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용이가 참 괜찮다. 지켜보면 알 것이다."
김도훈 울산 현대 감독은 시즌 개막 전 미드필더 정재용(27)에게 주목했다.
지난해 여름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안양에서 울산으로 이적한 정재용은 클래식 후반기 10경기에 나섰지만 1도움에 그쳤다. 2013년 드래프트 1순위로 안양에 입단해 매 시즌 두 자릿수 출전을 기록한 베테랑이었지만 '클래스'의 벽은 높았다. 마스다 하성민 구본상 이창용이 버티고 있었던 울산의 중원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경쟁자들이 계약만료, 군입대로 올 시즌을 앞두고 떠났지만 정재용이 빈 자리를 꿰찰 지는 미지수였다. 지난해 제대한 김성환, 올 초 FC서울에서 이적한 박용우의 존재감에 가릴 것이라는 예측이 컸다. 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성실하게 훈련에 임했고 컨디션도 괜찮다. 기회가 주어지면 분명 제 몫을 할 것이다."
2017년 첫 '동해안 더비'의 주인공은 정재용이었다. 정재용은 4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의 2017년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서 선제골과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2대1 승리를 견인했다. 후반 29분 아크 오른쪽으로 흘러나온 볼을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연결해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1-1 동점이던 후반 41분엔 문전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방향을 바꿔놓는 헤딩슛으로 마무리하면서 1만2388명의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뜻밖에 주어진 기회다. 주장 김성환이 지난 7일 키치SC(홍콩)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에서 부상해 전력에서 이탈했다. 가시마(일본)와의 ACL 조별리그 E조 첫 경기에서 풀타임 출전한 정재용은 큰 키(1m88)를 활용한 제공권 장악 및 세트피스 가담, 패스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1주일 뒤 열린 브리즈번(호주)와의 E조 2차전에서도 이영재와 호흡을 맞추면서 팀의 6대0 대승을 이끌었다. ACL 2경기서 얻은 자신감은 포항전 멀티골로 귀결됐다. 김 감독은 "골을 넣어서 더 칭찬 받을 만 하지만 수비적으로도 좋은 선수"라며 "김성환의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다. 갖고 있는 능력들을 잘 발휘하고 있다"고 제자의 활약에 엄지를 세웠다.
울산은 포항전에서도 승리를 거머쥐며 기분좋은 2연승을 달렸다. 키치전 승부차기 혈투에 이어 가시마전 완패 당시만 해도 흔들리는 듯 했다. 그러나 브리즈번전에 이어 포항전에서도 승리를 얻으면서 자신감을 얻게 됐다. 중원에서 공수 전반에 걸쳐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정재용의 활약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정재용은 차분했다. 멀티골의 기쁨이 가져올 더 큰 기대를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시즌은 길고 경기는 많다. 가능한 많은 경기에 뛰고 싶다"는 그의 다짐이 이뤄질 지 지켜볼 일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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