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교체는 단기간에 팀을 바꿀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축구는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종목 중 하나다. 그도 그럴 것이 축구는 선택과 조합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일단 수많은 포메이션 중 팀구성원들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전형을 골라야 한다. 그 다음에는 어떤 조합으로 선수들을 구성할지 택해야 한다. 포백보다 스리백이 어울리는 선수단이 있고, 투톱보다 원톱이 맞는 팀이 있다. 윙백에 공격적인 선수를 세울건지, 아니면 수비적인 선수로 세울건지, 측면에 왼발잡이를 그대로 왼쪽에 기용할지, 아니면 오른쪽에 기용할지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 축구다. 이 모든 선택의 최종 결정권자는 감독이다.
감독들은 다양한 변화를 실험하지만, 자기만의 세계관으로 인해 변화에 한계가 있다. 신임 감독은 기존의 실패한 틀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 이전 감독이 찾지 못한 해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감독 교체는 단기간에 팀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감독 교체의 가장 큰 노림수는 동기부여다. 감독 교체 후 바로 승전보가 이어지는 사례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19일 펼쳐진 K리그1 24라운드가 좋은 예다. 유상철 감독이 사퇴하고 김인완 감독대행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전남은 완전 다른 팀으로 변신했다. 23경기에서 21골 밖에 넣지 못한 전남은 이날만 무려 6골을 폭발시켰다. 전남은 수원을 6대4로 제압하고 최하위에서 탈출했다. 강원 역시 드라마틱한 반전을 보이고 있다. 송경섭 감독을 경질하고 김병수 감독 체제로 변신한 강원은 인천을 7대0으로 대파하고 2연승에 성공했다. 2경기에서 8골을 넣고, 한골도 내주지 않았다. 단숨에 5위로 뛰어올랐다.
신임 감독은 선수단에 새로운 비전과 긴장감을 제시할 수 있다.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고취시키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 준다. 긴장감을 조성하며 팀내 건전한 경쟁도 이루어낸다.
이같은 감독 교체는 올 시즌 남은 K리그의 순위싸움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전남은 강등 전쟁에 새로운 바람을 예고했다. 대구(승점 23), 전남(19), 인천(17)의 격차는 크지 않다. 최전방 공격진의 부진으로 흔들리던 전남은 마쎄도가 두골을 터뜨리며 반전을 노래했다. 강원 역시 상위 6팀이 갈 수 있는 스플릿 전쟁에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4위 수원(승점 36), 7위 서울(32), 8위 제주(31)가 주춤하고 있는만큼 강원의 선전은 또 다른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교체 효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장기적 안목 없이 잠깐 부진해도 감독을 바꾸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구단들이 소위 감독을 파리목숨으로 여길 경우, 근시안적인 운영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일관성 있는 팀컬러 이식은 불가능해 진다. 전력 보강을 못한 프런트의 잘못을 현장에 전가시키는 도구로 악용될 수도 있다.
이러면 구단도, K리그의 발전도 없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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