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의 아픔, 결승포로 날려버리다!
한화 이글스 이성열이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귀중한 홈런포 한 방으로 팀을 살렸다.
이성열은 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양팀이 1-1로 맞서던 4회말 결승 투런포를 때려내며 팀의 4대2 승리를 이끌었다. 이성열은 무사 1루 찬스서 잘 버티던 KT 선발 금민철로부터 투런 홈런을 뽑아냈다. 볼카운트 2B 유리한 상황에서 노림수가 좋았다. 카운트를 잡기 위한 금민철의 128km 밋밋한 직구가 한가운데로 들어오자 욕심내지 않고 좌중간으로 밀어친 타구가, 쭉쭉 뻗어 담장을 넘어갔다. 시즌 21호 홈런. 지난 시즌과 홈런 기록 타이를 이뤘다. 또 한 시즌 최다 홈런인 24홈런(2010 시즌 두산 베어스 시절) 기록에 3개차로 다가섰다.
이성열은 하루 전 잠을 쉽게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폭염도 폭염이지만, 팀이 4-5로 KT에 밀리던 8회말 무사 만루 찬스서 타석에 들어섰다. 천금의 역전 찬스. 하지만 믿었던 5번타자 이성열이 강속구 사이드암 엄상백에게 삼진을 당하며 묘한 기류가 흘렀고, 결국 정은원의 삼진과 백창수의 내야 땅볼로 한화는 1점도 뽑지 못한 채 패하고 말았다. 첫 타자 이성열이 희생 플라이라도 때려줬다면 공격이 더 쉽게 풀릴 수 있었겠지만, 삼진이 나오자 어린 고졸 신인 정은원에게는 자신의 타석이 큰 압박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성열은 하루 만에 값진 결승포로 전날 패배의 아픔을 씻어냈다. 결정적 홈런을 치고도 크게 흥분하지 않고, 담담하게 더그아웃에 들어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이성열의 홈런수가 아니라, 올시즌 달라진 태도에 큰 점수를 주고 있다. 한 감독은 "그라운드, 더그아웃에서의 자세 등을 보면 이제는 베테랑이라는 호칭을 붙여도 될 것 같다. 나이만 많고 베테랑이라고 불리우기 힘든 행동을 하는 선수도 많다"고 말했다. 이제는 선수 스스로 1군에서 자신이 할 역할이 확실히 있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한화는 김태균이 올시즌 난조로 1군과 2군을 왔다갔다 했지만 그 빈 자리를 이성열이 완벽하게 메워주고 있다. 한 감독은 공-수에서 보여주는 이성열의 집중력을 칭찬했다.
한 감독은 이런 믿음으로 지난 24일 원래 주장이었던 송광민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이성열을 새 주장으로 낙점했다. 2003년 프로 생활 시작 후 16년 만에 처음 주장 역할을 맡았다. 이성열은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 돌아온 후 어김없이 한 감독의 가슴을 때렸다.
대전=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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