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18세 손흥민이 함부르크에서 출전기회를 잡고자 안간힘 쓸 때, 맨유 소속 박지성(당시 29세)은 아시아 최초로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을 누볐다. 2011년 AFC아시안컵에서 한국 대표팀의 주장과 막내로 한방을 쓴 둘은 나이 차 만큼이나 유럽 내 인지도도 차이 났다.
박지성은 지난 1월 한 인터뷰에서 8여년전을 돌아보며 "손흥민이 한국 축구를 이끌어나갈 선수가 될 거로 생각했다"고 했다. 그의 예감은 적중했다. 대선배가 2009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엔트리 제외되는 모습, 바르셀로나와의 결승전에서 직접 뛰는 모습을 지켜봤을 손흥민은 빠른 속도로 선배의 발자취를 따라걸었다. 2013년 9월, 공교롭게 박지성의 옛 클럽 맨유를 상대로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을 치른 그는 이듬해인 2014년 10월 벤피카전에서 첫 골, 11월 제니트전에서 첫 멀티골, 2018년 3월 유벤투스전에서 첫 토너먼트 골을 터뜨리는 등 진화를 거듭했다. 그리고 올 시즌, 처음으로 출전한 8강전 2경기에서 강호 맨시티를 상대로 3골을 퍼부었다. 특히 18일 원정에서 열린 2차전에서 4분 간격으로 연속골을 터뜨리는 놀라운 활약으로 준결승 진출을 두 발로 이끌었다.
박지성 이후 8년만이자 박지성 이영표에 이어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오른 세 번째 한국 선수. 내친김에 우즈베키스탄의 막심 샤츠키흐(41)가 보유한 11골을 넘어 아시아 선수 역대 챔피언스리그 최다골(12골) 기록도 갈아치웠다. 챔피언스리그는 세계 축구를 통틀어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대회다. 준결승에 오르는 것도, 12골을 기록하는 것도 쉽지 않다.
박지성과는 또 다른 케이스다. 당시 박지성은 유럽 최고의 팀이자 구단 역사상 최전성기를 누리던 맨유 소속이었다. 3년 사이에 두 차례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를 정도. 반면 토트넘은 이번이 1962년 이후 57년만에 밟는 준결승이다. 주전 공격수 해리 케인이 빠지며 전력에 커다란 공백이 생긴 상황에서 소위 '하드캐리'하며 팀을 준결승으로 끌어올렸다. "당연히 흥민이가 나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박지성의 말도 틀리지 않을지 모르겠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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