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 타자'는 누굴까. 분명히 쉽게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다.
우선은 한화 이글스의 기적과 같은 상위권 행보를 이끈 중심타자 제라드 호잉이 떠오른다. 공수주를 모두 갖춘 '5툴 플레이어'로서 7일까지 105경기에 나와 타율 3할2푼5리에 24홈런 91타점을 기록 중이다. 현재 홈런 1위인 SK 와이번스 제이미 로맥은 공격 지표로는 오히려 호잉을 능가한다. 2년차를 맞이해 한층 더 파워와 정교함이 업그레이드 됐다. 101경기에 나와 타율 3할3푼1리에 35홈런 83타점을 기록 중이다.
'꾸준함'의 지표로 따져보면 또 다른 인물들이 돋보인다. 지난해보다 파워 업그레이드에 성공한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105경기, 타율 0.314, 30홈런 81타점)와 팀의 후반기 대반격에 힘을 보태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다린 러프(108경기, 3할2푼8리 23홈런 91타점)다. 이들은 현재 외국인 타자로서는 2007년 브룸바(현대 유니콘스) 이후 11년 만에 '전 경기 출장'에 도전하고 있다. 데일리 플레이어로서 '전경기 출장'은 대단한 영광이다. 그런 면에서 로하스나 러프 역시 '최고의 외인타자'로 손꼽힐 만 하다.
러프나 로하스 모두 똑같이 전경기 출장에 도전하고 있는 상황이라 우열을 가리는 건 무의미하다. 물론 러프가 무더위로 유명한 대구를 홈으로 쓰는 데다 로하스보다 3경기 더 뛰고 있다는 점을 내세울 순 있다. 하지만 이게 큰 차이점까지 될 정도는 아니다. 최종적으로 전경기 출장 기록을 달성하는 지 여부가 중요하다.
하지만 개인 성적이 아닌 팀 성적까지를 감안하면 러프의 존재감이 더 커진다. 시즌 중반까지 삼성이 극심한 성적 부진을 겪을 때 팀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꾸준히 활약하며 팀의 추락을 온몸으로 막아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프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4.09로 단연 팀내 1위다. 2위 이원석(3.49)보다 0.60이나 높다. 돌이켜보면 러프 혼자서 이른바 '하드 캐리'한 경기도 적지 않다. 가깝게는 지난 7월29일 대구 KIA전을 들 수 있다.
러프는 이날 0-0이던 4회말 선제 결승 솔로포를 시작으로 7회와 8회에도 연거포 대포를 가동하며 3홈런 4타점으로 팀의 13대1 대승을 견인했다. 이건 소소한 사례다. 러프는 올해 5타점(6월26일 대전 한화전)은 물론이고, 6타점(4월8일 인천 SK전)경기도 한 적이 있다.
어쩌면 시즌 후반 삼성이 대반격에 나설 수 있던 것도 러프가 이렇게 중심타선에서 큰 기둥처럼 꾸준히 버텨준 덕분인지도 모른다. 삼성 김한수 감독 역시 "러프가 올해 한번도 아프다거나 한 적이 없이 늘 그 자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게 정말 큰 힘이 됐다. 저런 외인타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러프의 기여도를 인정하고 있다. 만약 삼성이 올해 가을잔치에 간다면 화려하면서도 꾸준한 활약을 펼친 러프의 지분은 분명 50% 이상 될 것 같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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