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복의 건강만사(萬事)]
미디어에 실리는 건강 기사는 기술개발, 보건통계, 의약품정보 등을 바탕으로 한 정형화하고 딱딱한 내용이 많다. 본 칼럼은 이 같은 '전문가 공급형 기사'에서 벗어나 미검증된 건강정보의 오류와 건강한 삶을 위협하는 일상 주변의 문제점을 짚어내고 건강 생활의 작은 팁을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한다<편집자 주>.
난 병원장보다 부원장이 더 좋다!
최근 일교차가 큰 날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발 황사에 미세먼지까지 기관지에 좋지 않은 환경이 지속되면서 감기와 천식환자가 늘고 있다. 기자도 2주째 감기로 고생하는 중이다.
사실상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거나 약국에서 약을 사먹는 것과 약을 먹지 않고 버티는 것 중 감기바이러스를 퇴치하는 기간에는 큰 차이가 없다.
몇 년 전 기자가 몇 차례 감기에 걸렸을 때 스스로 테스트를 해 봤다. 병원에 갔을 때, 약만 먹었을 때,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을 때를 비교해 보니 다 나을 때까지 1~2일의 차이 정도만 있음을 확인했다. 다만, 아무 처치도 하지 않았을 때는 일을 하거나, 잠을 잘 때 콧물과 기침 때문에 힘든 날이 더 길었다. 물론, 이 같은 테스트는 체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는 절대로 따라 해선 안된다.
감기에 걸렸을 때 병원을 가거나 약을 먹는 건 코막힘, 콧물, 기침 등 업무에 지장을 주는 증상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혹시 심화돼 폐렴 등 합병증으로 악화될 것을 우려한 조치다. 지병이 있는 경우에는 이로 인해 지병이 악화되거나 다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즉시 병원에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자도 바쁘게 사는 직장인으로서 원활한 업무를 위해 병원에 가지 않을 수가 없어 최근 동네 내과의원을 찾았다. 때가 감기철인 만큼 대기실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상황이었다.
처음 방문한 병원이라 인적사항을 적고 접수하자 간호사가 "진료를 원장님께 받으실 건가요? 아님 부원장님께 받으실 건가요?"라고 물었다.
무슨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본인도 보편적인 대한민국의 직장인처럼 "빨리 되는 쪽으로 해 주세요"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간호사가 "그럼 지금 들어가시면 돼요~"하는 것이었다.
대기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마치 VIP처럼 접수하자마자 바로 진료를 받으러 부원장실로 들어갔다.
진료실로 들어가면서 살짝 무언가 찜찜한 기분은 있었지만, 정작 진료는 만족스러웠다. 부원장이라는 조금 젊은(?)의사는 청진기로 호흡도 살피고 목과 코의 부은 점도도 세세하게 체크하며 친절하면서도 여유롭게 진료해 줬다.
나름 만족스런 진료 후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그 병원에 갈 때마다 원장을 찾아서 진료 받는다고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원장은 최고 명문의대 출신으로 동네에서 오랫동안 진료해 왔다. 나이도(?) 많고 잘 본다'는 것이다.
어떤 분야든 오랫동안 그 분야만 파고든 사람이 전문가가 될 확률이 높다. 또, 명문으로 이름난 곳이 학문적으로도 뛰어나고 인재가 많은 것도 맞다. 하지만 젊다고,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고 해서 크게 뒤쳐지거나 무능하진 않다. 오히려 사람들의 그 같은 편견을 뛰어넘고자 노력해서 더 뛰어난 실격을 갖춘 이들이 더 많다.
기자가 만난 부원장도 유명대학 출신은 아니지만 다양한 활동과 학술연구를 통해 많은 수상을 했음을 내부에 진열된 수상패 등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감기는 사실상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어느 병원, 어느 의사를 만난다고 해도 사실상 처방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없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보편된 처방을 일괄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의사들은 모든 진료과목을 공통적으로 이수하고, 이후 자신이 원하는 특정분야를 더 심도 있게 공부해 전문의 자격을 갖춘다. 따라서 감기에 걸렸을 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내과나 이비인후과가 아닌 다른 진료과목을 내건 의원을 찾아가는 것도 불편을 줄일 수 있는 작은 생활의 팁이다.
큰 병이나 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종합병원을 찾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시간과 자금의 낭비일 뿐이다. 오히려 집에서 가까운 동네 의원에 친한 의사를 만들어 놓는 것이 유익하다.
동네에 친한 의사는 결국 당신의 주치의가 될 수 있다. 가깝게 지내며 이런 저런 일상을 나누다 보면 인간적인 친분도 생기고, 당신의 체질과 지병에 대해서도 보다 자세히 파악하고 맞춤 처방이 가능하다. 다른 건강에 대한 조언도 구할 수 있다.
만약 큰 병이나 부상으로 종합병원 등 3차 진료기관에 가야할 때 필요한 1차 의료기관의 '진료의뢰서'를 받기도 좋다.
기자도 동네 단골(?) 의원이 있다. 그와는 가족관계와 삶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진료과목 외의 치료에 대해서도 조언을 받는다.
큰 병원에 근무하거나 유명한 스타 의사들만이 주치의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작은 의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이 모두 준비된 당신의 예비 주치의들이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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