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주말극 여주인공이 달라졌다.
KBS2 주말극은 항상 따뜻한 가족극을 표방해왔다. 그런 탓에 여주인공 캐릭터는 하나같이 착하고 희생적인 성격의 소유자거나, 아무리 어려운 시련이 있어도 굴하지 않는 캔디 캐릭터로 귀결됐다.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만 보더라도 그런 성향은 뚜렷하게 파악된다. '부탁해요 엄마'의 이진애(유진)는 모친의 차별에도 여전히 가족을 위하는 든든한 딸이었고, '아이가 다섯'의 안미정(소유진) 또한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뒤 삼남매를 홀로 키우지만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위기를 극복해나가며 일과 사랑에 성공하는 캐릭터였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나연실(조윤희) 또한 사기결혼을 시도했던 전남편 또한 사랑으로 감싸 안는 등 답답할 정도로 착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이러한 KBS2 주말극 여주인공의 캐릭터 특성은 따뜻한 가족애를 이야기하기에 최적화됐지만, 정작 필요한 순간에도 말 한마디 못하고 꾹 참으며 눈물만 쏟는 답답한 면모로 원성을 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KBS2 주말극 여주인공이 달라졌다. 상황에 순응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시련에 맞서 그것을 해결하는 사이다 여주인공을 등장시켜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하고, 젊은 시청층의 공감과 대리만족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변화의 신호탄을 쏜 건 이유리였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후속작인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변씨 일가의 맏딸 변혜영 역을 맡은 그는 전무후무한 걸크러쉬 캐릭터로 큰 인기를 끌었다. 변혜영은 일과 사랑에 모두 당당하며 진취적인 신여성으로 결국 아버지 변한수(김영철)의 누명까지 벗겨내며 활약을 펼쳤다. 불합리적인 상황이 닥쳤을 때 침묵하기 보다는 똑똑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변혜영의 모습은 분명 이제까지의 드라마 속 여주인공과는 180도 다른 것이었다. 부조리한 현실을 향한 그의 일침에 시청자는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밉상 캐릭터를 응징하는 사이다 매력에 환호했다. 또 때로는 따뜻한 인간성에 함께 울고 웃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리의 활약에 힘입어 '아버지가 이상해'는 최고 시청률 36.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이란 기록을 세웠다.
이유리의 배턴을 넘겨받은 건 '황금빛 내인생'의 신혜선이다. 신혜선은 극중 승부욕 강하고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인 서지안 역을 맡았다. '일진출신'이란 캐릭터 설정 답게 서지안은 초반부터 화끈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거침없는 성격이 잘 드러난 게 바로 3일 방송된 2회다. 이날 방송에서 해성그룹 마케팅부 계약직 사원인 서지안은 정규직 전환을 꿈꿨다. 그러나 금수저 출신 대학 동기 윤하정(백서이)이 낙하산으로 정직원이 되면서 그의 꿈은 무산됐다. 이에 서지안은 윤하정에게 해명을 요구했고, 윤하정은 금수저인 자신을 부러워하지 않는 서지안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알 수 없는 궤변에 분개한 서지안은 윤하정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이어 "너 죽이고 나도 죽으면 그만"이라며 윤하정의 머리채를 잡고 박치기를 하는 등 육탄전을 벌였다.
이러한 서지안의 모습은 시청자를 통쾌하게 했다. 금수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는 것도,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도 당연하게 여기는 윤하정의 뻔뻔함에 맞서는 서지안의 독기는 분명 이제까지 KBS2 주말극에서 보여준 여주인공과는 달랐다. 배경에 기죽지 않고 불합리에는 주먹을 날릴 수 있는 배짱은 앞으로의 반전과 활약을 기대하게 하기 충분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황금빛 내인생'은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20%대를 돌파, 주말극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냈다.
달라진 KBS2 주말극 여주인공이 또 어떤 흥행 열풍을 불러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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