 주입식이 아니다. 그만한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스스로 알아서 잘 한다"며 흡족해 했다.
변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선수 중 한 명은 수비형 레프트 곽승석(28)이다. 박 감독은 곽승석에게 오버핸드 리시브 장착을 권유했다. 곽승석은 "감독님께서 주문이 많으시다. 그래도 뭐가 필요한지 곧바로 말씀해주셔서 편하다. 밝은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이 재미있게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곽승석은 이날 삼성화재전에서 펄펄 날았다. 블로킹 3개를 포함해 15득점을 폭발시켰다. 그러나 지난 시즌은 '악몽'이었다. 입지가 줄어들었다. '신예' 정지석(21)에게 주전 자리를 빼앗겼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FA) 신분을 얻은 곽승석이 대한항공을 떠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곽승석은 잔류를 택했다. 뚜렷한 이유가 있었다. 곽승석은 "지난 시즌 벤치에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부족한 점이 뭔지 많은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비 시즌 때 열심히 훈련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대한항공은 6년간 있었던 친정팀이다. 정규리그 우승은 해봤지만 이 팀에서 챔프전 우승을 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곽승석의 주전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박 감독은 "곽승석은 정지석과 경쟁체제다. 정지석은 대표팀에서 돌아와 발목 염좌 부상으로 4주간 훈련을 하지 못했다. 코보컵이 열리기 10일 전에야 훈련에 합류했다. 훈련이 부족한 편이다. 반면 곽승석은 경험이 풍부하다"고 평가하며 무한경쟁을 예고했다.
대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전적(16일)
남자부
대한항공(1승) 3-1 삼성화재(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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