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새없이 달렸다. 과감한 몸싸움과 포어체킹을 반복했다. '우리는 맹수인가? 아님 먹이인가?'라는 말로 선수들을 자극하던 새러 머리 단일팀 감독의 요구, 그대로였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14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1대4(0-2, 1-0, 0-2)로 아쉽게 패했다. 상대는 7번 만나 단 1골을 넣고 106골을 내줬던 일본이었다. 객관적 전력에서 '하늘과 땅' 차이였다. 어찌보면 당연한 패배였지만 '남북단일팀'이 세계랭킹 9위 일본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경기를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결성 후 단 18일간의 훈련 시간 밖에 없었던 단일팀이다. 오랜기간 준비한 강호를 상대로 온갖 변수 속에 출발한, 그것도 훈련 시간까지 짧았던 팀이 정상적으로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새러 머리 단일팀 감독의 리더십이다.
머리 감독은 단호한 모습으로 단일팀을 둘러싼 모든 논란을 정리했다. 오해가 있으면 직접 기자회견에도 나섰고, 필요하면 할 말도 했다. 예상치 못한 북한 선수들의 합류로 새롭게 라인을 짜야 하는 머리 감독은 "감독으로서 최고의 선수들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위에서 지시가 내려와도 그럴 생각 없다. 전략은 감독이 할 수 있다"고 단호히 말했다. 남, 북 선수가 함께 모인 후에는 함께 식사하고, 함께 라커룸을 쓸 수 있게 하는 섬세한 리더십으로 빠르게 팀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머리 감독의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에너지는 단일팀을 빠르게 바꿨다.
선수 기용에서도 파격적인 선택을 내렸다. 머리 감독은 당초 4라인에 북한 선수 3명을 배치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2~4라인에 북한 선수들을 고루 배치하는 결단을 내렸다. 힘과 공격력이 좋은 북한 선수들의 기량을 최대한 살림과 동시에 팀의 응집력을 키우기 위한 선택이었다. 단일팀은 4일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첫 선을 보였다. 훈련 시작 일주일만이었다. "팀코리아"를 함께 외치고 경기에 나선 단일팀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다. 스웨덴에 1대3 석패했다. 우려했던 조직력 문제는 없었다.
머리 감독은 '결전지' 강릉 입성 후 강도 높은 훈련과 휴식을 병행하며 팀을 하나로 묶어나갔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며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높였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실력차는 컸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출발한 스위스에 0대8로 패했고, 절치부심했던 스웨덴전에서도 0대8로 졌다. 분위기는 바닥을 쳤고, 여론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머리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마지막까지 힘을 모았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가 26세에 불과했던 머리 감독을 영입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실제로 초반에는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하지만 빠르게 성장한 머리 감독은 단일팀을 맡고난 후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머리 감독의 지휘 아래 단일팀은 일본전에서 '하나'의 힘을 보여줬다. 머리 감독이 있기에 더 발전할 단일팀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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