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변동이 일었다.
K리그 클래식 8라운드는 '반전의 향연'이었다. '승격팀' 대구는 지난달 30일 대구스타디움으로 서울을 불러 2대1로 제압했다. 예상외의 결과였다. 대구는 '에이스' 세징야, 레오를 부상으로 읽은 상황이었다.
놀라긴 이르다. 더 큰 파란이 같은 날 빛고을에서 펼쳐졌다. 광주가 '1강' 전북의 무패행진에 제동을 걸었다. 1대0으로 격파했다.
클래식을 뒤흔든 대구와 광주. 두 팀은 약체다. 클래식 강팀들과 비교하면 스쿼드 양질에서 밀린다. 한 마디로 '체급'이 낮다.
통상 약팀은 강팀을 만났을 때 물러서기 마련이다. 수비적으로 나선다. 그런데 대구, 광주는 다르다. 달려든다. 전방에서부터 투쟁적으로 싸운다.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모든 것을 불 태운다. 이게 두 팀의 색깔이다.
서울전 승리 후 손현준 대구 감독은 "왜 다들 의외의 결과라고 하는가. 지는 팀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라며 "그라운드에서 더 간절하고 더 절실하게 뛰는 팀이 승리를 거두는 게 축구"라고 했다. 이어 "세징야, 레오가 없다 해도 다른 선수들이 든든히 뒤에 서있다. 강팀을 만난다고 해서 내려앉을 생각 없다. 대구 축구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구는 스리백 포메이션을 구사한다. 스리백을 일반적으로 수비적 전술로 통한다. 하지만 대구의 스리백은 다르다. 공격적이다. 특히 측면이 강하다. 빠르고 활발하다. 대구의 측면 스피드와 활동량은 클래식 최상급으로 꼽힐 만하다.
광주도 같은 색깔이다. 주도적이다. 주눅들지 않는다. 대구와 다른 점은 있다. 측면보다 중원에 중심을 둔다. 광주는 빠르고 강한 2선 압박으로 상대 숨통을 쥔다. 광주전을 앞 둔 최강희 감독이 "광주의 압박은 정말 거칠고 빠르다. 그리고 강하게 상대를 조인다"며 "광주의 2선은 어느 팀을 상대로 하더라도 풀기 어려운 압박 능력을 갖췄다"고 했을 정도.
최 감독의 말 대로다. 광주 중원은 거칠고 빠르다. 그리고 확고한 색깔이 있다. 지난 시즌 광주에 입단한 김민혁을 보면 알 수 있다. 김민혁은 그간 예쁘게 공을 차는 선수였다. 하지만 광주에 입단한 뒤 진화했다. 기존 스타일에서 투쟁심을 더했다. 그 결과 클래식에서 찾기 어려운 유형의 플레이메이커가 됐다. 공을 멋들어지게 차면서도 강단 있는 '지휘자'로 성장했다.
한편 챌린지에선 경남이 독보적인 '색깔'을 보이고 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변방'으로 불리던 경남은 9라운드까지 무패행진(6승3무)을 달리며 챌린지(2부 리그) 선두다. 개성이 뚜렷하다. 화려하진 않지만 강하다. 그리고 끈질기다. 질 경기 비기고, 비길 경기를 뒤집는다. 막판까지 강한 집중력을 보인다. 4월 30일 부천에 1대2로 질 뻔한 경기를 2대2 무승부로 끝내면서 선두를 지켰다. 2017년 K리그, 누구나 승리를 꿈꾸지만 녹록지 않다. 자신만의 색깔을 갖추지 못하면 생존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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