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종료 부저가 울리자 SK슈가글라이더즈 골키퍼 손민지(31)는 펑펑 눈물을 쏟았다. 용인시청 시절이던 2007년 핸드볼큰잔치(현 핸드볼코리아리그) 이후 두 번째 실업 우승이다. 10년 만의 우승은 감격스럽지만 손민지의 눈물은 좀 더 특별했다. 용인시청 시절 동료들의 한(恨)을 안고 뛴 그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환희다.
용인시청은 인천시청, 삼척시청과 더불어 한때 '여자부 3강'으로 통하던 팀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해체되어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시 예산 삭감에 이은 재정난 속에 십여명의 선수들이 볼을 재활용해 쓰고 보리차를 끓여 마시던 사연은 안타까웠지만 도움의 손길은 요원했다. 그대로 실업자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이듬해 창단한 SK슈가글라이더즈가 용인시청 선수단을 흡수하기로 하면서 기적처럼 다시 모였다. 예전의 모습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 중위권을 맴돌았다. SK로 간판을 바꿔 단 후 5년 동안 초대 사령탑인 김운학 감독부터 권근혜 등 베테랑 선수들까지 하나 둘 팀을 떠났다. 올해 남은 용인시청 출신은 당시 코치였던 강경택 감독과 손민지 뿐이다.
정규리그 우승팀 SK의 상대는 지난해 리그 챔피언이자 올해 2위로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서울시청이었다. 1승1패로 맞선 이들이 12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외나무 다리 대결을 펼쳤다. 강 감독은 징계로 이날 벤치에 앉지 못했고 손민지가 골문을 지켰다. 60분의 정규시간 내내 피말리는 싸움 끝에 연장전까지 돌입하는 '역대급 승부'가 펼쳐졌다. 승리의 여신은 마지막 순간 SK의 손을 들어줬다. 30-29, 1골차였던 연장후반 4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김온아가 던진 슛이 골망을 가르며 혈투에 종지부가 찍혔다.
울음을 참지 못하는 손민지를 둘러싸고 동료들의 '강강술래 세리머니'가 펼쳐졌다. 벤치 뒤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용인시청 출신 은퇴 선수들, 멀리서 제자들을 바라보는 강 감독의 눈도 붉게 충혈됐다. 1차전 패배 뒤 2차전에서 막강한 화력을 뽐냈던 서울시청과 임오경 감독은 3차전에서도 역전쇼를 바랐지만, 결국 힘이 모자랐다.
한편, 남자부에서는 두산이 인천도시공사를 제치고 통산 6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21대22로 패했던 두산은 2차전을 24대20으로 이겨 종합전적에서 1승1패로 동률을 이뤘으나, 1, 2차전 합계 45대42로 앞서 남자부 최강자 자리에 올랐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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