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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4년 만에 돌아온 이효리는 여전히 섹시했다. 하지만 좀 다른 구석이 느껴진다면 데뷔 20년 차의 연륜이 담긴 농도 짙은 섹시함. 그곳에는 아티스트이자 사람인 이효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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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 속에서 이효리가 그토록 갈구하는 물은 저 멀리서 만난 구원자(본인과 같은 검은 동물)로 하여금 집 바로 앞에서 찾게 된다. 더러워진 모습을 가리려 화장을 하고 가발을 쓰지만 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물로 묵은 때를 씻어낸다. 생소한 음악과 예술적인 동작에 처음 넋을 잃지만 이를 대중에게 최대치로 가깝게 끌고 올 수 있었던 것은 이효리였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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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효리는 트렌디한 요소들을 모두 끌어다 모아 최대한 구질구질하게 입었다. 촉촉하게 젖은 듯한 느낌의 웨트 헤어(wet hair)를 지나 그대로 굳어버린 듯한 검은 머리는 오히려 관능적으로 다가온다. 햇볕에 그을린 듯한 주근깨 역시 자연스러움을 극대화하는 요즘 유행하는 메이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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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 까마귀처럼 춤을 출 때는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과 그로 하여금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 무용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옷을 선택했다. 시니컬한 브라렛과 바람에 따라 자유롭게 그리고 몸을 따라 우아하게 흐르는 실루엣은 낭만적인 조화를 이뤘다. '거칠 것 없던, 두려움 없는 평범한 소녀의 모습은 눈을 감았을 때의 어둠'이라는 역설적인 가사는 그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을 블랙 룩으로 표현했다.
화려한 치장으로 진짜를 덮은 그 거짓된 모습조차도 자신이라고 말한다. 이번 뮤직비디오 속에서 연출한 분홍색 머리와 시퀸 드레스를 입은 이효리는 실제 2008년 발매된 정규 3집 앨범의 후속곡 '헤이 미스터빅(Hey Mr. BiG)' 뮤직비디오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이효리는 서울을 걷고 또 걷는다. 육교 위에 잠시 멈춰 도시 속의 자아를 되돌아보고, 각박한 삶에 지친 이들을 위해 춤을 춘다. 그렇게 도시를 방랑하는 이효리는 아디다스의 집업 후디와 트랙 팬츠를 입고 있다. 역시 현재 트렌드에 비춰보면 가장 스타일리시한 모습이지만 쳇바퀴 돌듯 굴러가는 도시의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방황하는 자를 그리기에도 적합한 의상이 아닐 수 없다.
서울을 떠나 광활한 자연으로 돌아온 이효리는 주황색 아노락을 벗어 던지고 빛과 바람을 만끽한다. 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촉감 좋은 터틀넥 니트는 그 어떤 옷보다 편안해 보인다.
dondante14@sportschosun.com 사진=키위미디어그룹(케이튠콜렉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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