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Rival).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를 뜻하는 말이다. 맞상대뿐만 아니라 같은 소속팀에도 라이벌은 존재한다. 그리고 선의의 경쟁은 서로에게 커다란 자극이 된다. '리얼 라이벌'은 탄탄한 스쿼드와 치열한 내부 경쟁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발전하는 제주 선수들의 모습을 소개하는 코너다.
올 시즌 제주는 K리그 클래식 무대에서 로테이션을 가장 효율적으로 가동하는 대표적인 팀이다. 부상 및 징계에도 주전과 비주전 구분없이 선수들을 고르게 기용하며 다양한 전술을 펼쳤고, 최근 8경기 연속 무패(6승 2무)를 질주하며 지긋지긋했던 여름 징크스도 탈출했다. 각 포지션마다 선수층이 두텁지만 그 중에서 제주의 골문은 이중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김호준과 이창근의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골키퍼는 주전과 백업의 경계가 뚜렷하지만 제주의 경우는 다르다. 제주는 골키퍼 로테이션을 가장 적절히 활용하는 구단이다. 리그 28라운드까지 소화한 현재 김호준(14경기 13실점 경기당 실점 0.93)과 이창근(14경기 11실점 경기당실점 0.79)은 나란히 14경기씩 양분해 출전했다.
지난해 제주와 수원FC에서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던 이들은 비록 출장수는 줄었지만 경기력은 더욱 향상됐다.(김호준 - 2016시즌 28경기 39실점, 이창근 - 2016시즌 21경기 31실점(수원FC 기준)) 비결은 미묘한 긴장감을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다. 실제 무실점 경기를 치르고도 다음 경기에 결장하는 일도 많았다.
한 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리고 팽팽한 긴장감 속에 안정감은 더해졌다. 제주는 올 시즌 리그 최소 실점 1위(실점 24)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시즌(33경기 50실점)과 비교하면 환골탈태 수준이다. 조성환 감독은 상대팀의 전술 스타일에 따라 골키퍼 로테이션을 가동하며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조성환 감독은 "(김)호준이는 문전 앞에서 뛰어난 세이브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창근이는 행동반경이 넓어서 측면 크로스를 저지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 K리그 무대에서 이보다 좋은 조합을 본적 있나? 골키퍼 전력만큼은 리그 최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처음에 당황했던 김호준과 이창근도 조성환 감독의 의중을 파악하고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김호준은 "창근이가 좋은 골키퍼이기 때문에 경쟁은 당연히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로테이션이 이렇게 돌아갈 줄 몰랐다"라고 말했다. 이창근 역시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경쟁 구도였다"라고 답했다.
이어 김호준은 "처음에는 솔직히 혼란스러웠다. 무실점 경기를 펼쳐도 다음 경기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이 더 커졌다. 누가 골키퍼 장갑을 끼더라도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내 스스로를 채찍질했다"라고 회상했다.
이창근은 "시즌 초반 내 자신이 생각하는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솔직히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김)호준이형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솔선수범하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면서 더 자극을 받았다. 이후 매 경기 후회없이 정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각자 생각하는 서로의 장점은 무엇일까. 먼저 김호준이 입을 열었다. "창근이는 나와 다른 스타일이다. 나는 공을 기다리는 스타일이라면 창근이는 저돌적으로 차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에 이창근은 "나는 아직 실수가 많다. 호준이형의 침착한 경기 운영을 보고 배우고 있다. 정말 좋은 골키퍼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앞으로 피할 수 경쟁을 계속 이어가야 하지만 목표는 똑같다. 바로 제주의 비상이다. 김호준은 "그동안 제주에서 많은 경험을 했지만 올해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창근은 "팀 분위기가 정말 좋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 호준이형과 함께 제주를 지탱하고 정상까지 끌어올리도록 하겠다"라고 김호준과 손을 맞잡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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