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의 레전드' 오상은(39·미래에셋대우)이 아들과 꿈의 무대에 섰다. 그토록 꿈꿨던 무대를 마친 후 아버지의 쏟아낸 눈물은 뜨거웠다.
오상은은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펼쳐진 제70회 종합탁구선수권 남자복식 1회전에서 아들 오준성(10·오정초)과 나란히 출전했다.
오상은은 지난 30년간 한국 탁구를 이끌어온 레전드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무려 4번의 올림픽에 출전해 2개의 메달을 획득했고, 세계선수권에서도 10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한국탁구의 레전드이자 최고 권위인 종합탁구선수권 남자단식 최다 우승자(6회)이자, 세계 탁구의 흐름이 펜홀더에서 셰이크핸드로 넘어온 이후 지난 20년간 한국탁구의 중심을 지킨 최고의 선수다.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드라이브 한방은 중국 에이스들도 두려워하는 무기다. 테이블에 딱 붙어선 채 모든 공격을 무심한 듯 시크하게 툭툭 받아내는 전매특허 '백드라이브'는 후배들의 교과서다.
서른아홉의 나이, 성치 않은 어깨로 종합선수권 도전을 결심한 이유는 오로지 맏아들 오준성군이다. 초등학교 4학년, 전체 랭킹 1위인 준성군은 아버지의 길을 이어받았다. 아버지의 재능과 끼를 그래도 빼박았다. 매년 성장을 거듭하며, 탁구인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유망주가 처음으로 아버지와 한무대에 섰다. 아버지의 오상은의 간절한 꿈이 이뤄졌다.
대전 동산중 이기훈-정남주조와 1회전에서 맞붙었다. 접전이었다. 오상은은 올림픽 결승 무대만큼 결연하고 치열하게 경기에 임했다. 경기중 파트너 아들의 말에 선수 대 선수로 귀를 기울였다. 1세트를 듀스 접전끝에 10-12로 내줬다. 2세트를 4-11로 내준 후 3세트를 11-8로 가져오며 분위기를 바꿨다. 그러나 마지막 4세트를 듀스 접전끝에 11-13으로 내줬다. 세트스코어 1대3의 아쉬운 패배였다. 승패를 떠나 자랑스러운 부자였다. 오상은은 아들과 함께 테이블 앞에 서서 혼신의 플레이를 선보였다. 경기후 아들을 꼬옥 끌어안은 오상은의 눈가가 빨개졌다.
'아버지' 오상은은 경기 후 인터뷰 중 눈물을 왈칵 쏟았다. 오상은은 탁구계에서 소문난 '상남자'다. 웬만해선 승패의 감정을 얼굴에 쓰는 법이 없다. 4년전 런던올림픽 단체전에서 극적인 은메달을 목에 걸고도 그저 엷은 미소를 지었을 뿐이다. 그랬던 오상은의 진한 눈물은 처음이었다. 애틋한 부정이었다. 1977년생 오상은은 런던올림픽 이후에도 선수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깨 부상을 재활로 다스려가며 불혹의 나이까지 굳세게 정상을 지켜왔다. 열 살 아들과 함께 복식 파트너로 나선 감격의 경기 직후 흘린 아버지의 뜨거운 눈물은 감동이었다. 세대교체기, 노장 선수가 후배들 틈바구니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힘든 훈련과 재활을 이겨내며 선수의 길을 이어온 가장 큰 이유는 아들 준성군이었다. 매경기를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뛰었다. 선수생활의 마지막 시기를 아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행복, 오상은은 그 꿈을 이뤘다.
이날 경기는 단순한 '1회전 탈락'이 아닌 오상은의 꿈이 이뤄진 날로 기억될 것이다. '될성부른 탁구 선수' 오준성군과 한국 탁구가 먼훗날 '아버지의 이름으로' 추억할 명장면이 완성됐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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