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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여진구 "'왕이 된 남자'는 1등 인생작..절대 못 잊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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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왕이 된 남자'를 마친 배우 여진구를 만났다.

여진구는 9살의 나이에 영화 '새드무비'(2005, 권종관 감독)로 데뷔했다. 다음해인 2006년에는 SBS '사랑하고 싶다'로 브라운관에 데뷔했으며 SBS '일지매'와 '타짜'에 출연해 그해 아역상을 수상했다. 또 SBS '자이언트'(2010)에서 이범수의 아역으로 열연했고, MBC '해를 품은 달'(2012)에서 김수현의 아역을 맡으며 인생작을 만들었다. 영화에서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여진구는 2013년 첫 영화 주연작인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장준환 감독)로 제34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남우상을 수상하며 17세의 나이로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최연소 배우가 됐다.

성인연기자로 발돋움한 여진구는 tvN '써클 : 이어진 두 세계'(2017), 영화 '대립군'(2017, 정윤철 감독), SBS '대박'(2017)에서 열연했다. 성인 연기자로 활약한 후 가장 사랑받은 작품은 단연 tvN '왕이 된 남자'(김선덕 극본, 김희원 연출)다. 그는 왕 이훤과 광대 하선을 1인 2역으로 표현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고 완벽한 소화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여진구는 '왕이 된 남자'를 마치며 "두 작품을 끝낸 기분이다. 배운 것은 두 작품을 넘게 배운 거 같다. 이번에 촬영을 하면서 감독님뿐만 아니라 스태프들 한 분 한 분이 작품을 사랑하면서 촬영해주셔서 호흡도 좋았고 분위기도 좋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나이에 생각지도 못했던 순간에 너무 좋은 작품을 만나게 돼서 연기할 때 이 작품을 보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뜻깊은 작품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여진구는 1인 2역에 대해 "신경쓸 게 많더라. 어떻게 그림이 완성될지, 1인 2역을 할 때 상상이 안 되는 게 힘들었다. 실체와 연기하는 게 아니라 제 모습을 생각하며 연기해야 하니 쉽지 않더라. 근데 도움이 많이 됐다. 이헌과 하선이가 붙을 때의 신을 연습하고 구상하면서 신의 흐름이나 계획 같은 것도 생각하게 됐고, 보통 한 신에서 액션을 하든 리액션을 하든 둘 중 하나를 하면 됐는데 두 가지를 한 번에 해야 하다 보니 배움이 더 컸던 거 같다"고 설명했다.

하선과 이헌은 완전히 양극단의 인물이다. 여진구는 "저에게 어렵게 다가온 것은 하선이었다. 촬영할 때는 이헌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헌은 드러내고 확고하고 존재감과 캐릭터가 확실해서 그런 표현에 대해서 어색하믈 느꼈는데 하선이라는 인물이 미묘한 변화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더라. 자칫 잘못하면 휘둘려 보이거나 크게 달라진 걸 보여지지 않을 거 같아서 후반으로 갈수록 하선이 변한 것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는데 그 작업이 어렵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결말에 대해서는 '허무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여진구는 "제 입장에서는 좋았다. 사극이란 장르고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있다 보니 행복하게 끝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쩔 수 없이 타협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더라. 하선과 소운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너무 뻔뻔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것과는 다르게 이 사람들이 정말 살았다면 어떨까 싶어서 조금은 힘든 일이 있어야 이 행복이 더 깊고 애절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서 쓰신 거 같다. 애절한 느낌이 있어서 좋았다. 그 속에서 간절함도 잃지 않았고 두 인물의 운명적 느낌도 강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하선의 2년 공백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여진구는 "치료를 했을 거다. 그리고 숨어서 지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가더라도 소운과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려면 어찌됐든 자기가 살아났다고 해도 소운이 안전할 수 없었을 거다. 계속해서 꿈을 꾸면서 꿈 속에서 만나며 참다가 2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선위한 왕이 자리를 잡을 때 쯤 조선의 일이 잘 풀릴 때 쯤에 평화로운 마음으로 찾은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여진구는 시청자모드로 작품을 시청했다. 그는 "8회 엔딩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바닷가에 모니터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바쁘게 촬영해서 막막했다. 대본을 읽을 때의 느낌은 너무 좋은데 어떻게 나올지 고민했는데 깜짝 깜짝 놀라면서 촬영한 거 같다. 파도소리와 함께 끝나는 엔딩 연출도 충격이었다. 상경 선배님 말대로 쉽게 오지 않을 장면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진구는 "이헌을 보내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 캐릭터는 좀 더 아까워, 어떤 캐릭터를 더 사랑하고 그런 것은 차이는 없었는데 이번에는 1인 2역이라는 역할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이 아쉽기는 했다. 쉽게 접하지 못할 경험이었고 너무 어렵기도 했지만, 볼 때 너무 뿌듯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더라. 제가 저를 상대하며 연기하는 모습이. 찰나더라도 제가 생각했던 신의 모습이나 뉘앙스가 느껴지면 되게 뿌듯하더라. 그런 점에 대해서 아쉬움이 남기는 했다"고 당시 감정에 대해 설명했다.

'왕이 된 남자'는 인생작이자 인생 캐릭터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이에 대해 여진구는 "저 혼자 잘해서 인생작이란 생각은 안 한다. 모든 스토리와 연출 등도 인생작이라 인정을 받아야 인생작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상경 선배가 '이건 너의 인생작'이라고 하셨다. '열심히 하겠다'고 했지만 감이 오지는 않았다. 확실한 감은 오지 않았는데 매번 방송을 보면서 '내가 이렇게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시청자 모드로 볼 수 있는 작품이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 이 작품을 목표로 '왕이 된 남자' 같은 호흡을 기대하며 작품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여진구는 '왕이 된 남자'에 대해 "이런 적은 처음이다. 되게 부끄럽지만,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순위를 매기자면 1등이다. 뭔가 정말 저라는 배우를 아껴주시고 현장에서도, 저라는 배우를 받아들여준 현장이다. 저를 제가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변화시켜준 작품이기 때문에 못 잊을 거 같다. 그 전에도 의존하는 부분이 컸고 어떻게 할지를 질문했었는데 이번 연기를 통해 어떻게 하면 제가 확신을 갖고 연기할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어서 저만의 고집이 생긴 거 같아서 고마웠다"고 추억했다.

'왕이 된 남자'는 4일 10.9%의 평균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가구)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천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추창민 감독)를 리메이크한 작품이지만, 전혀 다른 문법과 서사를 사용하며 리메이크의 새 기준을 세웠다.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