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만 보던 골프 슈퍼스타들을 눈앞에서 보는 것만 해도 행운이다. 그런데 그들이 보유한 화려한 기술을 본다는 건 더 큰 행운이다. 한국 갤러리들은 묘기에 가까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스타들의 묘기 대행진에 "뭐가 달라도 다르다"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가장 화제가 됐던 건 세계랭킹 4위 저스틴 토마스(미국)의 '웨지 퍼트'였다. 토마스는 지난 20일 한국에서 최초로 열리는 PGA 정규투어 '더 CJ컵 @ 나인브릿지' 2라운드에서 웨지로 퍼트를 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5번 홀(파4)의 상황이었다. 공은 홀과 불과 1.5m 떨어져 있었다. 당연히 퍼트를 위해 퍼터를 잡을 줄 알았다. 그러나 토마스의 선택은 웨지였다. 모두들 의아해했다. 이유가 있었다. 공의 20㎝ 앞에 앞 조 선수의 스파이크 자국이 남아 그린이 울퉁불퉁해졌기 때문이었다. 골프 규정에 따르면, 선수가 보수를 할 수 있는 범위는 그린에서 솔잎, 나뭇잎이나 인공 장애물, 공에 의한 피치마크 자국이다. 다만 골프화 스파이크 자국은 포함되지 않는다.
토마스는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퍼트를 할 경우 짧은 거리라도 스파이크 자국에 튀어 공의 방향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을 맞을 수 있었다. 게다가 상황도 불리했다. 파 퍼트였고 더 이상 타수를 잃어선 안됐다. 토마스는 마음의 결정을 하고 과감하게 웨지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퍼트와 똑같은 어드레스를 한 뒤 웨지로 공을 쳤다. 공은 스파이크 자국을 살짝 건너뛴 뒤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갔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한국프로골프(KPGA)에서도 그린에서 웨지를 사용한 선수를 본 적이 있다. 장타자 김태훈이었다. 당시 깃대는 이단 그린 아래 쪽에 꼽혀 있었고 공은 위쪽에 올라갔다. 낙차가 워낙 커 퍼트를 활용할 경우에는 홀을 많이 벗어날 수 있었다. 이 때 김태훈은 웨지를 선택했다. 그리고 로브 샷으로 그린의 영향을 받지 않고 홀에 붙일 수 있었다.
전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미국)의 공격적인 플레이도 볼 만 했다. 3번 홀(파5)이었다. 550야드나 되는 긴 홀에서 대부분의 선수들은 세 번의 샷으로 버디를 노린다. 그린 앞에 건천이 있고 그린이 오르막이라 투 온 공략이 쉽지 않다. 그러나 데이는 달랐다. 모험을 감수했다. 티샷에 이어 두 번째 샷에서도 또 다시 드라이버를 꺼냈다. 그리고 거침없이 샷을 했다. 약간 뒤땅이 난 듯 잔디가 튀어 올랐다. 공은 건천에 빠졌다. 결국 데이는 보기를 하면서 한 타를 잃고 말았다. 전략은 실패했지만 공격적인 플레이는 갤러리들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했다.
서귀포=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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