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가 벌이는 이번 한국시리즈는 '선발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발투수들의 활약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1~4차전 데일리 MVP가 모두 선발투수다.
29일 잠실에서 열린 4차전에서는 KIA 선발 임기영이 데일리 MVP로 선정됐다. 임기영은 5⅔이닝 동안 6안타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잠재우며 5대1 승리를 이끌었다. 당초 임기영의 선발 기용을 두고 팀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으나, 그것은 기우였다. 임기영은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과 투심을 앞세워 삼진 6개를 잡는 등 두산 타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두산 선발 유희관도 장점인 제구력을 살려가며 6⅓이닝 7안타 3실점(2자책점)으로 호투했지만, 임기영에 막힌 타선을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25일 광주에서 열린 1차전에서는 더스틴 니퍼트가 6이닝 3실점으로 역투한 두산의 승리였다. 당시 니퍼트는 6이닝 5안타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로 선발승을 따냈다. 4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막던 니퍼트는 5회초 2사 1,3루서 체인지업을 던지다 로저 버나디나에게 우월 3점홈런을 얻어맞았다. 그 실투 하나만 빼면 완벽에 가까운 투구였다. 반면 KIA 선발 헥터 노에시는 정규시즌 20승의 성과를 무색케 했다. 6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포함해 6안타를 맞고 5실점했다. 선발싸움에서 KIA가 패한 것이다.
2차전에서는 KIA 선발 양현종이 영웅이었다. 9이닝 4안타 무실점으로 한국시리즈 사상 첫 1대0의 완봉승을 이끈 양현종이 당연히 데일리 MVP가 됐다. 양현종은 다양한 구종의 안정적인 코너워크를 앞세워 삼진을 무려 11개나 잡아냈다. 두산 타자들은 손을 쓸 수도 없는 강력한 구위와 제구력이었다. 경기 후 두산 김태형 감독이 "도저히 못치겠더라"고 했을 정도다. 두산 선발 장원준도 7이닝 4안타 무실점으로 나무랄데 없는 투구를 했지만 씁쓸하게 입맛을 다실 수 밖에 없었다.
3차전은 KIA 선발 팻딘이 7이닝 6안타 3실점으로 잘 던지며 6대3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두산 선발 마이클 보우덴은 4이닝 5안타 4실점으로 패전을 안았다. 4회까지 3실점한 보우덴은 5회 선두타자 이명기에게 우측 2루타를 허용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구원투수 이용찬이 버나디나에게 적시타를 맞고 실점해 보우덴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1~4차전서 승패를 기록한 투수는 1명을 제외하면 모두 선발투수였다. 장원준만이 승패와 관계가 없었고, 나머지 선발투수들은 승 또는 패를 기록했다. 2차전 두산 두 번째 투수 함덕주가 8회말 야수들의 실수에 의해 결승점을 허용해 패전이 주어졌을 뿐이다.
포스트시즌, 특히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는 선발진이 강한 팀이 우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 KIA와 두산 모두 정규시즌서 강력한 선발진을 구축했기 때문에 이번 한국시리즈는 처음부터 선발간의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됐던 게 사실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선발싸움이 흥미진진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시리즈 MVP 역시 선발투수 중에서 뽑힐 가능성이 높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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