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끝자락, 바야흐로 온 누리에 화사한 꽃잔치가 한창이다.
아름다운 시절, 이맘땐 봄꽃놀이도 좋지만 봄별미를 대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가 없다.
그중 봄이면 잊을 수 없는 별미가 있다. 경북 청도의 '미나리삼겹살'이 그것이다. 흔한 미나리와 삼겹살이 뭐가 그리 대단할까 싶지만 둘이 만나니 그 맛이 선입견을 훌쩍 뛰어 넘는다.
아삭 상큼한 미나리와 쫄깃 고소한 돼지고기 삼겹살의 조합. '이런 맛도 다 있구나' 싶을 만큼 신선하다. '꿀맛 같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까?
흔히 삼겹살은 상추를 주쌈거리로 곁들인다. 이 또한 훌륭하다. 하지만 삼겹살이 미나리와 어우러지니 상추와는 또 다른 풍미를 담아낸다.
상추와 곁들이는 삼겹살은 본연의 맛 이상으로 상추, 마늘 등 부재료의 뒷맛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한마디로 돼지고기구이의 고소한 맛이 반감되는 것이다. 하지만 미나리 삼겹살은 다르다. 자칫 미나리 특유의 향이 삼겹살의 맛을 압도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가 않다. 미나리의 풍미 따로, 삼겹살의 미각 또한 함께 살아 있는 오묘한 조합, 봄을 한가득 담은 그런 맛을 담아낸다.
뒤끝도 개운하다. 삼겹살을 먹었다는 느끼함 보다는 입 안 가득 은은하게 풍기는 미나리향이 마늘냄새 조차도 압도한다.
자칫 미나리 줄기가 질길 법도 하지만 청도에서 맛본 한재미나리는 아삭한 게 질기지가 않다. 과연 봄철 이 근동에서 유명세를 타는 이유인 듯싶다.
이즈음 경북 청도군 한재마을을 찾으면 봄철 별미, 미나리삼겹살을 맛볼 수 있다. 한재마을은 전국의 대표적 미나리 주산지로 '한재미나리'는 국내 고급 미나리 브랜드의 대명사격으로도 통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북 청도군 청도읍 평양 1, 2리, 음지리, 상동리 등이다. 마을 뒤에 큰 재가 있어 '한재'라는 명칭을 얻었다.
한재마을은 미나리 생산에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 수량이 풍부하고 일조량이 많은 데다 일교차가 커서 미나리 생산의 최적지로 꼽힌다. 특히 한 겨울에도 영상 18도 정도의 비닐하우스에서 깨끗한 암반수를 끌어올려 무농약 미나리를 재배하고 있다. 한재마을 화악산(931.5m) 자락 계곡 따라 길게 이어진 다랭이 논과 밭은 온통 하얀 비닐하우스로 뒤덮여 있다. 이 근동 180여 농가 비닐하우스(103ha)에서 쏟아내는 미나리는 한 해 1600여 톤 규모. 하지만 워낙 인기가 좋아 공급이 늘 부족하다.
한재마을 일원은 미나리 주산지가 아니었더라면 인적이 드문 전형적인 벽촌일 뻔 했던 곳이다. 하지만 평일에도 차량이며, 사람들이 줄지어 찾을 만큼 마을은 활기차다. 특히 2월부터 5월까지가 미나리철로, 이맘때 주말이면 차량행렬이 꼬리를 문다. 미나리 농가 비닐하우스 옆에 마련된 시식코너에는 주말이면 식객들이 몰려들어 갓 수확한 미나리를 맛본다. 즉석에서 미나리(1만 원)를 산 뒤 가스버너, 불판, 쌈장(1인 5000원) 등을 빌려 고기와 함께 풍성한 봄의 미각을 맛보는 것이다. 빙 둘러 앉아 입 안 가득 미나리삼겹살을 우겨넣고 오물거리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한 결 같이 봄의 활력이 묻어난다. 행복한 봄나들이의 전형이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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