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이 빛나는 순간이 있다. 모두가 그렇지 않다고 알고 있는 사실의 빈틈을 절묘하게 찔러 듣는 사람들을 웃게 만들 때다. 특히 농담의 대상자, 즉 허를 찔린 사람마저 피식 웃는다면 정말 뛰어난 수준이다. 그런 의미에서 토트넘 공격수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나쁜 패스" 농담은 그의 슛만큼이나 뛰어났다.
에릭센은 2일(한국시각)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카디프시티스타디움서 열린 카디프시티와 2018~201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전반 12분에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결승골을 넣었다. 이 골은 손흥민의 날카로운 측면 패스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결국 손흥민은 새해 첫 공격포인트를 어시스트로 작성했다.
이후 손흥민은 2-0으로 앞선 전반 26분경에는 직접 골을 넣으며 새해 첫 득점까지 올렸다. 에릭센과 케인 그리고 손흥민 등 팀의 간판선수들이 골을 몰아넣은 덕분에 토트넘은 3대0으로 완승할 수 있었다. 팀워크와 선수들의 호흡이 정점으로 올라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경기였다.
그런데 이날 MOM(Man of the Match)로 선정된 에릭센은 경기 후 영국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손흥민을 '디스(?)'하는 듯한 말을 했다. 자신의 첫 득점에 관해 말하던 중 "손흥민이 나쁜 패스를 했다. 패스가 제대로 됐다면 다른 플레이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농담이었다. 무엇보다 에릭센이 이 말을 하는 순간 손흥민이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즉 에릭센은 대놓고 손흥민이 들으라고 이런 농담을 한 것이다. 자신의 새해 첫 골에 힘을 보태 준 손흥민에 대한 고마움을 유머스럽게 표현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에릭센도 손흥민도 얼굴에 미소를 띄고 있었다. 허물 없이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토트넘 간판스타들이 찰떡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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