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표정이 좋았나요?"
한결 나아진 목소리였다. '남자 김연아' 차준환(17)이 감기몸살을 떨치고 '톱10'을 향한 힘찬 진군을 시작했다.
차준환은 6일 강릉아이스아레나 연습링크에서 첫 훈련을 치렀다. 차준환은 지난 3일 입국했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로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캐나다에서 강도높은 훈련을 받은 그는 심한 감기몸살에 걸렸다. 치료에 전념한 차준환은 5일 강릉으로 내려와 AD카드를 발급받은 뒤, 6일 오전 선수촌에 공식 입촌했다. 이날은 강릉에서 갖는 첫번째 훈련이었다.
다행히 차준환의 몸상태는 빠르게 좋아지고 있었다. 물론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은 몸상태를 고려,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상의 끝에 프리스케이팅 음악인 '일 포스티노'(Il Postino)에 맞춰 점프하지 않고 프로그램 동작만 맞추는 데 집중했다. 특히 쿼드러플(4회전) 살코의 예비 동작에 신경을 많이 썼다. 차준환은 "컨디션을 고려해서 점프 동장을 하지 않고 스케이팅 위주로 훈련했다"며 "귀국한 이후 처음 스케이트를 탔는데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았다. 좀 더 훈련을 하다 보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도 "곧 점프 연습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표정이 좋았다'라는 말에 웃으며 "표정이 좋았나요?"라고 반문하는 등 차준환 특유의 밝은 기운도 돌아온 모습이었다.
특히 이날 훈련에는 운도 따랐다. 차준환은 이날 네이선 천과 아담 리폰, 빈센트 조우(이상 미국), 미샤 지(우즈베키스탄), 브렌단 케리(호주)와 같은 그룹에 속했다. 예정대로라면 이들과 함께 훈련을 진행해야 했지만 모두 불참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링크를 독식한 차준환은 자신의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차준환은 "다른 선수를 피할 일도 없었다. 내 프로그램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확실히 혼자 타니까 좋다"고 웃었다.
우여곡절 끝에 나선 올림픽이었다. 모두가 무난히 갈 것이라던 평창행, 하지만 부상과 부츠 부적응 등이 겹치며 1, 2차 선발전을 망쳤다. 그러나 차준환은 무너지지 않았다. 3차 선발전에서 환상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극적으로 평창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오서 코치는 "차준환이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돌아왔다"며 "더 강해지고 더 빨라졌다. 잔뜩 신이 난 상태"라고 전했다.
차준환의 첫 올림픽은 9일부터 시작된다. 그는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을 환영합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는 것을 보고 올림픽이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웃었다. 차준환은 피겨 단체전(팀 이벤트)에 참가하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차준환은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단체전에 출전하게 돼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내겐 여러 번 연기한다는 점에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며 "긍정적인 생각으로 경기에 나서고 싶다. 캐나다에서 하루에 3~4타임씩 뛰었다"고 했다.
올림픽 프로그램에 대한 힌트도 줬다. 지난 3차 선발전에 들고 나왔던 프로그램을 그대로 사용할 예정이다. 쇼트프로그램은 뮤지컬 '돈키호테'의 수록곡인 '집시 댄스'(Gypsy Dance)에 맞춰 쿼드러플 점프 없이 트리플 점프로만 구성했고,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쿼드러플 살코 1차례만 뛸 계획이다. 4회전 점프의 완성도가 아직 완벽에 가깝지 않았고, 3차 선발전이 끝나고 나서 훈련 기간이 길지 않았던 만큼 두 차례 4회전 점프는 무리라는 판단 때문에서다.
차준환의 현실적인 목표는 톱10. 그에 앞서 가장 원하는 것은 그간 준비한 것을 완벽히 풀어내는 것이다. 차준환은 "올림픽에서는 실수 없는 클린 연기를 펼치고 싶다"며 "9일 열리는 팀이벤트에서 첫 번째 주자로 나서는 데 항상 해왔던 대로 침착하게 연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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