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눈치 싸움.'
프로농구 10개 구단이 결국 2018~2019시즌에 뛰었던 외국인 선수 20명과 전부 재계약하지 않았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8일 "외국인 선수 전원과 재계약이 결렬됐다. 전 구단이 재계약을 포기한 것은 역대 최초"라고 밝혔다. 각 구단들이 지난 시즌 뛰었던 외국인 선수의 기량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뜻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좀 더 정확한 속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본질적으로는 새로운 외국인 선수 제도를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한 준비 작업의 일환이다.
KBL은 지난 2월에 열린 제24기 제2차 임시총회 및 제3차 이사회에서 2019~2020시즌 새 외국인 선수 제도를 확정·발표했다. 이 제도 변화의 핵심은 신장 제한의 철폐다. 기존 장신(2m)과 단신(1m86)으로 구분했지만, 다음 시즌에는 이 구분을 없앴다. 구단별로 필요한 선수를 뽑으면 된다. KBL 10개 구단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2018~2019시즌을 앞두고 도입된 외국인선수 자유계약제도로 인해 구단들이 더 신중해졌다. 굳이 기존 외국인 선수와 서둘러 계약을 맺을 당위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수도권 A구단의 외국인선수 영입 담당자는 "지금 각 구단별로 상당히 예민하게 외국인 선수 수급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기존 외국인 선수 전원의 재계약 결렬은 신장 제한이 철폐된 상황에서 각 구단이 팀의 특성에 맞는 더 좋은 선수를 찾겠다는 뜻이다. 게다가 자유계약제도로 바뀌면서 기존에 우리 팀에서 뛰었던 선수가 트라이아웃 시장에 다시 나와 타 팀에 영입되는 일이 사라지게 됐다.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각 구단들이 굳이 기존 외국인 선수와 재계약을 서두를 이유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2018~2019시즌에 KBL 무대에 나왔던 선수들을 다음 시즌에 아예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각 구단별로 당장은 아니더라도 차후에 재계약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선수도 적지 않다. 이 담당자는 "기본적으로 각 구단마다 '더 나은 외국인 선수'를 찾는 게 최대 현안일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기존에 팀의 스타일과 잘 어우러져 좋은 성적을 낸 선수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유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선수들의 경우에는 나중에 다시 계약하게 될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밝혔다.
이런 방식을 통해 각 구단은 두 가지 장점을 얻을 수 있다. 하나는 '비용의 절감'이다. 만약 어떤 구단이 기존 외국인 선수와 지금 다시 계약하면 '재계약'이 되고, 그러면 규정상 연봉을 인상해줘야 한다. 하지만 일단 공식적으로 '재계약 결렬'이 결정됐기 때문에 기존 선수를 다시 데려올 때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재계약'이 아닌 '새 계약으로 재영입'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갑작스러운 선수의 부상으로 인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미리 재계약 했던 선수가 개인 훈련이나 다른 리그 등에서 뛰다가 시즌 개막전에 큰 부상을 당하면 정작 활용해보지도 못하고 다른 선수를 찾아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물론 규정상 '부상에 의한 교체'는 횟수 제한이 없다. 하지만 미리 해당 선수를 중심으로 만들어 놓은 전략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또 갑작스럽게 새 선수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충분히 기량을 검증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지면 시즌 초반부터 악재가 된다.
결과적으로 '외국인 선수 전원 재계약 결렬'에는 다음 시즌을 위한 KBL 10개 구단의 치밀한 계산이 담겨 있다. 비 시즌임에도 다음 시즌을 향한 치열한 물밑 눈치싸움이 자못 흥미롭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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