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즈니 노브고로드(러시아)=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더웠다. 햇살도 뜨거웠다. 기대는 컸다. 그만큼 즐기기도 했다. 물론 답답했다. 결과를 보니 가슴 한 켠이 아프기도 했다. 그래도 박수를 보냈다. 남이 아닌 우리의 대표팀이니까.
18일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경기장. 한국과 스웨덴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F조 1차전이 열렸다. 경기장 티켓을 산 뒤 관중석으로 향했다. 90분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은 까닭에 '기자'가 아닌 '팬'으로 경기의 일부분이 됐다.
C223구역 3열 16번. 2층 가장 하단이었다. 경기를 보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가지고온 작은 가방에서 펜을 꺼낼까 했다. 도로 넣었다. 온전히 즐기는 시간이었다. 다만 스마트폰에 메모장 기능은 켰다. 직업병은 어쩔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봤다. 한국팬들과 스웨덴팬들이 섞여 있었다.
경기 전. 곳곳이 노란 물결이었다. 한국 팬들은 2000여명. 스웨덴 팬들은 열배인 2만명이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로 그랬다. 어디를 가나 스웨덴 팬들이었다.
그래도 한국 팬들은 개의치 않았다. 위축되지 않았다. 오롯이 축제를 즐겼다. 태극 가발은 약과였다. 상감마마의 옷을 입고 등장했다. 갓도 쓰고 나왔다. 생활 한복도 눈에 띄었다. 스스럼없이 스웨덴 팬들과 어울렸다. 경기 전 서로 맥주를 즐기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축구로 하나가 됐다.
선수들이 몸을 풀기 위해 피치 위로 나왔다. 큰 소리로 함성을 보냈다. '승리를 위하여'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모두들 함께 따라불렀다. 춤을 추며 승리를 염원했다. 안재섭씨는 "승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축구를 하는 것이다. 그를 위해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경은씨 역시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해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경기장에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이 FIFA 레전드로 등장했다. 한국 팬들은 다들 "차범근"을 연호했다.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이 도열했다.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골대 뒤 붉은악마 섹터에서는 대형 태극기가 올라갔다. 그를 바라보며 울컥했다. 노란 물결의 10분의 1. 수적 열세를 통쾌한 승리로 풀고 싶었다. 그 어느때보다도 더 크게 "대~한민국"을 외쳤다. 또 "오! 필승 코리아!"를 목소리 높여 외쳤다. 뱃가죽이 찢어지도록!
경기는 답답했다. 볼만 돌렸다. 패스는 빗나갔다. 크로스는 이상한 쪽으로 날아갔다. 손흥민이 50여미터를 치고 달려갔다. 혼자만 달리고 있었다. 제대로 된 슈팅도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4만3000여석 관중석에 퍼져있던 2000여 한국팬들은 "대~한민국"을 외쳤다. 목소리가 선수들에게 한 발 더 뛸 에너지가 됐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한국 팬들의 목소리에 주변에 있던 스웨덴 팬들은 큰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후반 16분 갑자기 주심은 경기를 멈췄다. 그리고는 본부석으로 달려갔다. VAR(비디오 어시스턴트 레프리)이었다. 화면을 충분히 본 뒤 달려나왔다. 네모를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골문을 찍었다. 페널티킥이었다. 주변 스웨덴 팬들은 환호했다. 한국 팬들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골이 들어갔다. 스웨덴 팬들과 한국 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경기 끝날때까지 한국은 고전했다.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다. 경기 막판 한국이 공격을 펼쳤다. 페널티 지역 안에서 볼이 스웨덴 선수의 손에 맞았다. 한국 팬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레프리!(Referee!) 시 바(See VAR, VAR 봐라)!"
그러나 더 이상의 VAR은 없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주위 한국 팬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이내 박수를 쳤다. 바로 눈 앞에서 선수들이 고개를 푹 숙인 채 허탈해하고 있었다. 나쁜 경기력이었지만 그들은 최선을 다해 싸웠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었지만 실력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걸 현장에서 지켜본 한국 팬들이었다. 그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래도 그들은, 남이 아닌 우리의 대표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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