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필드(영국 리버풀)=조성준 통신원]다수의 붉은 색과 소수의 푸른 색이 90분 내내 뜨겁게 충돌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함박눈과 함께 어우러졌다. 2017~2018시즌 첫 머지사이드더비 그 현장을 다녀왔다.
경기 열리기 9시간전 런던 유스턴역. 리버풀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이동시간만 3시간. 리버풀로 향하는 기차 안에는 리버풀의 유니폼과 머플러를 착용한 팬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아침부터 맥주를 마시며 더비에 대한 기대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
리버풀 라임스트리트역. 곳곳에 붉은색과 푸른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지나다녔다. 시내 중심에는 10m 거리를 두고 두 팀의 스토어가 붙어있다. 경기 두 시간 전부터 팀 용품과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려는 팬들로 스토어는 인산인해였다.
안필드로 향했다. 더비라기보다는 축제의 인상이 더욱 짙었다. 에버턴 원정팬들(그래봐야 양 팀 경기장 사이의 거리는 불과 1.6㎞밖에 안된다)도 리버풀 팬들 사이로 자유롭게 걸어다녔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붉은 색과 푸른색으로 된 산타 모자를 쓰고 경기장을 찾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번 경기를 맞이해 특별히 제작된 '리버풀v에버턴'이 적힌 머플러도 시내부터 경기장 바로 앞까지 많은 곳에서 볼 수 있었다.
안필드 앞 광장으로 향했다. 다양한 이벤트들이 열렸다. 키다리 아저씨들이 걸어 다니며 사진을 찍어 주었다. 팬티만 입은 에버턴 팬도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을 위한 기부를 부탁하는 유명인사였다. 리버풀이나 에버턴 팬들 가리지 않고 동전을 건네주었다. 이벤트 무대 앞에서는 양 팀 팬들을 대상으로 즉석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질문은 뻔했다. 예상 스코어를 물었다. 용기있는 에버턴 팬이 나섰다. 4대0으로 에버턴이 이긴다고 하자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프리스타일 축구 선수가 공연도 펼쳤다. 여학생들이 단체로 크리스마스 캐롤도 불렀다. 큰 축제의 장이었다.
다만 화기애애함은 여기까지였다. 경기장에 입장했다. 전쟁이었다. 경기 시작 직전, 모든 홈 팬들이 'You'll never walk alone'을 불렀다. 에버턴의 원정 팬들은 개의치 않고 자신들의 응원가를 불렀다. 그 모습을 보고 리버풀 팬들은 다시 한 번 야유를 보내며 맞받아쳤다.
가장 큰 관심은 웨인 루니였다. 에버턴에서 뛰던 루니는 리버풀의 또 다른 라이벌 맨유에서 오랜 기간 뛰었다. 그리고 올 시즌 에버턴으로 다시 돌아왔다. 리버풀 팬들은 경기 내내 루니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루니가 실수하면 리버풀 팬들은 환호했다. 루니는 후반 32분 리버풀 팬들에게 통쾌하게 복수했다. 페널티킥 동점골을 넣었다. 골이 들어가자 에버턴 팬들만 환호했다. 야유를 퍼붓던 리버풀 팬들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에버턴 원정팬들은 승리자의 기분을 만끽했다. 자리를 떠나지 않고 리버풀팬들을 향해 환호성을 질렀다. 무승부의 기쁨을 만끽했다. 몇몇 리버풀 팬들은 이에 반응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쏟아지는 눈을 바라볼 뿐이었다. 동시에 '로브렌'을 입에 올리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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