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B아레나(러시아 모스크바)=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신태용 감독은 눈을 감았다. 한국어-러시아어 통역을 나선 관계자의 '쉽지 않은' 발음을 조금이라도 더 잘듣기 위해서였다. 어렵게 질문 통역이 이어졌다. 신 감독은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주위에서 웃음이 터졌다. 신 감독도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고심을 했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후자에 대해서는 전혀 우리와는 그게 정치적으로 신경을 안쓰고 있고요. 다들 프로선수라서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고 관여하지도 않고 신경도 안쓰고 있습니다.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고요."
갑자기 왜 이런 답변이 나왔을까. 시간을 되돌려보자.
6일 러시아 모스크바 VEB아레나 기자회견장. 신태용 감독은 장현수와 함께 기자회견에 나섰다. 초반 기자회견의 분위기는 진중했다. 신 감독은 "이멋진 평가전이 될 것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포지션 불균형에 대해서도 "변형된 포메이션을 들고 나오겠다. 득점을 해야 한다. 골을 넣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축구와 다소 동떨어진 질문들이 나왔다. 러시아 기자들이었다. 러시아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에 대한 질문, 날씨와 경기장 환경에 대한 질문들은 양호했다. 으례 있어온 질문들이었다. 다만 경기장 환경에 대한 질문은 답변할 것이 없었다. 한국 선수단은 경기가 열리는 VEB아레나에 이날 처음 방문했다. 그 전까지는 스트로기노 루블레보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해왔다. 기자회견도 훈련에 앞서 열렸다. VEB아레나의 잔디를 밟아본 선수는 손흥민(토트넘)이 유일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CSKA모스크바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원정경기에 출전, 골까지 넣은 바 있다. 신 감독은 "경기장 잔디는 아직 못 밟아봐서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러시아 통신사 기자는 "북핵 문제로 시끄럽다.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해 긴장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고 물었다. 황당한 질문이었다. 통역에 나선 관계자가 떠듬떠듬 통역을 했다. 통역이 진행될 수록 신 감독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난감하다는 뜻이 더 많이 담겨 있었다. 결국 고심 끝에 "관계없다"는 말이 나왔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이며 정리했다.
"한국 정세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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